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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방’·‘비천봉’·‘언어카운티들리’ 자기 몫 다한 정상권 강자들
어느새 2004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경마계도 각종 송년회와 시상식 등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의 말들이 경합을 펼치는 경마대회 역시 지난주 그랑프리를 끝으로 올해 26개 대회 우승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2004년 경마대회 최고의 히어로는 경주마 ‘무패강자’(스포츠투데이배, 코리안더비, 한국마사회장배, 농림부장관배 우승)다. 2004년에만 경마대회 4연승을 거둔 후 11월 제1회 대통령배에서 목차이의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올해 최고의 경주마를 뽑으라면 ‘무패강자’ 외에는 대안이 없을 정도다.
조교사 부문에선 김문갑(53조/‘무패강자’로 4개 대회 우승), 김택수(YTN배 ‘언어카운티들리’, JRA트로피 ‘와이즈토드’, 디지틀조선배 ‘아너러블코드’, 동아일보배 ‘다이아몬드퀸’으로 우승) 조교사가 4회 우승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가운데, 기수 부문에선 천창기 기수가 한 해 경마대회 6회 우승(세계일보배/스페셜러, 네티즌의날 기념/기쁜우리, 코리안오크스/싱그러운, 디지틀조선배/아너러블코드, 동아일보배/다이아몬드퀸, 대통령배/비천봉)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4년 경마대회를 의미 있었던 경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석 기자 guardme@krj.co.kr】
★새해맞이 기념경주 우승 ‘위캔드글로리’ “포문은 내가 열었다”
2004년 시즌을 알리는 첫 대회는 새해맞이 기념경주였다.
2004년의 첫 경마일인 1월 10일(토)에 열렸던 이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는 5세마 ‘무비한’, ‘삼매경’ 등이었다. 실전에선 4세마 ‘위캔드글로리’가 그림 같은 추입으로 우승, ‘장축’(4세마)이 목차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다.
‘위캔드글로리’나 ‘장축’ 두 마리 모두 그 이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고전을 거듭하고 있으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상과 휴양 등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2005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뚝섬배(GⅢ) 우승 ‘고려방’ “국산마 자존심은 내가 지킨다”
4월에 열린 뚝섬배는 최상위군(국산1군,외산1군)에서 시행되는 유일한 단거리(1400m) 경마대회다.
2002년 ‘쾌도난마’, 2003년 ‘북천’이 우승을 차지했던 이 대회는 단순한 1400m 강자 찾기가 아닌 상반기 국산마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경마대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새해맞이 기념경주 우승마 ‘위캔드글로리’, 뚝심의 강자 ‘비천봉’, 2003 농림부장관배 우승마 ‘기립환호’ 등 쟁쟁한 강자들이 출전한 가운데 우승의 영광은 천하장사 ‘고려방’에게 돌아갔다.
‘당대한’과 ‘비천봉’의 선행경합을 역이용, 차분한 선입작전을 펼친 ‘고려방’은 직선주로에서 끈기를 발휘하며 선두로 부상했고 종반 추격전을 펼친 ‘기립환호’를 1/2마신 차로 따돌리며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출전마 중 최고부담인 59.0kg을 극복하고 거둔 승리였기에 더욱 값졌고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고려방’은 대통령배 3위, 그랑프리 5위에 머물렀으나 역설적으로 대통령배 최고부담, 그랑프리에 출전한 유일한 국산마 등 각종 화제를 몰고 다니며 선전을 거듭해 경마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국산마의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코리안더비(GⅠ) 우승 ‘무패강자’ “3세마 중엔 내 상대가 없다”
2004년 최고의 히어로 ‘무패강자’가 무대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대회가 바로 제7회 코리안더비다. 이미 3월에 있었던 스포츠투데이배를 제패하며 대회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무패강자’는 ‘고속도’, ‘프렌치댄서’ 등을 따돌리며 3세 최강임을 공인 받았다.
