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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또다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각종 규제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름대로 경마계는 말산업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추진하며 경마와 승마를 아우르는 통합수장이 탄생했고, 말산업이 농촌의 신 성장동력으로 기대되며 경마와 승마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연말연시를 맞이한 경마계는 본격적인 말산업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기로의 2011년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편집자주)
① 경·승마 아우르는 말산업 기틀 마련 원년
「말산업육성법」이 드디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가결되면서 국회에 상정돼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보이면서 이르면 내년 6월경이면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지난 2008년말부터 경마와 승마 등 말산업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될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하기 위해 말산업계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드디어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국회에 상정됨으로써 연내 말산업육성법 공표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말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다소 거리감이 있던 경마와 승마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김광원 한국마사회장이 대한승마협회 제2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부임 이후 말 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전국민 말타기 운동’ 등 승마대중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8월에는 한국마사회가 세계재활승마연맹(FRDI)의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마사회가 재활승마기관으로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마사회는 지난해까지 준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가 올 8월 초에 정회원으로 승격되었다. 국내에선 삼성승마단에 이어 두 번째로 정회원이 된 것이다. 마사회는 2005년부터 무료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10차수에 걸쳐 강습을 진행, 약 70여 명의 장애아동이 마사회 재활승마를 체험했다. 재활승마 강습을 받은 아동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근력이 좋아지는 등 대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② 영천경마공원 본격 추진
지난해 연말 제4경마공원으로 낙점된 영천경마공원이 올해 정식 명칭을 확정하고 서서히 건설 본격화를 위한 제반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마사회와 영천시는 경마공원 허가절차에 필요한 운영계획안을 통과시키고, 영천경마공원을 국제규모로 건설해 2015년 국제대회를 유치토록 하는 한편, 연주회와 전시회 등의 문화공원으로 조성해 가족단위 종합관광문화 인프라로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발맞춰 경북도는 영천경마공원 건설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경마장 추진지원단’을 설치해 운영을 하고 있다. 경마장 추진지원단은 행정.시설.축산.수의.마사회 등 경마장 분야의 전문가 15명으로 구성해 제4경마장 건설과 관련된 터 매입 및 보상, 도시계획, 문화재 조사, 주민이주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말(馬) 산업을 성장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말 산업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승용 말 육성센터와 말 산업연구센터, 재활승마센터 등 국책·연구기관 유치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영천경마공원 건설 추진과정에서 다소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마사회가 영천경마공원 개장이후 한국경마의 선진화, 국제화 기반 구축을 위해 3개 경마장 통합운영체계를 정립하고, 신설경마장 건설에 따른 경마산업 인프라 확대를 위해 경마 시행규모를 현 수준보다 일정부분 확대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대해 유관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마 유관단체로선 마사회가 추진중인 계획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③ 박진희 기수 안타까운 자살
올해 3월초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사랑을 받아오던 박진희(28) 기수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마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故박진희 기수는 지난 2002년 9월 21기 기수로 데뷔한 이후 통산 651전 우승 38회, 2위 47회, 3위 36회를 기록하는 등 체력적인 열세속에서도 남자기수와 같은 조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지만 지난해에는 15회에 이르는 2위 입상에도 불구하고 우승은 단 3회에 그치는 불운을 안았고, 올해에는 22회 출전에 2위 1회만을 기록하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결국 고인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박진희 기수의 사고를 계기로 부경경마공원에선 특정 조교사에 대한 기승거부가 일어나며 내홍이 장기화되었지만, 유가족의 설득으로 진정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한국마사회와 사단법인 한국경마기수협회는 박 기수의 죽음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했다.
