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문화 선정 2000년 10대 뉴스
―경마중단 비롯해 대형 사고 잇달아
―경마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논의도 이어져

2000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경마계를 강타했다.
매출액 30% 신장, 2년 연속 입장객 1천만 돌파 등 외형지표의 두드러진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처를 남긴 2000년은 뼈저린 교훈을 남겼고 앞으로 이를 풀어가는 게 경마계의 숙제라 할 수 있다.
올 해를 마감하며 2000년 경마계의 10대 뉴스를 선정해 본다.
<편집자>

◆사상 초유의 인위적 경마중단 사태 발생
-조교사협노조와 마사회 간 마찰, 경마팬 소요까지 빚어져
지난 5월 7일(일) 서울 경마공원은 사상 초유의 인위적 경마중단사태가 발생, 흥분한 경마팬들로 인해 마주실의 각종 집기가 파손되고 일부 경마팬이 구속되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마사회와 조교사협노조 간 임금교섭 결렬은 7일 예정됐던 12개 경주 중 10개 경주를 취소하는 사태를 야기했고 이에 흥분한 경마팬들은 마사회장실을 비롯한 기수협회 사무국, 조교사협노조, 마주실 등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경마팬들은 마주실의 대형 모니터와 의자, 테이블 등을 내던지고 유리창을 부수는 등 점점 상황은 악화돼 갔다.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이날의 소요가 마무리됐고 이후 잠정적 경마중단을 선언했던 마사회는 그러나 조교사협노조와 재협상에 돌입해 그동안 임금교섭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제도전환합의서 폐지와 2000년 임금교섭안 폐지’를 이끌어내, 곧바로 다음주부터 경마를 재개했다.

◆전산사고…배당률 게시대 17분간 정지, 혼선 빚어
-경마팬 마권취소 및 경주취소 요구
지난 1월 30일에는 마사회의 주전산기 과부하로 배당률 게시대가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 경마팬의 빗발치는 항의가 따랐다.
이날 사고의 발단은 마권 매출이 급격히 몰리는 제10경주 직후 11경주 발매가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10경주 적중마권의 환급건수와 11경주 마권 구매건수가 평상시보다 30만건 이상 늘면서 폭주, 주전산기가 과부하에 걸리게 됐고 이에 따라 경마공원 배당률 게시대는 발매시작 후 22초만에 정지, 초기 화면이 17분간 계속 제공됐다.
잘못된 배당률을 보고 마권을 구매한 경마팬들은 뒤늦게 잘못된 것임을 알고 마사회에 구매 마권의 취소 및 환불, 경주취소를 요구했으나 관련 법규에 근거, 경주 취소 및 마권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을 마사회가 밝혔다.
따라서 마사회는 차후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환급 전담 프로그램의 메모리를 증설하는 한편, 마권발매 제반 법규를 검토해 경마팬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했다.


◆박태종 기수 7백23승 돌파, 최다승 기록 수립
-86승으로 단독 선두, 장기 독주 채비 갖춰
새로운 밀레니엄은 준비된 기수, 박태종을 위한 것이었다.
다승, 승률, 복승률 그리고 상금 부문까지 싹쓸이에 나선 박태종 기수는 지난 10월 14일 마침내 7백23승 고지를 넘어서며 한국 경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것.
김명국 조교사가 현역시절 세웠던 다승 기록은 박태종 기수에 의해 경신됐고 이제는 1천승 대기록을 바라볼 수 있게됐다.
근면 성실하게 기수로서 정도를 걷고 있는 박태종은 매달 꾸준히 7∼10승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를 견제할 만한 상대가 없어 장기독주 채비를 끝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박태종을 빼고 한국 경마를 논할 수 없다는 어느 경마팬의 말처럼 그는 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신화로 남게됐다.

