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차돌맹이 작은 거인 , 김경진 기수  
‘선창’, 경주에 눈을 띄게 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갓 데뷔전을 치른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차돌처럼 단단한 외모에 대단한 승부근성을 보여주고 있는 김경진 기수를 만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96년 6월 경마공원에 새 흐름을 주도할 주역들이 대거 등장을 했다. 바로 17기 기수들이었다. 오명섭, 박수홍, 양희진, 강경식 등 후배기수 돌풍의 핵을 이루고 있는 주역들이었다. 17기 멤버중 하나인 김경진 기수는 99년부터 1년간 경마공원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확고해진 신념을 보여주며 재기에 성공했다. 2000년 9월 복귀하면서 내리 2연승을 거두며 놀라운 승부욕을 보여준 것이다.
김기수는 신인시절부터 다부진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동기들 때문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수습기수로서 마사회가 선정하는 월간 MVP에 선정되는 등 자신만의 팬을 확보하기도 했다.
탄탄한 기승술에 승부근성이 배가돼 믿음을 주고 있는 김기수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은 첫 소속조였던 8조의 ‘성찬’이다.
경주로에 데뷔한 지 정확히 10전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성찬’에 기승하면서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가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기승했던 말중 가장 좋은 마필이었기 때문이었다. 능력도 있고 감량이점이 있었지만, 경주중 끄는 악벽이 있어 걱정을 했었다. 걱정대로 실경주에서 끌었기 때문에 외곽으로 진로를 변경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말을 제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4코너에서 진로가 열리면서 추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김기수는 ‘아! 말을 탄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즉 첫 승을 기록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기수로서의 감각을 맛보게 된 것이다.
평생을 간직할 첫 승의 설레임이 어려움을 이기고 다시금 정상에 도전하는 김기수를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그가 기승한 마필중에선 ‘태일성’을 손꼽는다. 크지 않은 체구임에도 근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베리파이더펀즈’다. 너무나 영리해 경주를 알아서 뛰었던 마필로, 기대가 높았음에도 다리가 약해 생각보다 일찍 퇴사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던지 크고 작은 계획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 등등. 그러나 김기수는 거창한 계획을 마련하기보다 자신의 앞에 주어진 삶에 충실하겠다고 한다.
8월부터 13조로 옮기면서 또하나의 새로운 시작점을 마련한 김경진 기수는 한올한올 굳건한 발판을 만들어 갈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