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중단사태가 빚어진 이후,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경마산업에 관한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에서도 경마상금 책정방식에 관한 재검토는 이제부터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경마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지난 93년 세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단일마주제를 폐지하고 개인마주제로 전환함으로써 한국 경마는 고속 성장의 길로 올라섰다.
현재 경마산업은 연간 매출액 3조원 돌파, 팬 1천만명 시대를 여는 등 국내 그 어떤 스포츠보다 규모면에서 우위를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경마 시행과 관련한 각 유관단체의 충돌, 경마산업의 메카니즘 이해부족, 불합리한 각종 제도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으며 무엇보다 경마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할 정책 결정자들이 전혀 경마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하에 중요한 정책을 결정함으로써 고속 성장 이면에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경마 선진국으로의 발돋움을 앞두고 극도의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경마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경마산업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상금은 경마산업의 근간이 되는 메카니즘이다!
지금의 상금체계 무엇이 문제인가
경마상금에 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시점은 개인마주제 전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주 역할과 시행체 역할을 모두 마사회가 담당하고 조교사, 기수 역시 마사회 소속 직원이던 단일마주제 시절에는 경주상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금의 규모 역시 경마시행을 위한 비용의 일부였고 시행체는 모든 예산을 총괄하며 그 속에 근로자(조교사, 기수, 관리사)의 임금과 각 경주당 상금 규모를 일괄적으로 책정(원가산출방식), 문화관광부와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받는 정도였다.
이는 우승열패를 원칙으로 하는 경마의 본질을 망각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절름발이식 경마시행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면서 부터는 경마상금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했다.
우승열패의 원칙에 따라 매 경주 최선을 다 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조교사를 비롯한 기수, 관리사(심지어는 마주들 조차)들의 생계가 유지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2의 투자, 즉 마필구매가 가능해지는 게 바로 개인마주제 시스템 아래서의 경마 메카니즘이기 때문이다.
상금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그 종사자들의 생계비도 올라가므로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의 경마부정 소지도 상당부분 줄어들게 되고 마주들에게는 우승열패에 따라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게 되면 그만큼 재투자를 위한 여건이 마련돼 질좋은 경주마 도입도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경마상금은 경마산업을 총망라하고 그 나라의 경마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경마시행에 있어 경마상금 책정방식은 단일마주제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어 유관단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경마정책과 경마시행을 관장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경마상금이 경주마 생산지원을 시작으로 2·3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파급된다고 생각하지 못한채 단순히 마주의 경영수지 또는 조교사를 비롯한 종사자들의 임금이라고 치부해 버리는데서 경마산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현행 경마상금 체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상금규모를 원가계산 방식(마필구입비·위탁관리비·재투자 준비금과 같은 마주경비, 마필관리자 인건비, 경마시행 규모 및 시행체 지출여력, 자국의 경마정책비,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채택, 그러면서도 원가의 상당부분을 축소 책정함으로써 마주들의 경영 악화가 가속되고 이에따라 재투자 의욕마저 떨어뜨린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마필관계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감으로써 부정의 의혹에 말려들지 않도록 인건비가 책정돼야 함에도 현재의 실정으로는 그렇지 못한 점, 경마환경이 열악하고 각종 규제로 묶여있어 경주마의 자율분양마저 어렵다는 현실을 도외시한채 무리하게 선진국의 경마상금 시스템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들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마주들의 경영수지를 경마상금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는 여타 경마선진국과는 달리 현역 활동을 끝마친 경주마들이 생산에의 재환류가 이뤄지지 못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정률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탄력적인 정률제가 바람직”
상금지급 방식을 두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이 속출하자 자연스럽게 현행 정액제 상금지급방식보다 매출액에 비례하는 정률제 방식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마가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상금배분 방식을 정률제로 채택하면서 부터였고 이후 일정수준에 올라서자 다시 정액제로 제도를 변경한 바 있다.
따라서 정률제를 원하는 경마관계자들은 전년도 매출액에 일정률을 적용, 상금의 총규모를 결정하면 경마시행 결과에 대한 경마 각 주체들의 책임성을 강조할 수 있는 한편 내년도 상금의 예측이 가능해지므로 상금 주체들의 안정적인 계획 및 대비도 가능해져 경주마의 질적 향상에 중점이 주어질 수 있게 된다고 그 타당성을 역설한다.
정률제가 이뤄진다면 경마의 매출액에 대비해 상금 부분도 일정 부분 향상될 것으로 기대돼 마주들의 재투자 의욕을 고취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산마 생산이 양적,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고 우수한 외국산마의 도입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률제 시행 역시 어느 정도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데, 경마 매출액이 매년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게 아니라 급격히 이뤄짐에 따라 경마종사자들의 과다한 임금책정도 감당키 어려워지는 시점이 올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일본 경마의 경우, 정률제 시행으로 급격한 경마시장 팽창과 질적 향상을 이뤄낼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국산마의 과다 생산, 인건비의 과다 책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이내 정액제로 전환했던 예가 있다.
이에 대해 정률제를 주장하는 관계자들은 탄력적인 정률제, 즉 매출액 상승 부분에 대해 일정률만 상금 부문에 반영시키는 한편, 정부 주도하에 영향력있는 기관이 매출액 증가분을 마필 재투자 쪽으로 배분한다면 무제한 임금 상승을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을 뿐아니라 원활한 경주마 공급까지 이룰 수 있게 된다며 정률제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 주도하에 자율권과 영향력 갖춘
경마상금위원회 구성의 필요성
현행 경마상금 지급방식은 앞서 밝힌대로 원가반영식이다. 문제는 이런 지급방식 자체에서 발생한다기 보다 문화관광부나 기획예산처가 공기업에 일률적으로 총 비용의 가이드라인(Guide Line)을 정해놓고 그 범주 안에서 상금규모를 책정한다는 데에 있다.
개인마주제 체제에서는 상금의 규모와 지급 방식 등을 시행체가 정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음에도 현행 제도는 시행체인 한국마사회가 최소한의 원가를 정해 정부로 부터 승인을 받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더욱이 세부적인 문제점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어도 마사회가 일련의 관장권과 영향력, 결정권 등을 갖지 못해 유관단체들의 불만을 끌어안은채 상금체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3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결정권있는 국가 기관이 경마산업의 중요한 정책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룸으로써 각 단체의 불만을 해소하고 경마산업 역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3기관은 마사회, 마주협회, 조교사·기수협회등 일부 단체에 치우쳐서는 안되고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과 마사회를 비롯한 각 단체의 실무자로 구성돼야 하며 자율권과 객관성, 영향력 등이 전제돼야만 제 구실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같은 대안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경마산업에만 유독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시각변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한국경마 환경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지난 22년부터 시작된 한국경마는 93년 8월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면서 경마선진국형의 새로운 틀을 완성하게 된다. 물론 양적인 면에서도 연간 매출액 3조원 돌파, 입장인원 1천만명 기록 등 세계 8위에 해당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경마 운영과 제도, 각종 규제는 별 변화없이 지속돼 선진경마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에대한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

