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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철폐로 전체 경마산업 발전해야 휴양산업도 전망 있어
경주마도 쉬어야 한다. 많게는 한 달에 두 번 전력을 다해 경주로를 질주한 경주마는 다음 경주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다만 경마공원 내부 마방은 말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므로 외부 목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경주마가 외부 목장에서 쉬는 것을 ‘경주마의 휴양’이라고 부르고 있다.
경마팬들의 경주 추리에 있어서 휴양 여부는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마주와 조교사들에게 있어서도 경주마의 휴양은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주마 휴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현황과 휴양산업의 향후 전망을, 경주마 휴양목장인 송암축산과 궁평목장 방문을 통해 취재했다.
휴양두수는 상승추세이나 원재료값 상승으로 고충
일반적으로 경주마 목장은 그 용도에 따라 생산목장, 육성목장, 그리고 휴양목장으로 구분되지만, 단순히 하나의 사업만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휴양목장으로는 수도권의 궁평목장(대표 류태정), 송암축산(대표 지원철), 흙마축산(대표 조용찬), 태극호스파크(대표 신승렬)를 들 수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는 다양한 말 목장에서 휴양마를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 개장한 함안군 경주마휴양조련시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주마 휴양은 주로 경주마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 및 질병 치료 목적으로 실시한다. 단순 컨디션 조절 목적의 휴양마는 초지 및 패독에서 방목을 실시하여 쉬게 하고 워킹머신을 활용하여 기본적인 체력훈련을 병행한다. 한편 치료 목적의 휴양마는 수의사의 진료에 따라 질병 치료를 하며, 질병 및 부상의 완쾌 후 체력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휴양목장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계약을 맺은 수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송암축산의 홍수건 목장장은 “대체적으로 조교사의 요청대로 처리하는 편”이라며 “우리 목장의 경우 자체 보유 발주기를 통해 발주 악벽 교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궁평목장의 이용준 팀장은 “우리 목장은 연맥(귀리)을 직접 발아시키는 시설을 운영하는 등, 최상의 사료 급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휴양목장의 소득원은 주로 휴양마의 마주가 지급하는 마필 위탁관리비이다. 그 외 운송비, 마필진료비, 장제비 등은 위탁관리비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청구된다. 휴양마 입사두수는 꾸준한 상승세이다. 궁평목장의 경우 올해도 전년 대비 15% 정도 증가 추세라 한다. 휴양마 증가의 원인은 경마공원의 마필 관리두수 증가와 함께, 마필 휴양에 대한 마주들의 인식 변화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위탁관리비는 소폭 인상에 그친 반면, 비용 부담은 크게 늘어 목장의 매출과 수익은 답보 상태이다. 송암의 홍 목장장은 “최근 건초와 사료값이 많게는 70% 이상 뛰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위탁관리비를 단기간에 인상하기 어려운 여건상 당분간 이익을 늘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안정적이나 앞으로는 글쎄...
현재 서울경마공원 소속 경주마들에 대한 휴양시장은 소수업체 간의 경쟁이지만 치열한 영업 싸움보다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궁평의 류태정 대표는 “크게 광고나 영업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신마 경매 시 홍보를 하는 정도”라고 밝히며 “앞으로 목장간의 경쟁은 휴양후 착순률 등 마필 성적 및 관리 측면에서의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주마 휴양산업의 발전 전망에 대해서는 두 목장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현재 마주 및 조교사들의 인식 변화로 마필 휴양두수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경마에 대한 매출 규제 때문에 전체 경마산업의 규모가 단기간에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영천경마공원의 개장 역시 호재로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송암의 홍 목장장은 “영천경마공원 개장 이후에도 당장은 마방 두수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휴양마 두수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천의 안정화 이후에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서야 매출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궁평의 이 팀장 역시 “영천경마공원이 장기적으로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에서 논의되는 대로 3개 경마공원의 순환경마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영천경마공원의 개장은 우리나라 경마산업 규모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또한, 경기도와 마사회가 추진 중으로 화성 간척지(화옹지구)에 건립 예정인 ‘축산 R&D 및 말산업 육성시설’ 역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설에는 큰 규모의 경주마 조련단지가 건립될 예정이다. 송암의 홍 목장장은 “아무래도 시장 판도에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으며, 궁평의 이 팀장 역시 “경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면서도 “일부에서는 화옹지구의 시설은 신마 트레이닝 위주, 기존 목장들의 휴양 시설은 경주마의 휴양 전문으로 차별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도 하다”며 역할 분담에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경마 규제 철폐해야 경마산업 발전한다
송암축산과 궁평목장 관계자들은 모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경마 규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경마의 산업적 측면을 이해하고 모든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 한 것이다. 그래야만이 휴양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경마는 단순한 도박산업이 아니라, 경주마 생산 등의 1차 산업부터 경주 정보 및 예상 등 4차산업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산업이다. 경주마는 그 출생부터 경주마로의 활용, 그리고 은퇴 이후 승용마로의 재활용 등의 과정을 통해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한다. 특히 최근 FTA와 구제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에게 말 생산은 훌륭한 대안이다. 이렇게 경마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선진화된다면, 경마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의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경마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하나의 산업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승열 기자 wang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