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함과 노련미, 장세한 기수  
기분 좋은 출발, ‘순천호’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편안한 레이스 전개로 안정감을 주는 장세한 기수의 첫 승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서울경마공원에서 ‘막강파워’로 불리우는 13기의 일원인 장세한 기수가 첫 승을 올린 것은 연말의 끝이었다.
지금의 성적과는 다르게 데뷔초 끝발(?)을 날리던 동기는 지금의 상황과는 달랐다. 하지만 명성이 높은(?) 13기답게 초반부터 두각을 보였다.
첫 승을 올린 동기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은 당시 37조 마필인 ‘순천호’였다.
체구가 작은 암말 ‘순천호’와 5번째 기승에서 선행에 나서며 우승을 차지했던 것. 기수에게 있어 첫 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첫 승을 안겨주었던 ‘순천호’는 이후 퇴사할 때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경마공원의 초기 경마시대를 알고 있는 경마팬이라면 장세한과 ‘호동왕자’의 대활약을 기억할 것이다.
92년 처음 데뷔전을 가졌던 ‘호동왕자’는 JRA트로피 경마대회 우승으로 7연승을 차지했고, 그해 그랑프리에서 ‘춘풍’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퇴사를 할 때까지 24전동안 장세한 기수만이 기승을 했던 ‘호동왕자’는 ‘가속도’에 이어 회색마의 전성시대를 열은 마필로 그에게 14승이라는 선물을 했다.
그래서 아직도 장세한 기수의 뇌리에는 ‘호동왕자’와 함께 하던 그 시절이 뚜렷이 남아있다.
특별히 파워 넘치는 경주를 보이진 않지만 편안한 레이스로 안정감을 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장세한 기수는 최근 소속조의 마필두수 부족으로 인해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하루하루에 충실한 그는 아무런 사고없이 3백승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