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록 제조실 ‘서울경마공원’

2003년 1월부터 7월말까지 한국경마는 수많은 격변속에서 숨가쁘게 달려왔다.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 경제난과 더불어 한국경마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멈추고 매출액 감소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도 연일 하루최고 매출액 경신을 알리는 뉴스들이 지면을 장식했지만 올해에는 매출액 감소현상이 두드러져 경마관계자들에게 큰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한국경마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매출액과 입장인원의 감소는 물론 경마팬을 위한 서비스 개선과 경마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거듭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한국경마는 상반기 동안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왔는지 되돌아 보자.
한국마사회는 상반기동안 결코 적지 않은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또한 이런저런 진통도 겪어야 했다. 하나하나 상반기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고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한국마사회장은 공석중
*부산경마장 윤곽 갖추다
2003년 한국경마의 상반기 모습은 경주의 질적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경마전반에 걸쳐 복잡다난한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한국경마는 3월 뉴질랜드 엘러스리경마장에서 거행된 아시아 경마연맹(ARF) 총회에서 한국이 2005년 총회 개최국으로 공식 선정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마련한다는 희망을 안게 됐다.
한국경마는 지난 80년 서울에서 제15회 아시아경마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부산경마장 개장과 더불어 제2의 도약기를 꿈꾸는 2005년에 또다시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 한국경마의 새로운 도약점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윤영호 마사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한국경마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뒤돌아보게 하고 있다. 임기를 5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사퇴와 이후 공모제설과 내정자설, 수시로 바뀌는 추천인물 등 장기간에 걸쳐 시간을 끌고 있는 한국마사회장 임명건은 최대의 레저산업인 경마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관계로 한국경마는 수장이 공석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마의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산·경남경마장의 모습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낸 것도 상반기의 커다란 줄기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현지의 시설들이 마련되면서 경마종사자들이 현지를 방문했고, 현지에서 활약할 인력들에 대한 계획들이 발표되었다. 20명의 부산·경남경마장 조교사가 면허를 받고 연수중이고, 기수들의 윤곽도 서서히 제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쌍승식 전면확대, 복연승식 도입 결정
*경주별 거리배치 재조정
상반기에 한국마사회에서 발표된 제도적인 변화중 가장 큰 변화는 복연승식 도입과 쌍승식 전면 확대, 보강된 출마책자를 경마팬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일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오는 11월부터 현재 1일 3개 경주에 한정적으로 적용하던 쌍승식을 전경주로 확대 시행하는 한편, 1-3위중 순서에 관계없이 2두를 적중하는 복연승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마사회는 포켓용으로 제작, 무료 배포하고 있는 출마책자를 11월부터 A4용지 사이즈로 바꾸고 전문지처럼 출전마별 최근 4개 경주 전적표를 게재하는 등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키로 했다. 새로운 출마책자는 시험적으로 8월부터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출마표가 발표된 이후 경마팬에게 제공해 보완을 거친 이후 11월부터 책자가 전격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한편 마사회의 출마책자 개편 방침에 대해 많은 경마전문지들이 반발을 보이고 있다.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거리를 늘려가던 경주별 거리배치도 변화를 가져왔다. 마사회에선 지난 6월 경마부터는 경주별 거리배치를 재조정했다. 이전까지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순으로 단순히 거리를 늘려가면서 같은 거리에서 경주가 반복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을 방지해 경주의 재미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마 경매의 다변화
