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경마시행 결산-경마시행 여건은 악화, 외형 지표는 성장
―매출액, 전년 대비 30% 신장…경륜 휴장 틈타 일일 최다 매출액 기록
―2년 연속 경마팬 1천만명 돌파…최대 규모 레저스포츠로 입지 굳혀
―경주 시행 및 경주마 생산분야는 뒷걸음질
새천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희망 속에 출발한 2000년 경마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매출액 4조원 돌파, 2년 연속 입장인원 1천만명 돌파 등은 올 해 경마계의 최대 경사라고 할 수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경마일 94일, 1천1백14개 경주로 예정된 2000년의 경마시행 이모저모를 결산해본다.
◆매출액·입장인원 동반 상승, 외형 지표 “굳”
―여름 휴장 고비로 하반기 접어들며 상승세 한 풀 꺾여
―지난주는 경륜 휴장으로 경마 대성황
2000년 경마산업을 매출액과 입장인원 측면에서 보면 대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2년 연속 경마팬 1천만명 돌파는 경마산업 발전의 청신호라 할 수 있으며 매출액도 전년 대비 30% 신장한 4조5백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 평균 매출액도 4백50억원을 돌파, 이는 신규 경마팬 유입과 광주지점을 비롯한 신규 지점 설립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매년 여름밤의 이벤트로 자리잡은 야간경마는 올 해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이 기간에 많은 신규 경마팬을 유도할 수 있었다.
여름 휴장을 기점으로 하반기 들어서며 경마 매출액과 입장인원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시기적인 탓도 있었지만 경쟁산업인 경륜과 카지노의 신장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이들의 성장 속도가 경마산업보다 빠른 점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이들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기 위해서는 서비스 확대 정책과 대 국민 홍보 전략을 강화해 경마팬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마팬 서비스 확충
―경마환경 개선, 매점과 식당의 물품 가격 인하 “긍정적”
―경마종사자의 불친절은 여전
경마팬 서비스를 강조했던 서생현 전 마사회장은 이 부문에 대한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매점 상품가 인하, 편익시설 환경 개선, 경마공원 분위기 쇄신 등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동안 마사회의 임대 매점은 시중보다 많게는 50%에서 30%까지 비싼 가격에 물품을 판매해왔으나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마사회가 권고함에 따라 시중가격으로 인하, 많은 경마팬의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새로 취임한 윤영호 회장 역시 이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져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경마종사자의 불친절은 여전히 개선 대상으로 지적된 한편, 전광판 고장이 발생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도 시행체의 미온적인 대응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밖에 환급률 저하, 경주질 개선 등의 근본적인 서비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경마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책 분야-장기적인 발전 정책 부재, 사건·사고 잇달아
―정부의 교육세 인상 방침에 “속수무책”
―경마산업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육성책 유도해야
경마산업과 관련한 각종 정책 분야는 마사회로선 이만저만 민감한 문제가 아니다.
문광부와 농림부간 계속되는 관장권 문제로 인해 제대로된 경마산업 발전 육성책은 요구조차 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지나친 성장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끌려가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경마산업 내부로 보면 선진 경마시행을 위한 경마제도개혁방안 조차 경마관계자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매듭짓지 못할뿐더러 지난 5월에는 조교사협노조와의 임금교섭 과정에서 경마를 중단시키는 사태까지 유발했다.
이밖에 전산사고, 국산마 경매 무산사태, 경쟁산업 대두 등 연이어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사고는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정부의 교육세 인상 방침이 발표된 후에야 부랴부랴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한 홍보 정책 미흡으로 감사원 발표가 실제보다 지나치게 확대됐던 것 등의 문제는 시행체의 보다 현명한 대처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경주마 생산·육성 분야-정체와 후퇴의 갈림길…근본적 육성책 마련 시급
―마사회와 마주협회간 갈등으로 경매무산 초래
―체계적인 경주마 육성책 없어 농민들 “갈팡질팡”
생산분야에 있어서 2000년은 지옥같은 해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생산 농가에 많은 위기가 찾아왔다.
먼저 지난 5월부터 세 차례 예정됐던 국산마 경매가 마사회와 마주협회간 마찰로 두차례나 무산되며 11월 들어서야 단 한차례 열린 것에 대해 많은 생산자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경매 시행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열악한 기반과 자본, 시설로 인해 그때그때 현금이 유통돼야 하는 게 농가의 현실이지만 경매가 무산됨으로 인해 빚만 늘었다는 생산자들의 푸념은 경주마 육성 기반을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을 입증하는 예이며 이런 이유 때문인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올 해의 국산마 생산은 과히 성공작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가의 씨수말 3두 도입과 민간목장의 자체 씨수말 보유, 이와 더불어 씨암말 대거 도입 등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정책적인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국산마 생산 분야는 경마산업 자체를 이끌어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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