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한다, 오경환 기수  
‘동해바다’, 넓은 바다의 품에 안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기수까지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불같은 상승세를 보이다가 낙마후 군입대 문제까지 겹쳐 1년여의 공백기를 거치고 새롭게 경마팬 곁으로 돌아온 오경환 기수를 만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오경환 기수하면 노오랗게 염색한 머리로 경마팬에게 짙은 인상을 남겼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에 대해 특별히 기억을 가진 경마팬은 많지 않다. 기간자체가 너무 짧았고, 그동안 20기 신인까지 경주로에 다양한 화제를 뿌린 결과였다.
데뷔를 앞두고 마사회와 기수협회의 의견차로 3개월의 공백을 가졌던 그의 첫 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데뷔후 첫 달 10전이라는 경주를 치렇지만 그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찾아온 것이 바로 소속조 신마였던 ‘동해바다’라는 마필이었다. 당시 간신히 400kg대를 유지할 정도로 크지 않은 마필이었는데, 감량이점을 살려 첫 승을 거두게 됐다.
경주초반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중반에 마필이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고 직선주로에서 추입력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것.
기수후보생 시절과 어렵게 경주로에 서기까지 많은 생각들이 있었지만 첫 승의 기쁨으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첫 승을 거두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또다시 이어지는 입상에 대한 목마름은 초조함으로 나타났다. 해를 넘기고도 한동안 입상이 없었던 그는 2000년 3월 두 번의 준우승으로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오하시스처럼 달콤한 샘물이 되어준 것이 바로 ‘동해바다’였다. 6월 1400m에서 또다시 그에게 우승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 것이다. 당시까지 총 3승중 2승을 그에게 선사했다.
‘동해바다’가 서울경마공원에서 거둔 성적은 2승과 2위 1번. 모두가 오경환 기수와 호흡을 맞춰 거둔 성적이다. 한마디로 그의 전용이었다.
오기수가 기억에 남는 말로 꼽는 것은 ‘엔젤’로 그에게 두 번째 우승을 안겨준 말이다.
380kg대를 유지하던 ‘엔젤’, 그리고 ‘동해바다’까지 우연찮게 모두 적은 체구의 마필이고, 다른 유명한 마필에 비해 지명도가 없는 마필이지만 그에게는 모두 잊지 못할 마필들이다.
앞으로 오경환 기수의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좋은 마필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가 기수생활 초기에 만났던 ‘동해바다’와 ‘엔젤’의 기억은 오래될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