*외국산 개별거래마 활황세
지난 3월 22일 제주 경주마육성목장에서 펼쳐진 2003년 제1차 국산마 경매에서는 65두의 마필이 상장돼 불과 18두만이 낙찰되는 파행을 보였다. 당시 육성목장마 15두에 대해선 모두 낙찰된 반면, 민간목장마는 50두가 상장된 가운데 불과 3두만이 낙찰돼 낙찰률이 6%에 그치고 말았다. 이같은 현상은 마사회에서 입사T/O제를 시행하면서 경매의 이점이 사라졌고, 사회전반에 걸쳐 불어닥친 경제난 등으로 인해 마주들의 구매욕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도하는 국산마 경매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국내 최초로 민간목장 자체에서 트레이닝 경매를 실시한 금악목장이 최저입찰제 실시, 항공료 부담 등 구매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악목장 자체 경매의 성공은 경주마생산자협회 주도의 제2차 국산마 경매에 영향을 미쳤고, 제2차 국산마 경매에선 최저입찰제가 도입되게 되었다. 2차 국산마경매에선 50두의 상장마중 31두가 낙찰되는 등 파행으로 치닫던 국산마경매에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육성목장마와 민간목장마의 최저입찰가격의 차이와 입사T/O제로 인한 경매마의 입사 지연등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한편 상반기 경마의 큰 변화를 주도한 것은 외국산 개별거래마의 향상된 모습이다. 개별거래를 통해 도입된 마필들이 경주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며 질적향상을 꾀하며 한국경마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천벌은 신기록 제조창고
2003년 상반기는 신기록 작성의 기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선 쌍승식 역대 최고배당이 2월 9일(일) 제7경주에서 경신되었다. 최고배당의 주인공은 출전마 11마리 중 인기 6위였던 7번 ‘애머랜스’와 인기 11위였던 ‘로드러너’로 쌍승식 3380.0배를 기록했다. 쌍승식은 2000년 서울경마공원에서 1일 3개 경주에 한해 시행된 이후 이전까지 1529.6배가 최고배당이었다.
과천벌 경주마 부문 최다승을 보유 중인 ‘신세대’가 1승 추가에 성공, 통산 43승째를 기록했다. 15일(토) 제10경주에 출전했던 ‘신세대’는 비교적 약체를 만나 무리 없는 선행 작전을 펼쳤고, 결승주로에서도 넉넉한 지구력을 발휘하며 2위마를 3마신 차이로 따돌리는 쾌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세대’는 43승이라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업적을 남기고, 상반기 경마를 마치는 7월 마지막 경마일에 화려한 은퇴식을 가지고 역사의 뒤안길에 서게 됐다.
경마일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록들이 생겨나고 있다. AJC트로피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한 ‘골드머니’와 2위를 차지한 ‘언어카운티들리’가 각각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을 비롯해 ‘다함께’가 2000m를 2분08초2의 신기록으로 우승, 지난 95년 9월3일 ‘금맥’(기수 홍성호)이 기록한 2분08초9를 8년만에 경신했다.
또한 ‘다우존스’(기수 김동철)가 1분25초8의 1400m 신기록을 달성했고, ‘초심’, ‘화주’, ‘천지인’,‘초산’등도 각각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많은 경마관계자들은 상반기 동안 쏟아져 나온 기록경신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경주마 능력향상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주로 영향이 컸다고 진단하고 있다.

*금지약물 기준 재조정한다
상반기 경마공원에서는 금지약물 검출로 인한 논란이 크게 화두에 떠올랐다. 지난 5월 경주후 경주마에게서 케토프로펜이 검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결과  관리사의 실수로 다른 마필에 금지약물을 바르게 된 것. 해당 조교사와 관리사는 각각 2개월의 제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해당마필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전검사에서 또다시 동일 약물이 검출되면서 해당 조교사와 관리사는 1개월의 제재경감을 받았고, 마사회는 ‘케토프로펜’의 잦은 검출에 대해선 해당 약물에 대해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로 하반기 중에는 성분과 양에 따른 기준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경마부정과 관련해 경마관계자들이 경마장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마사회 직원출신이며 2대에 걸친 조교사로 활약하고 있던 권세창 조교사가 경마부정과 관련해 조교사 면허취소가 되며 경마관계자는 물론 경마팬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수들 중에서는 김명근 기수, 박동랑 기수 등도 경마부정과 관련해 기수복을 벗어야 했으며, 또한 몇몇의 관리사들이 경마장을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