1. 기반시설 부족노후화 심각

경주마의 전용 트레이닝센터도 없이 과천경마장 내에서 연중 훈련과 경주를 시행하기 때문에 시설 개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경주마의 휴양시설도 물론 별도로 없는데다 현역 경주마와 휴양마 등이 동시에 수용됨으로써 마방수 부족을 초래하며 경주마의 질적관리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경주로의 계속된 사용과 배수 불량은 주로 지면을 거칠고 단단하게 만들어 경주마의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 국산 경주마 생산기반 취약

국산마 경매의 시작과 더불어 점차 경매제도가 정착되며 생산 분야는 활발해 지고 있으나 실제로 협소한 목장 환경과 육성·훈련시설 부족은 높은 생산비 부담을 초래하고 저질의 국산마 생산도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경주마 은퇴후 생산환류가 어렵기 때문에 마주들의 재투자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
이밖에도 현재까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실정이라 마주의 자유선택 의지가 상당부분 제한 받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 경주마의 질적 저하 심각

경마기반 시설 미흡과 극히 낮은 경마상금으로 인해 함량미달의 저급마 수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또한 마주들의 자유경쟁과 의지에 의해 도입되는 게 아니라 추첨에 의한 분양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뿐만아니라 퇴마율이 저조해 능력부족인 마필들이 적체되는 한편, 상금에 신마 가격이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원활한 공급과 퇴진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경주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마상금의 발전사적 개념

경마가 태동한 11세기경에는 경마상금이 상호합의에 의한 조건으로 상금의 형태는 금전이 아닌 마주상호간 합의한 유·무형 조건이었다.
그 후 15세기를 전후해서는 마주상호간에 건 돈(Stakes)이 상금의 형태로 자리잡았고 17세기 이후에는 시행체가 내건 돈(Added money)과 마주상호간에 건 돈이 복합돼 상금으로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은 시행체가 내거는 상금이 거의 전부이고 마주가 거는 돈은 출마등록료라는 형태로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