한편 11월에는 부경경마공원의 한상규 기수가 새벽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④ 전자카드 시범 도입
지난 10월 30일부터 사감위가 사행성을 억제한다는 명목하에 강제적으로 시행케 한 경마 전자카드 “馬e카드”가 시범 도입되었다. 마사회는 “馬e카드” 회원에 가입하면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편리하게 전용공간에서 베팅을 즐길 수 있고, 구매금액에 따른 마일리지 적립(1%), 마권구매 및 입출금 내역 조회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실명과 비실명카드를 같이 운영하여 고객이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서울경마공원 럭키빌 회원실 남단(6층, 168석), 영등포 지점(9층, 202석), 중랑지점(5층, 224석)에 전용공간을 마련하여 경마팬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범 도입된 “馬e카드”는 한주 평균 80여명이 이용을 하고 있으며, 마사회는 1년간 전자카드 시범 운영을 한 후 운영실적, 고객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확대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자카드 도입에 대한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오히려 전자카드 도입에 따른 문제발생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자카드 도입에 따른 국민 기본권 침해는 제외하더라도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전자카드 도입에 따른 도박중독 예방효과 및 사행성 감소는 외국에서도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과연 마사회의 “馬e카드” 운영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⑤ 말관련 연구 활발
올해는 경마를 비롯한 말관련 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많은 변화를 보인 한해였다.
이러한 움직임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서울마주협회 강용식 회장이 중심이 된 ‘경마산업선진화포럼’의 발족이다. 한국경마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경마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양한다는 목표로 발족한 ‘경마산업선진화포럼’은 올해 4월 경마단체 대표 및 언론계, 학계 등의 대표들로 구성된 준비모임을 가지고, 5월 강용식 서울마주협회장을 대표로 사단법인으로 발족한 ‘경마산업선진화포럼’은 경마전반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통해 경마선진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공론화 및 여론화를 통해 정부의 정책변화와 한국경마 선진화 의식 확산, 국민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가고 있다.
또한 학계 및 언론계의 말관련 연구모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말산업학회(서울대경영학과 안중호 교수)가 탄생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말산업 관련 언론인 출신이 포함된 국제 말 연구소도 개원해 향후 국내 말관련 연구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말산업 관련 대학과 특화고의 확대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말산업 활성화에 따른 전문인력 확충에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⑥ 순천지점 개장 불발
재개장 승인을 받고 추진중이던 순천지점이 경마산업에 큰 악재로 떠올랐다.
5월부터 개장을 준비해오던 순천지점이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개장이 미뤄진데 이어, 담당 마사회간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농림부 관계자까지 조사를 받으며 승인 효력 여부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마사회는 2006년에 순천지점 개장 추진에 나섰다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이를 철회했고, 오랜기간 빈 건물로 방치된 순천장외발매소 건물을 매입키로 했지만, 감정가를 놓고 건물주(주식회사 팔마)와 이견이 커 결국 소송이 진행됐고, 대전고법은 지난해 11월 순천지점 재개장 추진을 조정 결정한 바 있다.
농림부와 마사회는 순천지역의 일부 시민단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화상경마장 재개장이 필요하다는 진정서가 접수되면서 지난 4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사업을 재승인하면서 당초 5월 개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득표를 위해 순천지점 개장 반대를 앞세우면서 개장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결국 지난 11월말 순천지점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 겸 건물주 이모씨(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뇌물공여)로, 마사회 김모 처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시행업체 관리이사 윤모씨를 사문서 위조 및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하며 충격을 던졌다.
순천지점은 커다란 악재로 인해 개장여부가 불투명해졌으며, 향후 장외지점 추진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⑦ 3세마 활약 두드러져
올해도 3세마들의 활약이 형님들을 앞서는 모양새가 계속되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3세마들이 경마대회에 초강세를 나타냈는데, 두 개의 빅 레이스였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3세마인 ‘당대불패’와 ‘미스터파크’가 차지했고, 1군 대회인 KRA컵 클래식(‘터프윈’), 경상남도지사배(‘당대불패’), 오너스컵(‘천년대로’) 등도 우승의 주인공은 3세마였다. 비단 1군 대회뿐만 아니라 문화일보배, 일간스포츠배, 농협중앙회장배 등의 2군 대회도 모두 3세마들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러한 활약은 그랑프리까지 이어져 3세마인 ‘미스터파크’와 ‘래리캣’의 동반입상을 낳았다.
3세마들의 활약은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2008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3세마가 경마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부산의 ‘연승대로’와 서울의 ‘나이스초이스’가 활약을 펼쳤고, 국산마 통합경주에서 모두 3세의 경주마가 타이틀을 거머지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다.