경주 내내 상대마들의 집중견제로 선행이 아닌 외곽선입으로 어려운 경주를 펼쳤음에도 직선주로에서 근성을 발휘하는 ‘무패강자’의 모습은 차세대 황태자로 손색없는 그것이었다. 역대 더비 우승마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후 ‘무패강자’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아 최고의 자리를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한국마사회장배(GⅢ) 우승 ‘무패강자’ “내 시대가 열렸다”
‘무패강자’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대회가 바로 한국마사회장배다.
국산 1군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마사회장배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새강자’가 3연패, ‘쾌도난마’가 2002년, 2003년 2연패에 성공하며 ‘우승마=국산최강’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된 대회다.
2004년 대회엔 ‘위캔드글로리’, ‘무비한’, ‘프레쉬갤로퍼’ 등 쟁쟁한 강자들과 관록의 명마 ‘새강자’ 등이 출전해 3세마인 ‘무패강자’가 우승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대차(10마신) 우승!! 선행을 나선 ‘무패강자’는 직선주로 들어 더욱 힘을 내며 독주를 거듭했고 그 누구도 ‘무패강자’를 따라올 수조차 없었다. ‘새강자’의 뒤를 잇는 국산 최고의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고 경마팬들은 그의 시원한 질주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코리안오크스(GⅡ) 우승 ‘싱그러운’ “추입이란 이런 것”
‘무패강자’의 등장으로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3세 암말 ‘싱그러운’의 코리안오크스 우승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무패강자’ 등장 이전 암말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2002년 ‘해암장군’, 2003년 ‘하비동주’ 등이 모두 암말로 코리안더비를 제패하며 3세마 암말 우세의 전통(?)을 이어가기도 했다.
2004년 오크스에선 대물(大物)이 없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실전에선 주목받지 못했던 ‘싱그러운’(20조/배대선 조교사)이 그림 같은 추입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코리안오크스 이후 농림부장관배, 대통령배 등 큰 대회 문을 두드렸던 ‘싱그러운’은 아직도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은 3세 암말이라는 점에서 2005년 암말 경마대회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YTN배 우승 ‘언어카운티들리’ “아직 나 죽지 않았어”
그랑프리를 제외하고 하반기 유일한 외산1군 경마대회였던 YTN배는 하반기 외국산마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고 미리 보는 그랑프리의 성격까지 띠고 있어 상금이나 경주규모에 비해 그 의미가 컸던 대회다.
2003 그랑프리 우승마 ‘템피스트웨스트’를 필두로 떠오르는 강자 ‘골든아치’, ‘섭서디’, ‘스페셜러’ 등이 출전했지만 최고 인기를 모은 마필은 최강마 ‘언어카운티들리’였다. 최강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2003 그랑프리에서 3위에 머물고 2004 마주협회장배에서 5위로 무너지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언어카운티들리’는 대회 전 최고부담중량에 컨디션난조설이 겹치며 불안하다는 평가도 많았으나 팬들은 ‘언어카운티들리’의 저력에 많은 표를 던졌다.
결과는 최하위권에서 치고 나온 짜릿한 추입승!! 과천벌 최강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고 그 동안의 부진을 날려버리는 역전 홈런이었다.
2004 그랑프리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언어카운티들리’는 고질적인 구절염 재발로 경주를 포기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2004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언어카운티들리’, 2005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원해 본다.
★농림부장관배 우승 ‘무패강자’ “문세영 기수 군 입대 전 멋진 피날레”
10월에 있었던 제4회 농림부장관배는 ‘무패강자’의 아성을 더욱 견고하게 해준 대회였다. 이미 코리안더비와 한국마사회장배에서 최강임을 입증한 ‘무패강자’는 하반기 3세마 대회인 농림부장관배에서도 선행작전에 성공하며 4마신 차의 쾌승을 거뒀다. 59kg의 최고부담을 극복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최고의 화제를 모은 것은 ‘무패강자’의 단짝 문세영 기수의 군입대였다.
병역비리로 사회가 들끓었던 10월 대한의 남아로 군입대를 결정한 문세영 기수는 19일 입대를 앞두고 17일 농림부장관배에 출전해 멋진 우승을 일궈내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군 복무 중인 문세영 기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보기를 기대해 본다.