◆국산마 2년 연속 그랑프리 제패
-‘즐거운파티’ 예상 뒤엎고 2000 그랑프리 차지
-2세마 대회 신설, ‘새강자’15연승 기록, ‘자당’연승 행진 등 국산마 강세 두드러져
새천년 그랑프리, 출전두수는 11두에 불과했지만 출전마 면면은 역대 그랑프리 중 최고의 편성으로 평가될 정도로 치열한 한판승부를 예고했다.
각종 대회 우승마가 총 집결한 가운데 유일한 국산마 ‘즐거운파티’는 최저 부담중량이라는 이점을 안고 2300m를 역주, 멋진 역전 드라마를 성공시키며 지난해 ‘새강자’에 이어 국산마의 그랑프리 2연패를 일궈냈다.
2000년은 최근 이어지는 국산마 강세를 그대로 이어간 한 해였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코리안 옥스배(3세 암말), 한국판 쥬비나일 경주인 MBC배(국산 2세마) 등이 신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한 11월에 있은 국산마 경매에서는 4천8백60만원의 초고가 경매마가 탄생해 내년도 점점 치열해지는 국산마 판도를 가늠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명실공히 한국판 3관경주의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쌍승식 시행
-20년 만에 쌍승식 부활, 다양한 승식 도입 필요
경마의 묘미를 배가시키고자 하는 경마팬의 다양한 욕구로 인해 지난 5월 6일에는 20년 만에 쌍승식이 부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일일 3개 핸디캡 전문위원이 지정한 경주에 한해 쌍승식 마권 발매가 이뤄졌는데 아직까지는 복승식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지만 시행 첫 해임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위와 2위마를 순서대로 적중해야 하는 쌍승식은 적중의 어려움과 비례해 배당 역시 높은 편이어서 선진 경마시행국의 경우 매출액 면에서 복승식을 이미 앞질렀다.
그러나 편성의 박진감이 떨어지는 경주가 대부분이어서 쌍승식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은 되새길만 하다. 또한 일일 3개 경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경륜이나 해외 경마시행국처럼 전 경주로의 확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일 매출액 5백억원 돌파
-연간 매출 4조원, 2년 연속 입장객 1천만 기록
올 한 해 경마산업의 외형지표를 점검해 보면 일일 매출액 5백억 돌파, 총 매출 4조원 돌파, 일평균 입장인원 12만명 돌파, 2년 연속 경마팬 1천만 돌파 등 30% 이상 신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여름 야간경마 기간에는 대대적인 홍보전략과 경마축제의 자리매김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 경마일 하루 15만명 입장객 기록이라는 흥행을 일궈냈다.
이같은 결과는 경쟁산업인 경륜의 급성장과 카지노 개장, 급격한 경기하강이라는 악조건 속에 이뤄진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마산업이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수한 경주마 도입으로 경주질을 개선하는 한편, 쾌적하고 산뜻한 환경에서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성인 레저공간으로써의 우위를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광주지점 오픈, 부산·경남 경마장 건설 등 지방화 시대 활짝
-제2경마장 2004년 개장, 경마저변인구 급격한 확대 기대
한국마사회 25번째 지점이자 경마 지방화 시대의 교두보 광주지점이 지난 4월 22일 광주시 동구 계림동 대림테크노랜드에 개장했다.
마사회 광주지점은 호남권은 물론 서울 이남 경마팬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됐고 개장 첫 날부터 대성황을 이뤄 경마 저변 인구 확대에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장 전부터 지역 정서의 반발이 심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광주지점은 그러나 마권세로 인한 세수확보, 경마종사자 필요에 의한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면이 부각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오는 2004년 개장할 부산·경남 경마장 건설이 착공에 돌입해 명실공히 경마 전국화 시대를 예고한다. 과천 경마장과 유사한 규모와 시설을 갖출 부산·경남 경마장이 개장하게 되면 경마의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저변 확대, 대규모 고용 창출 등 기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마공원 전광판 모니터 고장
-더위에 지친 경마팬들 “이중고”, 경마팬 서비스 소홀 지적하기도
지난 7월 1일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편, 경마공원 전광판 모니터까지 고장을 일으켜 그동안 경마팬 서비스를 강조해왔던 마사회의 ‘고객제일주의’를 무색케했다.
경마공원을 찾은 경마팬들은 불볕더위에 시달리는 동안 전광판마저 제구실을 못하자 갑갑함을 호소하며 마사회의 서비스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마사회는 올 초부터 그동안 사용했던 전광판 모니터의 수명이 다된 것으로 판단, 교체 작업을 추진해왔으나 업체 선정에 난항을 겪어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
대형 모니터의 고장으로 경마팬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마사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동형 모니터를 임대해 설치, 경마공원을 찾는 팬들에게 경주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마사회는 업체 선정을 마치고(대한매트릭스) 구형 모니터의 해체작업을 완료, 신규 모니터의 설치작업에 돌입했으며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전광판 교체사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경매무산, 생산 농가 불만 포화
-생산자마주 참여 확대, 마사회 농림부 이관등 요구
경주마 생산 농가에 있어 2000년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같은 한해였다.
마사회와 마주협회 간 상금협상 결렬로 마주들이 경매 참여를 보이콧하며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됐어야 할 경매가 11월에 단 한차례로 그치고 만 것.
그나마도 낙찰률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경매 시행 자체에 대한 생산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경주마 생산자들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경매 시행의 주체이면서도 두 거대 집단-마사회, 마주협회-의 싸움에 휘말리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라며 생산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생산자들은 또한 경주마 생산 기반 마련을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 일환으로 당장 내년부터라도 생산자의 마주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을 적극 추진해 생산 농가에 대한 확실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와 마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교육세 인상
-올 하반기 최대 이슈로 부각, “더이상의 환급률 저하는 없어야 한다”
올 하반기 경마관계자들의 최대 이슈는 단연 마권세에 부과하는 교육세 인상이었다. 교육세 인상은 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지만 타 세목과의 형평성과 경마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환급률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마권세의 교육세 인상은 부당하다는 게 경마계의 의견이다.
정부는 당초 현행 마권세의 5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80%까지 인상할 방침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었으나 관련 단체와 경마팬의 반발이 우려되자 60%로 확정, 국회에 입법 예고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 92년 20%였던 교육세율을 50%로 인상하던 당시 2000년 12월 31일까지로 한시세율임을 못박은 바 있고 2001년부터는 당초 세율이었던 20%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같은 정부 방침을 어기고 또다시 교육세를 인상한다면 경마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며 특히 인상분이 고스란히 환급률 저하로 이어진다면 경마팬의 반응은 더욱 냉담해 질 것으로 우려된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