3세마의 활약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3세마가 부담중량에서 상당히 유리한 것이 첫 번째로 꼽히고, 두 번째는 삼관경주의 활성화로 해당 3세마들의 전력이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⑧ 지자체, 신디케이트 마주 모집
국내 최초로 지자체 마주와 조합마주가 탄생해 향후 마주 문턱이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사회는 올해 신규마주를 선정하면서 2개 지자체 마주와 5개 조합마주를 선정했다. 당초 마사회는 최소 5명에서 최대 20명까지 민법에 따른 조합계약을 체결하고 조합 명의로 마주 등록을 하는 조합마주를 선정하는데, 첫 해인 점을 감안해 심사제를 병행해 최대 3개팀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개인마주 신청자가 적어 5개 조합마주를 선정한 것이다.
결국 올해 신규마주중 포항시청과 장수군청이 지자체 마주로 선정되었으며, 5개 조합이 조합마주로 참여하면서 마주제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마사회는 이미 지난해 마주모집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마주로 영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다가 경마시행규정 개정과 농식품부의 난색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했으나, 지난해 연말 시행규정을 개정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법인마주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올해 본격적인 지자체 마주의 탄생으로 지자체가 경마산업의 파트너로 나서게 돼 향후 국내 말산업 발전에 큰 전환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⑨ 민간목장 활발한 움직임
2010년 생산분야에서 중요한 화제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단연 민간목장 씨수말 ‘크릭캣’의 첫 리딩사이어 등극이다.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생산초기부터 아직까지 국내경주마 생산의 근간은 한국마사회가 수입해 소유해 왔던 씨수말이 주(主)가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만 해도 6년여에 걸쳐 한국마사회 소유 씨수말 ‘디디미’와 ‘컨셉트윈’ 두 걸출한 씨수말이 각각 3년씩 리딩사이어에 번갈아 올랐듯이 그들의 꾸준한 강세는 당연지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올해는 철옹성 같던 벽이 민간목장에서 수입한 씨수말 ‘크릭캣’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최초의 경마 시행체가 등장한 이후 약 88년간 이어져온 국내경마 역사상 첫 민간목장 씨수말의 리딩사이어 등극은 국내경마 발전에 큰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남다른 의미가 더 해지고 있다.
이러한 민간목장 씨수말의 활약에는 최근 생산분야가 마사회 주도에서 차츰 생산자 주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국내 경주마 생산분야는 질적 성장을 높이기 위해 수년에 걸쳐 우수씨암말의 도입을 장려하고, 생산자 자체로 씨수말을 도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민간목장의 움직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후기육성 사업에도 뛰어들어 제주와 내륙 생산자가 연합해 장수육성목장에서 후기육성사업에 돌입했다. 당장 큰 결과물이 나타날지는 미지수지만, 오랜기간 마사회에 의존하던 경주마 생산이 차츰 생산자 주도로 변화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변화로 볼 수 있겠다.
⑩ ‘동반의강자’ 그랑프리 3연패 좌절
주저없이 서울경마공원 최강마로 꼽히며 최다연승 기록을 경신할 수 있으리란 기대속에서 2010년을 맞이한 ‘동반의강자’는 바람에 걸맞게 순항을 지속하다가 의외의 암초에 걸리며 연승행진을 마감했고, 3연패 도전에 나섰던 그랑프리에서도 부진한 성적으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 2009년 단한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숨가쁘게 10연승 가도를 달렸던 ‘동반의강자’는 올해 1월과 4월 일반경주에서 63kg이라는 무지막지한 부담중량속에서도 연승행진을 12승으로 늘렸고, 부산경남경마공원으로 무대를 옮겨 13연승 도전에 나섰지만 결승선직선주로에서 급격한 외곽사행이라는 암초에 걸려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곧이어 10월에 펼치진 KRA컵클래식 경마대회에선 63kg으로 2위를 기록하며, 부담중량이 낮아지는 그랑프리 3연패에 대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며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동반의강자’의 유일무이한 그랑프리 3연패 도전은 7위라는 부진속에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