★제1회 대통령배 우승 ‘비천봉’ “내가 ‘무패강자’를 잡았다”
10월 갑자기 국산1군 강자들의 행보가 바빠졌다. 예정에 없었던 빅카드가 갑자기 이들에게 제시된 것. 제목은 ‘제1회 대통령배’, 총상금 3억원에 부활한 대통령배라는 명예가 마주, 조교사, 기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11월 14일 많은 기대 속에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최고의 스타 ‘무패강자’도 국산마의 자존심 ‘고려방’도 아니었다. 만년 2인자로 한 번도 경마대회 우승이 없었던 ‘비천봉’이 1회 대통령배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경주 내내 참고 참았던 ‘비천봉’은 직선주로에서 폭발하며 앞서 가던 ‘무패강자’를 목차로 잡아내며 ‘만년 조연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렸다.
이 대회 우승으로 ‘비천봉’은 국산마 빅3로 떠올랐고 천창기 기수는 한 해 경마대회 6승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배 우승 ‘새벽동자’ “우린 한국경마의 미래다”
우문(愚問) 하나, 더비, 오크스가 있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한국경마에 없는 것은? 정답은 주브나일(경마선진국에서 시행하는 2세마 경마대회)이다.
주브나일은 생산-육성-경주마 투입의 사이클을 원활하게 하고 생산자들에게 확고한 목표의식을 심어 준다는 점에서, 또한 미리 보는 더비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대회다.
12월에 있었던 제3회 헤럴드경제배는 한국판 주브나일로 국산 2세 준족들이 출전해 경합을 펼친 대회다.
누구도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었던 초접전 상황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예강자는 ‘새벽동자’(35조/하재흥 조교사)다. 90년대 후반 추입의 진수를 보여줬던 ‘청파’의 자마로 유명세를 치른 ‘새벽동자’는 스타성이 풍부한 마필로 신형철 기수와 호흡을 맞춰 대역전승을 일궈내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과연 ‘무패강자’를 잇는 대형스타가 될 수 있을지 2005년 경마계 관심사 중의 하나다.
★2004 그랑프리 우승 ‘밸류플레이’ “결승선 전방 100m, ‘밸류플레이’ 1등,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004 그랑프리 우승은 미국산 5세마 ‘밸류플레이’에게 돌아갔다. 5전 3승의 평범한(?) 성적으로 그랑프리에 도전했던 ‘밸류플레이’는 그 동안 보여준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폭발적인 추입력을 선보이며 6마신 차 완승을 거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좋은 혈통과 미국 현지에서의 우승경험 등으로 데뷔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밸류플레이’는 성적이나 능력 보다 정기용 기수의 6개월 면허정지 사건으로 더 유명해진 마필이다.
5전 3승을 거두는 동안 우승 아니면 3위안에도 못 드는 도 아니면 모 식의 경주를 보여줬던 ‘밸류플레이’는 그랑프리에선 ‘두 모 두 윷’ 정도를 던지는 활약을 펼치며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5년 ‘밸류플레이’가 진정한 챔피언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늘어나는 부담중량을 극복해야 하고 연승가도를 달리며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4 경마대회 결과
