- 2003년을 빛낸 최고의 경주와 경주마 총집합

◎괴력의 폭격기, ‘언어카운티들리’ 27마신차 우승
3월 15일(토) 과천벌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본사 소개 개별 수입마인 ‘언어카운티들리’가 데뷔전에서 1200m를 1분 14초3이란 호기록으로 2위마와 27마신이란 경이로운 기록을 내면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언어카운티들리’는 데뷔전 우승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연시 될 정도로 그 기본능력을 인정받았던 마필. 수입 당시부터 블랙타입경주에서 2승이나 거두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고 블랙타입 우승마 ‘찰리스카즈’가 보여준 능력을 감안해 보았을 때 1군 승군까지는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분석이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외산4군 1200m 제5경주에 출전한 ‘언어카운티들리’는 초반부터 선행에 나서 종반 2위권을 무려 27마신 차로 따돌리며 쾌승을 거두었다. 주파기록은 1분 14초3, 2003년에 접어들어 당시까지 가장 빠른 1200m 기록이었고 2위를 대차로 따돌리는 도주작전 이후 37.6초의 3F타임이 나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경주를 지켜보던 경마팬들은 경주순위보다는 과연 기록이 얼마나 나왔는가와 후속마와의 거리차가 얼마나 되는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언어카운티들리’가 후속마와 무려 27마신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일궈낸 것에 대해 경마팬의 경악이 뒤따랐고, 각 언론에서 괴력의 ‘언어카운티들리’를 주목하게 했다.
이후 ‘언어카운티들리’는 AJC교류기념경주와 HRI교류기념경주에서 2위를 기록하고, YTN배 경마대회와 SBS배 경마대회 우승을 거머쥐는 상승세를 보인 끝에 그랑프리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마대회 최초 ‘공동우승’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경마대회 공동우승이 탄생했다.
외산 최강자를 가리는 제3회 YTN배 경마대회(6월 29일)에서 미국산 개별거래마 ‘언어카운티들리’(5세, 거, 김효섭 기수)와 ‘퍼펙트챔피언’(3세, 수, 박태종 기수)이 공동 우승을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외산 1군 최강자 8두가 1800m 핸디캡 방식으로 경주를 치른 YTN배 경마대회는 경주의 박진감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몰고 온 대회가 됐다. 우선 한국경마 80년 동안 처음 있는 경마대회 공동 우승이었다. 여기에 두 경주마의 기승 기수가 현역 최고의 기수로 정평이 나있는 박태종, 김효섭 기수였다는 점, 또한 두 마리의 1800m 주파기록은 1분55초2로 지난 AJC 경마대회에서 ‘골드머니’가 세운 동 거리 최고 기록과 타이기록으로 해당 거리 기록 보유마가 무려 3마리로 늘어났다는 것도 흥미진진한 뒷 이야기로 남았다.

◎‘성적은 인기순이 아니야!’
경주를 관람하다보면 잠시 허탈해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믿고 있던 인기마의 몰락이 그것이다.
지난 8월 9일(토) 1군 2000m 핸디캡 경주로 펼쳐진 제8경주는 인기 1,2위마가 몰락하면서 초고액배당이 탄생해 경마팬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절대 인기를 모았던 4번 ‘부움’(우창구)과 7번 ‘러버보이샤카’(오명섭)가 입상권에 탈락한 반면, 한 수 아래의 마필로 분류됐던 3번 ‘아스하프’(이영우)와 2번 ‘히스로열하이니스’(원정일)가 나란히 1위, 2위에 입상하며 복승식 217.8배의 고액배당이 터진 것.
인기마로 경주 초반 선행과 선입작전을 펼치며 앞서가던 7번 ‘러버보이샤카’와 4번 ‘부움’이 결승주로에 들어서며 나란히 지구력 부족으로 무너지며 4위, 5위에 그치는 의외의 결과가 발생했고, 그 기회를 살린 3번 ‘아스하프’와 2번 ‘히스로열하이니스’가 종반 추입에 성공하며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경주 초반 의외로 일찍 따라붙었던 3번 ‘아스하프’는 50kg이라는 가벼운 부담중량의 이점과 상대마의 부진을 틈타 종반 대추입에 성공하며 1위를 차지했고, 2번 ‘히스로열하이니스’도 비록 경주 초반은 최하위권에 처져있었지만 끝까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 것이 멀어진 거리차를 종반 단숨에 극복하며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서울경마공원 최고 배당 ‘쌍승식 15,954.3배’
최고기록은 시간이 흐르면서 항상 경신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고배당은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경마장 최고 배당 기록이 작성됐다.
10월 26일(일) 제5경주에서 인기순위 10위마 ‘스톰’(기수/유현명)과 최하위의 ‘드림팀’(기수/조경호)이 동반입상하며 복승식 3394.9배, 쌍승식 15,954.3배가 기록돼 지난 98년 12월 ‘흑광’과 ‘금배’의 7,328.8배 신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14마리의 국산 5군 기복마끼리 편성된 이날 경주는 확실한 능력마가 없는 대신 ‘만수대승’(기수/문세영), ‘계명산’(기수/최범현), ‘매지칼파워’(기수/하무선) 등 상대적 인기마들이 많은 관심을 모으며 최저 배당을 각각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이렇다할 모습도 보이지 못하고 입상권에서 멀어진 사이, 선두권 뒤쪽에 따라 붙었던 ‘스톰’은 추입으로, 초반부터 선두권에 합류했던 ‘드림팀’은 버티기에 성공하면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숨막히는 열전 ‘2003 그랑프리’
최고의 경주마들이 출전한 2003년 그랑프리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경쟁이 펼쳐졌다. 경마팬들의 인기투표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그랑프리에 출전한다는 자체가 곧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랑프리를 앞두고 출전마에 대한 많은 말들이 퍼져 나왔으나 결국 최후에 웃은 것은 바로 ‘템피스트웨스트’가 되었다. 미국산 4세 거세마인 ‘템피스트웨스트’는 데뷔 5개월만에 한해 최고의 경주에서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수립한 것.
당초 12두의 마필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경주 당일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마인 ‘보헤미안버틀러’가 취소되면서 결국 11두가 최정상의 자리를 가리게 되었다.
경주전개는 당초 예상대로 4번‘보카플라이어’가 경주를 이끄는 모습을 보였고, 곧바로 11번‘토창고’가 외곽에서 경합에 나섰다. 경주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3코너를 눈앞에 두고 6번‘언어카운티들리’가 다소 끌리면서 점차 앞으로 나서며 선두경합을 벌이면서다. 결국 결승선상에서 추입을 기대하던 ‘언어카운티들리’는 선두로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를 맞이했다.
직선주로에서 힘을 배가한 ‘템피스트웨스트’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넘어서는 순간 경주전개에서 실패한 ‘언어카운티들리’는 방심패라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며 ‘아일랜드피버’에게마저 덜미를 잡히며 3위로 마감해야 했다.
2003년 그랑프리는 외국산 개별거래마의 확실한 자리매김과 더불어 세대교체가 완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