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능력검사와 실제 경주
성의없는 능력검사 기록에 경마팬 신마 능력 추이 어려움 토로
능력검사 기준 강화해도 큰 변화 없을 듯

경마팬이나 예상전문가들이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경주가 바로 신마경주일 것이다.
경마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은 팬이라도 경주마에 데뷔하기 위해서는 능력검사라는 예비고사를 치러야 된다는 것쯤은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신마의 경우 능력검사와 실제 경주에서의 기록상 약 3초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000m의 경우 3초라는 차이는 상당한 거리에 해당된다.
능력검사를 바라보는 각 단체들의 시각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한 것이 현실이다.
출전마에 대한 상세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경마팬의 입장과 실제 경주마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능력검사를 살펴보고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 생각해 보자.

능력검사란 무엇인가
말이 태어나고 경주마가 되기 위해선 꼭 거쳐야 되는 것들이 상당수 있다. 경마장에 도입되었다고 해서 모두 경주로를 힘차게 내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게 된다.
우선 망아지로 입사한 경우 목장등에서 순치훈련, 즉 사람과 친해지는 훈련을 받고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훈련을 받은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마필들이 새롭게 순치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경주로를 달리기 위한 초보단계로 우선 발주검사에 임하기까지 발주기에 대한 친근감을 키워줘야 한다.
1미터정도의 폭에서 갇히는 과정을 거치는 발주기에 대한 공포는 특히 겁이 많은 말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도 능력검사에서 합격을 해야 경주로에 나설 수 있다.
발주검사가 마필이 발주기 진입, 통과, 발주기내 정지, 출발에 이르는 과정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는가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라면, 능력검사는 발주검사를 포함해 출발이후 경주진행 과정, 그리고 내외측 사행여부, 최소한 시간내 결승선 통과 여부를 검사하게 되는 것이다.

능검과 실경주 차이
능력검사와 실제 경주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능력검사에 나서는 경우 경주마로 인정을 받기 위한 준비단계일뿐 최대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신마들이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리한 합격 기준을 단축시키는 것은 무리가 따르게 된다.
물론 성격이 온순하고 능력이 탁월한 몇몇 두의 마필의 경우 능력검사에서부터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마필들이 능력검사 이후 서너번의 경주를 거치면서 비로소 경주감각을 익히고 적응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경마관계자의 입장에서 보면 능력검사는 경주마로서 경주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기대치만 충족시킬 수 있으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99년 전체 능력검사를 합격한 마필들의 평균기록은 1분08초4인 반면에 이 마필들이 동일 거리인 1000m 첫 경주에서 기록한 평균기록은 1분05초7로 나타나 2초7의차이를 보였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능력검사를 치룬 마필들의 기록은 능력검사 1분07초9, 실제 경주 1분05초F로 2초9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마에서는 1초의 차이를 약5-6마신차로 계산하는 것이 통례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경주와 능력검사에서 보인 마필들의 능력발휘 차이는 약3-40m의 차이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말이란 동물은 넓은 공간을 보게 되면 뛰려는 습성을 지닌 동물이다. 그러나 일정한 거리에서 승부를 겨루는 경마에서는 무조건 뛰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하게 결승선까지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경주에서 베팅을 해야하는 경마팬으로선 신마들의 능력검사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이 이미 오래전 일이다. 데뷔후 연승을 하는 마필들이 모두 능력검사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최하위에 가까운 턱걸이로 능력검사를 통과하고도 데뷔전에서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경마팬이나 예상전문가들은 능력검사에서도 마필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합격할 수 있도록 합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다.
  
능력검사 합격기준 강화에 대해
한국마사회에서는 경마팬들의 주장이 이어지자 최근 능력검사의 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물론 관계단체간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좀더 통과기록이 단축될 전망이다. 현재 마필을 관리하는 조교사들중 많은 수는 능력검사에선 마필이 경주마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또한 어떠한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마필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또한 그 이면에는 능력검사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실제 경주에 나섰을 때 인기를 모으게 되고 입상을 하면 다행이지만 못하게 되면 창피를 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되도록 큰 기대를 피하기를 바라는 심정도 잠재해 있다.
능력검사전 발주검사를 거치면서 한번의 경험이 있지만 실제로 경주로를 달려 제한된 시간내에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예비경주인 것이다.
대부분 2,3세의 마필들이라 겁이 많고 낯선 환경에 적응이 안된 상태기 때문에 기승하는 기수들조차 위험을 안고 경주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실전과 같은 경주를 펼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마관계자들 모두가 현재의 통과기준인 1분09초에서 1초정도 앞당겨도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고 얘기한다. 즉 현재의 기준자체로는 경마팬들이 신마들의 능력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들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검사를 강화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점은 바로 경주마 자원의 수급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한해 도입되는 마필중 4-50두의 마필들이 능력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퇴역되고 있는데, 능력검사 통과 기준이 단축되면서 퇴역수가 늘어나게 되고, 또한 능력검사에서 소요하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빠른 경주마 투입에 지장이 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육성과정에서 조기투입을 위한 준비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물론 국산마 수급의 상당수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육성목장에선 전문인력들이 철저한 순치과정과 능력검사 전단계까지 훈련을 하고 있어 근래에 도입되는 마필들 상당수가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점차 늘고 있는 개인목장 생산마들에 대한 훈련은 그 생산기반 열악을 이유로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능력검사와 실제 경주 차이 해결방안
외국에선 마필을 관리하는 각 조교사별로 마방이 경마시행체와는 독립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관계로 인해 특별히 능력검사를 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시행체는 경마시행만 하고 그 준비단계는 각각 독립된 마방에서 철저한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이런 형태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경주마 자원이 풍부하다는 밑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경마팬이 원하는 능력검사와 실제 경주의 차이 극복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차이를 좁힐 수는 있겠지만 만족할만한 방안을 이끌어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지 능력검사 통과 기준을 단축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실제 경주에 접근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경마팬들은 능력검사의 시행에 대해 좀더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고, 신마경주 접근에 혈통, 체격조건 등을 감안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또한 마사회에서는 다소 부족한 신마에 대한 자료와 더불어 능력검사 결과에 대해 좀더 많은 자료를 알려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