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말(馬)이다’란 표현, 부정경마로 간주해야 하나
-경마정보의 정확한 개념 정립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김명근 기수 면허취소 사유 중의 하나인 ‘품위손상’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품위손상’이 대체 무엇이며, 그것이 현직 조교사나 기수의 목줄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마사회는 김명근 기수에 대해 ‘품위손상’을 면허취소 사유 중에 하나로 결정한 바 있고 그동안 조교사와 기수, 관리사 등 경마종사자들이 이러한 품위손상 때문에 옷을 벗었던 전례는 많다.  
한국마사회법 상 품위손상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마주, 조교사, 기수 및 마필관리사가 공인으로서 행위 및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정도로 의미가 해석되며 특히 ‘특정인에게 출주하는 말의 우승 가능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품위손상에 해당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품위손상에 해당될 때 그 징계 수위는 기승정지서부터 최고 면허취소까지 내려진다.
김명근 기수의 경우 그동안 수사를 맡아왔던 검찰은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최종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이럴 경우 한국마사회의 판단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마사회는 면허취소를 결정했고, 김이 제기한 재심 청구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현재로선 김명근 기수의 기수 복직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김명근 기수는 경마관여 금지자인 A에게 돈을 빌렸고, 그 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되자 A의 소개로 사채업자이자 경마팬인 B를 알게 돼 그에게 다시 돈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B와 김은 전화 통화로 출전하는 경주마의 상태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게 됐고, 검찰 수사에서 “괜찮다. 말타는 사람이 현금을 먹고사는데 돈 벌 말(馬)이다”란 표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김명근 기수가 말한 ‘돈’이라는 것은 통화 내용 상 기수로서 자신의 수득상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B는 지난해 11월 “김명근이 돈을 빌린 후 경마정보를 제공했다”는 진정을 마사회에 제기, 결국 마사회 내부 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이뤄지게 된 것이다. 검찰은 ‘사채업자 B와 김명근 사이에 돈이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최종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반면, 마사회는 ‘검찰 조사 내용 자체가 내부 규정에 저촉’되며, ‘특정인에게 출주하는 말의 우승 가능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기수로서의 품위손상 및 직무상 주의 의무 태만’을 비롯해 ‘경주의 공정을 해하고 지장 초래’, ‘경마의 건전한 시행에 악영향’, ‘경마개최집무위원의 직무상 지시에 따르지 않음’등을 이유로 면허취소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상의 사건 경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적 경마환경만이 낳을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우선 경마종사자들에게 빈번하게 적용되는 품위손상이 과연 면허취소까지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유인 것인가 하는 점이고, 또 다른 것은 불법적인 경마정보, 즉 부정경마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사직당국이 무혐의 처리한 사안에 대해 마사회법으로 자체 징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지도 되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김명근 기수에게 적용된 품위손상 및 기타 사유는 결국 경마정보나 부정경마에 대한 모호한 개념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립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경마시행규정상에는 ‘출주하는 말의 우승 가능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특정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부정경마로 간주하고 있지만 특정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둘 것인가, 우승 가능성 여부에 대한 정보(이사건의 경우 ‘돈 벌 말이다’)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결국 경마정보에 대한 시행체의 경직된 태도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같은 사안을 두고 사직당국과 한국마사회가 상반된 결정을 내리는 현실에 대해서도 법의 상관관계를 따져 향후 개선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공정경마구현과 투명한 경마정보 제공을 위해 마사회가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작 성 자 : 특별취재팀 dykim@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