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작은 거인, 임대규 기수  
‘뭉게구름’, 최고를 향한 꿈을 선사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갓 첫 승에 도전하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그 어느 경주보다 기억이 남다를 것이다.
이번 호에는 서울경마공원에서 가장 작은 신체조건이지만 탁월한 승부근성을 보이며 대활약을 펼쳐온 임대규 기수의 첫 승에 대한 기억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임대규 기수는 서울경마공원의 ‘작은 거인’으로 불리운다. 통상 ‘작은 거인’이란 애칭은 작은 신체를 가졌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에게 붙여진다.
임의 기수 데뷔는 결코 수월치 않았다. 기수양성소에 12기로 데뷔했으나 기수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을 위협받을 정도의 큰 부상으로 인해 1년여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데뷔를 한 것이 현재 한국경마의 파워군단인 13기였다.
대부분 신인시절이 그렇듯이 설레임으로 경주에 출전하게 되었고, 조금은 첫 승에 대한 기다림이 지쳐갈 무렵에 그에게도 첫 승이 찾아왔다.
소속조는 아니었지만 한때 후보생 실습을 했던 44조의 경주마로 생각지도 않게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기승을 시작한지 20승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부상을 딛고 어렵게 시작한 기수생활의 고됨이 일시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경주를 펼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랜 기억속의 단편으로 남아있는 아련한 기억이다.
첫 승을 안겨준 ‘뭉게구름’은 비록 380kg대의 얇은 마필이었지만 이후에도 그에게 3승을 안겨주었다. 낮은 등급마였지만 거의 의도한대로 레이스를 펼쳐준 행운마로 최고 기수가 되겠다는 꿈의 토대를 마련해준 ‘뭉게구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신의 일부가 되었다.
임기수 하면 거의 모든 경마팬은 ‘지구력’이란 명마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많은 경마대회 출전과 그랑프리 우승을 안겨준 뛰어난 마필이지만, 그는 ‘지구력’을 떠올릴 때마다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부상을 당해 6개월이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고 돌아왔을 때 영광의 순간을 같이 했던 ‘지구력’이 경주마 인생의 끝을 쓸쓸하게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기수에게 있어 최고의 명마는 ‘파초’라는 마필이다. 신인기수 티를 막 벗기 시작했을 때 만나서 데뷔전 우승으로부터 시작해 특별경주 3연속 입상을 안겨 주며 기승술에 눈을 뜨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슬럼프에 있는 임기수는 아직은 완쾌되지 않은 몸으로 경주에 나서고 있다. 물론 경주를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기승횟수에 부담을 가져야 하는 지금, 컨디션 조절에 주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믿고 비상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