| 대회명 | 시행일 | 경주조건 | 우승마 (조교사/기수) | 준우승마 (조교사/기수) |
| 제6회 새해맞이 기념 | 1.10 | 국산 4세이상 1800m 핸디캡 | 위캔드글로리 (신우철/조경호) | 장축 (배대선/지하주) |
| 제3회 세계일보배 | 2.15 | 외산2군 1800m 별정 | 스페셜러 (곽영효/천창기) | 보카플라이어 (김정진/임대규) |
| 제10회 문화일보배 | 3.7 | 국산3군 3세이상 1400m 별정 | 선두타자 (강명준/방춘식) | 신해결사 (김점오/김효섭) |
| 제5회 스포츠투데이배 | 3.21 | 국산2군 1800m 별정 | 무패강자 (김문갑/문세영) | 금돌이 (이종구/우창구) |
| 제16회 뚝섬배(GⅢ) | 4.11 | 국산 3세이상 1400m 핸디캡 | 고려방 (김점오/김효섭) | 기립환호 (최영주/임대규) |
| 제11회 AJC교류 기념 | 4.18 | 외산2군 1900m 핸디캡 | 휠즈엔윙즈 (김양선/정호익) | 와이드토드 (김택수/김효섭) |
| 제12회 서울마주협회장배(GⅢ) | 4.25 | 외산1군 2000m 핸디캡 | 자비스 (박덕준/원정일) | 다이와아라지 (박희철/정호익) |
| 제15회 스포츠조선배 | 5.9 | 국산 4세이상 1800m 별정 | 세이버다크 (김순근/박태종) | 인기만점 (지용철/이동국) |
| 제7회 코리안더비(GⅠ) | 5.16 | 국산 3세 암수 1800m 별정 | 무패강자 (김문갑/김효섭) | 고속도 (배대선/지하주) |
| 제8회 HRI교류 기념 | 5.23 | 외산2군 암말 1400m 별정 | 다이아몬드디시 (양재철/박태종) | 댄시즈라이크벨빗 (안해양/천창기) |
| 제19회 스포츠서울배 | 6.20 | 국산 3세이상 암말 1800m 별정 | 어키쓰윈 (최영주/태종) | 이브의미소 (박종곤/안병기) |
| 제5회 네티즌의날 기념 | 7.18 | 국산 3세이상 1200m 별정 | 기쁜우리 (안해양/천창기) | 타워크레인 (김택수/박태종) |
| 제20회 한국마사회장배(GⅢ) | 7.25 | 국산1군 2000m 핸디캡 | 무패강자 (김문갑/문세영) | 자승가강 (신우철/원정일) |
| 제3회 굿데이배 | 8.8 | 국산2군 1400m 별정 | 주상 (김순근/박태종) | 캐릭터 (김대근/최봉주) |
| 제5회 코리안오크스(GⅡ) | 8.15 | 국산3세 암말 1800m 별정 | 싱그러운 (배대선/천창기) | 안정성 (양재철/김효섭) |
| 제4회 YTN배 | 8.29 | 외산1군 1800m 핸디캡 | 언어카운티들리 (김택수/박태종) | 도미라이더 (박원덕/문정균) |
| 제22회 일간스포츠배 | 9.5 | 국산2군 1800m 핸디캡 | 기쁜우리 (안해양/함완식) | 비천왕 (곽영효/천창기) |
| 제12회 SBS배 | 9.12 | 국산 3세이상 암말 1800m 별정 | 기모아 (김점오/이성일) | 자랑찬 (박흥진/박태종) |
| 제13회 JRA트로피 | 9.19 | 외산2군 1400m 핸디캡 | 와이즈토드 (김택수/문세영) | 워로마 (김춘근/강태현) |
| 제5회 디지틀조선배 | 10.3 | 외산2군 암말 1800m 별정 | 아너러블코드 (김택수/천창기) | 타야수에스터 (서범석/이성일) |
| 제4회 농림부장관배(GⅡ) | 10.17 | 국산 3세 1900m 별정 | 무패강자 (김문갑/문세영) | 통일대륙 (지용철/이동국) |
| 제3회 중앙일보배 | 10.24 | 국산3군 1700m 별정 | 서천장사 (하재흥/조경호) | 청운대성 (고옥봉/이성일) |
| 제8회 동아일보배 | 11.7 | 국산3군 1400m 별정 | 다이아몬드퀸 (김택수/천창기) | 영해정 (이광복/신형철) |
| 제1회 대통령배 | 11.14 | 국산1군 2000m 핸디캡 | 비천봉 (곽영효/천창기) | 무패강자 (김문갑/조경호) |
| 제3회 헤럴드경제배 | 12.5 | 국산 2세 1400m 별정 | 새벽동자 (하재흥/신형철) | 걸파워 (양재철/조경호) |
| 제23회 그랑프리(GⅠ) | 12.19 | 오픈 2000m 핸디캡 | 밸류플레이 (박대흥/오경환) | 템피스트웨스트 (박원덕/조경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