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이벌 ‘새강자’,‘자당’의 맞대결…

모든 스포츠에는 라이벌이 있고, 그 라이벌의 대결은 모든 팬들에겐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리 경마 역시 역사가 더해가면서 수많은 라이벌이 존재했었지만, 그들은 언제나 피해가지 않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했다. 그러나 현재 과천벌에 존재하는 국산 최고의 라이벌 ‘자당’과 ‘새강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들은 각각 성격이 틀리고, 그들에게 맞는 대회가 있기 때문에 굳이 맞대결을 해서 한쪽이 출혈을 보는 사태가 생기는 걸 환영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난히도 뻔한 승부가 많아진 경마대회를 보는 경마팬들의 생각도 그럴까? 경마대회라는 최고의 축제에 ‘최대의 명승부’란 타이틀이 없어진다면, 누가 경마대회를 대회라고 인정할까? 〈편집자주〉

- 영원한 라이벌 ‘어펌드’(Affirmed) 와 ‘알리다’(Alydar)

1977년부터 시작된 ‘알리다’(Alydar)와 ‘어펌드’(Affirmed)의 맞대결은 미국 경마팬들에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명승부다. 1977년 2세마 데뷔전을 경마대회로 치른 ‘알리다’는 ‘어펌드’와의 첫 대결을 실패하며 5위에 머무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다. 그러나 3주후 둘은 다시 맞붙었고 결국 ‘알리다’가 3마신차로 ‘어펌드’를 꺾으며 설욕을 한다. 이후 둘은 2세마가 참가할 수 있는 3번의 경마대회에서 모두 맞붙어 머리차 1번, 코차 2번의 명승부를 연출해 경마팬들을 열광시켰다. 그 둘의 대결은 3세가 되서도 계속 이어졌고, 결국 미국 최고의 대회인 캔터키더비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인기 2위였던 ‘어펌드’의 코차 승리. 이어 벌어진 프리크니크스테이크, 벨몬트스테이크 역시 ‘어펌드’가 ‘알리다’를 모두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게 된다. 이들은 총 10번을 맞붙었고, 그중 ‘알리다’의 데뷔전이었던 첫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9경주에서 모두 1위, 2위를 독차지했다.
미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어펌드’와 ‘알리다’의 맞대결은 언제나 미국 경마팬을 열광시켰고, 그 둘은 끝까지 대결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각각 씨수말로 데뷔한 제2의 승부는 ‘알리다’가 승리했지만, ‘어펌드’에겐 ‘알리다’란 좋은 라이벌이 있었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는 명마로 자리매김했다.

- 영원한 명마 ‘대견’과 그의 라이벌 ‘지구력’
비록 지금은 마령 11세로 과거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경마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명마 ‘대견’에게도 좋은 라이벌이 있었다. 바로 ‘지구력’이다.
이 둘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이들은 각각 파죽의 연승가도를 달리며 1군에서 첫 대결을 펼쳤다. 1군 데뷔전이란 이유로 각각 인기순위 2위, 3위를 기록했던 이들은 최고 인기마인 ‘군주’를 3위로 밀어내며 ‘대견’이 1위, ‘지구력’이 2위를 차지하며 라이벌 관계가 시작됐다. 이후 이들은 경마대회 7번, 특별경주 1번 등 총 9번의 맞대결을 펼쳤고 ‘대견’이 6승 3패로 ‘지구력’을 따돌리게 된다. 이들은 각 대회에 맞는 독특한 경주 방식 덕에 각자 유리한 경주에서 승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의 마지막 대결이었던 96년 문화관광부장관배에서는 떠오르는 신예 ‘신세대’에게 무릎을 꿇고 각각 서서히 하향세로 접어들었지만, ‘대견’에게는 ‘지구력’이란 좋은 라이벌이 있었기에 더욱더 경마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마로 자리잡게 된 것이 아닐까?

- 국산마 최강자 ‘새강자’ 와 ‘자당’
이제 과천벌에 남은 마지막 라이벌은 단연 ‘새강자’와 ‘자당’이다.
물론 외국산마 최고 강자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다함께’, ‘스트라이크테러’, ‘포트오먼’도 좋은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국산마 경마대회를 사이좋게 독차지하고 있는 ‘새강자’와 ‘자당’의 승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순발력이 탁월한 ‘자당’은 주로 단거리와 암말 경마대회를 석권하고 있고, 지구력이 뛰어난 ‘새강자’는 주로 중장거리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둘이 출전한 경마대회는 언제나 뻔한 우승마가 정해져 있는 경주라 경마팬을 식상하게 하고 있다. 올해만 ‘자당’과 ‘새강자’는 각각 2번 경마대회를 우승했지만 그 4번의 대회가 모두 단승식 1점대 배당을 형성한 것은 이것을 잘 반영한다.
이들 둘은 지금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경마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를 관람할 수 있는 이들의 맞대결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