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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증권사에서 일하다 2008년 5천만 원 고료 계간 ‘문학의문학’ 장편소설 공모에서 <하늘다리>로 당선되며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한 작가 우영창(54) 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성자 셰익스피어>를 펴냈다.
그는 이 소설에서 변두리 인생으로 밀려난 40대 가장의 애환을 한 편의 슬픈 코미디로 담아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 시대 중년 남성들의 애환과 좌절을 기가 막힌 입담으로 풀어내면서도 세월도 꺾어놓지 못하는 가슴 속 한편에 여전히 남은 욕망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지난 13일 본사를 방문한 우영창 작가와 김문영 본지 발행인과의 대담을 통해 <성자 셰익스피어>의 깊이 있는 해석과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편집자주)
김문영 본지 발행인(이하 김 발행인) : 최근에 낸 장편소설 ‘성자 셰익스피어’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이렇게 모셨습니다. 소설이 아주 특이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를 견디다 못해 성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설정도 그렇고 풀어가는 방식과 문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반응이 어떻습니까?
우영창 작가(이하 우 작가) : 독자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소설이 웃긴다는 겁니다.
김 발행인 : 하하. 맞습니다. 저도 중간 중간 많이 웃었습니다만 웃기는 방식도 상당히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웃음은 어디에서 온다고 봅니까?
우 작가 : 뭐, 해학적인 문체를 사용해서 그런 건데요, 등장인물들의 허세와 턱없이 진지한 태도가 헛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나 봅니다.
김 발행인 : 인터뷰 기사를 보니 주인공 조한도를 ‘점잖은 돈키호테’라고 했더군요. 어찌 실존과 생활의 벼랑에 몰린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라는 느낌도 듭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저는 문장에서 특별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의식적으로 독특한 문체를 사용한 겁니까?
우 작가 : 비교적 전통적인 서술 방식인데요. 약간 비틀어줘서 달라 보이는 걸 겁니다. 사람들은 그걸 유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유머를 구사하는 건 상당히 힘든 작업입니다. 자칫하면 천박해지고 또 역겨워지기도 해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필요한데요. 전 변죽만 울리지 핵심에 닿는 힘이 아직 미약합니다. 대가들은 유머에 정통한 이들이 많습니다. 감히 언급하기도 외람됩니다만 톨스토이의 유머는 가히 천상의 유머처럼 느껴집니다. 그토록 엄격한 글쓰기를 하는 알베르 까뮈조차 사람들이 자기 글에서 유머를 몰라준다고 섭섭해 했다고 합니다.
김 발행인 : 까뮈 글에 유머가 많습니까?
우 작가 : 웬 걸요. 어떤 소설엔 딱 한 대목이 나옵니다. 좀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김 발행인 : 국내 작가는 어떻습니까?
우 작가 : 우린 해학적인 소설의 전통이 강합니다. 김유정, 채만식, 이문구, 윤흥길 등이 있습니다. 모두 독보적인 대가들입니다. 젊은 작가 중에도 해학적인 문체를 사용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엔 이미 일가견을 이룬 작가도 있고요.
김 발행인 : 작가님도 독보적인, 기가 막힌 입담 같은 평을 듣고 있지 않습니까?
우 작가 : 서술방식이 낯설다 보니 얼핏 그렇게도 보이는 거죠. 아직 급이 한참 낮습니다.
김 발행인 : 앞으로도 해학적인 소설을 쓰실 계획입니까?
우 작가 : 내용에 따라 해학적인 문체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허나 같은 해학이라도 성자 셰익스피어와는 좀 다를 겁니다.
김 발행인 : 아저씨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라는 평이 지배적인데 사실 그렇습니까?
우 작가 : 아, 그렇게 고정관념을 갖다 보니 판매에 지장이 많습니다. (웃음) 아저씨들은 기사 클릭만 하지 책은 잘 안 사시는 것 같고요. 오히려 아주머니들이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해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김 발행인 : ‘아저씨’라는 영화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데 소설은 아직 아닌가 보죠?
우 작가 : 주인공이 좀 찌질합니다. 멋진 구석이 별로 없어요.
김 발행인 : 아저씨가 아저씨지 뭐 얼마나 멋지겠습니까? 사실 우리 같은 중년이 읽기엔 그만인 소설 같습니다.
우 작가 : 젊은 여성이 읽으면 더 좋습니다. (웃음)
김 발행인 : 저도 문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소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만 요즘은 읽기 힘든 소설이 너무 많아서요. 다 제쳐 두고 술술 읽힌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사줄 만 하다고 봅니다. 주인공이 성자가 되기 전에 멋진 사랑을 한 번 해보겠다고 젊은 여성인 ‘몽’을 사모하는 내용이 있잖습니까. 그 부분이 상당히 흥미 있었는데 결론은 좀 아쉬웠습니다.
우 작가 : 아, 조한도의 사랑이 결실을 맺느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린 누구나 가슴 속에 사랑을 품고 삽니다. 독자들도 자기만의 몽이 있겠죠. 그 몽을 사랑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 발행인 : 그렇습니까? 몽을 한 번 찾아 나서 봐야겠군요. (웃음) 주인공이 전직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인데 연극을 좋아하십니까?
우 작가 : 오늘날 진실이 쫓겨 가다 가다 찾아드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좁고 초라한 연극 무대라고 믿고 싶습니다. 연극은 인생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진실에 대한 총체적인, 숨 가쁜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을 좋아합니다.
김 발행인 : 전직 셰익스피어 배우가 돈키호테 같은 행동을 하니 그 점이 이중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돈키호테의 진지함 그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순박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우 작가 : 반가운 지적입니다. 우린 순박함, 가공되지 않은 원형질을 많이 잃어버렸지요. 그런 게 저도 그리웠습니다.
김 발행인 : 그래서 전 이 소설이 단순히 아저씨들의 욕망과 애환 이상의 많은 주목할 만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만..
우 작가 : 그렇게 봐 주시면 저도 작품을 쓴 보람을 느낍니다.
김 발행인 : 다음엔 또 뭘 보여줄까 상당히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이신 것 같습니다. 성자 셰익스피어의 조한도 처럼 그늘진 삶에서도 유머와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작가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우 작가 : 고맙습니다. 정말 유쾌한 대담이었습니다.
<안 내>
본 대담은 경마문화 인터넷 홈페이지(www.krj.co.kr) KRJ방송을 통해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