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민영화 이제는 검토해야 한다Ⅱ>
―경마산업 위해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
―경영 환경 개선과 정책 및 비전 제시로 도약의 발판 마련해야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미흡...돌파구 마련 시급


한국마사회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사회 전 부문이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시장경쟁원리가 본격화됨에 따라 정부의 감리감독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분야는 더 이상 발전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더 이상 경마는 독보적인 성인 레저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짧게는 경마발전 10개년 계획을 통한 중장기 발전안을 세우고 그 중에서도 특히 탄탄한 경주마 육성책을 마련·실천하므로써 경주질부터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72%에 불과한 경마팬에 대한 환급률도 당장 80% 수준까지 끌어올려 경마팬이 감당해야 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작은 것부터 경마팬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만 경마장에서 떨어져나가는 경마팬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다.
마사회를 비롯한 경마 관련 단체 및 관계자들은 한국 경마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제도적인 부분, 경마시행에 관한 세부적인 부분, 그리고 경마팬 서비스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개선안 등 아이디어는 많지만 이를 이끌어주고 적극 반영해주는 정책 입안자의 역할이 너무 작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마관계자들은 근본적인 것부터 개혁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경마산업을 아예 없애버리든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된 경마를 시행해 경마산업의 위상을 정립해야 할 때다. 그 출발은 경마산업의 민영화 및 규제완화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편집자>


1. 민영화, 절차상의 문제는 없나
앞서서 민영화를 추진했던 여타 공기업의 실태를 살펴보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민영화 사업 추진을 했을 경우 많은 부작용이 발생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거시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구상과 예견이 전혀 전제되지 않고 정부의 개혁조치의 한 방편, 혹은 정치적인 의도로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정착 필요한 부분의 개혁은 이루지 못하고 용두사미식 단발성 개혁으로 마무리되는 예가 많았다.
또한 민영화 추진 이후 오히려 경영 악화를 불러 일으킨다거나 시장의 독점적 지배를 유발하기도 하고, 대주주가 존재할 경우 무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해도 정부의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돼 종사원들에게는 많은 위험 요소를 떠안기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정부가 현재 추진하려는 공기업의 민영화 사업 역시 당초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기업적 환경이 다른(정부 입장에서 보면 사행성 오락산업) 경마산업은 첫 단계부터 제외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절차상의 문제다. 실제로 민영화 추진 중에 발생할 갖가지 문제에 대해 미리 해결책까지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나, 막상 일이 발생한 후 해결점을 모색하는 것은 소모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매각 방식도 민영화 절차 중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각 공기업마다 약간씩 특성이 있으므로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장애 요소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획일적인 방식으로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는 왜 민영화 해야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이다. 즉, 막연히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경마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게 민영화라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곤란하며 민영화를 통한 구체적인 경마발전안이 마련된 후라야 성공적인 민영화 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 위험요소는 무엇인가
경마산업의 민영화로 인한 가장 큰 위험요소는 생산분야의 지원문제다. 경주마 생산이 경마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단초라는 것은 인식하지만 실제적으로 대주주가 시장경쟁을 통해 매출액 증대만을 꾀하려한다면 장기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경주마 축산 부문의 지원은 결실에 비해 너무 커보인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 따라서 당장 민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다해도 이 부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가 여타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민영화에 따른 생산·공급의 차질과 공익 저해, 산업의 상업성 여부 등인데 경마산업은 그 특성상 국민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주마 생산이 있기는 하지만 여타 축산 부문에 비해 규모도 적을뿐더러 경마산업 자체가 오락을 제공하는 레저산업이기 때문에 굳이 정부가 ‘안정적인 생산·공급 유지’라는 명목으로 공기업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분야다.
또한 상업성 여부에 있어서도 경마산업은 충분히 성공 여지가 많은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독점으로 시행하면서 권한을 주기보다 성장 억제책을 써왔던 그동안에 비해 민영화가 이뤄지게 되면 경쟁이 허용되면서 대기업 혹은 막대한 자본의 활발한 시장 진입을 기대할 수 있고 이와 더불어 외국 경마시행체들의 국내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3. 조속한 민영화 추진을 위한 방안
공기업이 모두 그렇지만 마사회 역시 자산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민영 기업에 비해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자본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내에 민영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조조정 및 개편을 통한 조직재정비가 따라야 하고 경마 관련 단체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
또한 고용조정과 축산농가 지원 등에 있어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단 자산을 매각, 자본을 감소시킨 후 투자계획을 시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지분 매각은 민영화의 중요한 절차이며 장·단기적 증시 상황과 정부의 매각수익 극대화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정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마사회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며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구체적인 민영화 추진 방안을 위해서는 민영화 전담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영화는 경마산업의 장기적인 발전방향과 발맞춰 추진되야 하므로 물론 경마산업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혹은 하게될 계층이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도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와 관련된 각종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과 사업집행을 동시에 담당할 수 있는 「민영화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기존 조직과는 별도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추진위원회에서는 일단 마사회 주식 매각방법 및 일정을 잡고, 구조조정에 관한 계획을 세워야 하며 위험 요소를 떠안을 수 있는 축산농가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한편, 종사원들과 경마관련 단체 간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4, 해외 선진경마시행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선진 경마를 시행하는 외국의 경우에도 경마시행체를 완전히 민영화 시킨 예는 드물다. 하지만 시장경쟁 체제에서 기업이 지나치게 성장하고 시장 분위기를 과열시킬까 우려하기 때문은 아니므로 국내와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원적 시행구조를 지니고 있는 미국의 경우 경마를 철저하게 레저 산업으로 인정하고 시행 방법에 있어서도 개방형태를 띠고 있지만 미국 역시 각 주정부가 시행을 맡아 철저히 감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사행성 오락에 대한 금기와 배타가 아닌, 기본적으로 말 생산관련 축산업 종사자들의 고용창출효과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어 경마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 및 반영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와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는 시행체가 일본중앙경마회 하나뿐이고 단지 패리뮤추얼 방식 만이 허용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한 경주마로 충당하고 있는 일본은 중앙경마와 지방경마를 나눠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마사회가 비영리법인인데 반해 중앙경마회는 세제법상으로 한단계 위라 할 수 있는 공공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일본은 생산에 대한 적극 지원은 물론 경마를 국민적 오락으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경마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모범적인 경마시행국으로 인정받는 홍콩은 경마시행에 관한 모든 권한이 민간 경마시행체인 로얄홍콩자키클럽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민영 단체인 자키클럽은 경마시행 및 상금 배분, 경마에 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하는 한편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판매까지 맡고 있다. 경마시행으로 얻은 수익에 관해서는 자키클럽이 나서 적극적으로 사회 환원에 주력함으로써 경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심어주고 시행체의 권위까지 더불어 향상시켰다.
영국은 경마시행과 마권발매를 구분해 운영하는 독특한 체계를 지니고 있다.
즉, 패리뮤추얼 방식과 사설마권업자의 북메이커가 합법적으로 허용,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북메이커에 의한 마권매출액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상과 같이 여타 경마시행국의 제도적인 측면을 살펴볼 때 비록 경마시행의 감독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맡고 있지만 시행 자체와 사업적인 성격은 관영 비영리부터 민영, 영리법인 등으로 나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도가 어떻든 가장 그 나라에 적합한 방식을 채택해 경마시행을 주관하고 있다는 뜻이다. 위기에 봉착한 한국경마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짚어봐야 할 때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