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경주체계는 경주격과 경주조건에 의해 나뉘게 된다.
여기에서는 국내 경주체계를 설명하기보다는 국내경마와 세계경마에서 통용되는 경주명칭에 대한 설명을 위주로 하겠다.
국내에서  경주를 나눔에 있어 우선 경마대회와 특별경주, 일반경주로 경주가 분류된다. 그리고 각각 경마대회와 특별경주는 특별한 명칭이 부여되는데,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런 경주는 경주조건에 따라서 나눠지게 된다.
경마를 시행하는 각국에서 펼쳐지는 경주도 단순하게 분류하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명칭은 생소한 우리에게 적잖은 당혹감을 안겨주게 된다.
그레이드(Grade 또는 Group) 또는 스테이크스(Stakes), 일반경주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경주에 대해 알아보자.

·Grade와 Group
Grade와 Group은 한마디로 말해 우리나라의 경마대회와 비견할 수 있는 경주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경마의 세계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경마시행 초창기부터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경주가 존재했으며 각국 나름대로 명칭을 부여했지만 오늘날의 Grade와 Group이라는 명칭이 통용되게 된 것은 유럽에서부터 유래되었다.
유럽의 주요 경마 시행국은 국가간 망이동이나 다른 나라의 경주에 출전이 자유롭다. 그것은 상호간에 비슷한 시스템으로 경마가 시행되고, 특히 Group경주에 대해서는 ICSC(International Cataloguing Standards Committee : 국제경주 표준 분유위원회)가 인정한 동일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1970년대초 영국, 아일랜드, 및 프랑스의 경마시행체들이 모여 그들의 최우수 Stakes경주들에 대해 「Pattern Race」라는 이름하의 통일적 시스템을 갖기로 합의하였고, 이후 용어를 「Group」으로 변경시켜 1971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
한편 이듬해 유럽국가들은 국제 교류경마를 위해 미국에서도 그들과 동일한 시스템을 갖도록 권유하였고, 미국이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용어는 「Grade」로 정하여 1973년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
어떤 국가에서 특정경주에 Grade이나 Group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경주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Grade 혹은 Group 경주라는 것과는 별개다. 즉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1백개가 넘는 Grade경주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Grade경주는 저팬컵 하나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많은 경마대회가 펼쳐지고, 경주의 종류(품격)에 의해 경주상금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외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경주의 종류나 이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외국과 차이가 있다.
경마의 전성기를 열은 북미경마에서 경마대회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경마시행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경마대회위원회(North American Graded Stakes Committee of TOBA)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임기제인 12명의 경마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위원들은 매년 말에 모여 각 경마장별로 시행했던 경주별 자료를 분석하여 대상경주를 심사한다.
즉 북미경마대회위원회에서 어떤 경마장에서 시행한 경주의 품격이 경마대회 조건에 맞으면 계속 인정해 주지만 조건에 미달하면 경마대회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수많은 경마장에서 각자 ‘경마대회’라는 표현을 쓸 경우 어느 경마대회에 출전했던 말이 강한지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경주의 품격을 구분하기 곤란하여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스포츠에서도 공인과 비공인의 차이와 유사하다.
경마대회 중에서도 1등급 경마대회(출마표에는 ‘GradeⅠ’으로 표시됨)가 최고품격의 경주이며, 이외에 2등급(GⅡ)과 3등급(GⅢ)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말하는 등급은 말이 1등급 또는 1군의 말이라는 것이 아니라 경주의 조건이 1등급이라는 의미로서 우리의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어떤 말은 1등급 경주에 출전했다가 2등급 경주에 출전하기도 한다.
경마대회로 인정받기 위해 북미경마대회위원회가 정한 최소기준은 ①경주상금이  5만달러 이상이어야 하고 ②외형적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2년 이상 경주한 실적이 있어야 하며 ③출주마의  성별·연령·경주거리에 따라 해당 등급경주에 요구되는 객관적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④성별이나 연령 이외는 출주자격에 제한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것 등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삼관경주(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벨몬트 스테이크스)나 브리더스컵 경마대회 등은 전부 1등급이며, 이외에 수많은 등급경주가 있다.
국제적으로 경마대회를 심사하고 인정하는 기구는 국제경주분류표준위원회(ICSC)다. 이 위원회는 각 나라마다 경주조건과 출전하는 말의 수준을 보고 경마대회를 인정해 준다.
아시아에선 일본의 재팬컵과 홍콩의 인터내셔널컵 정도가 국제적인 경마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스테이크스(Stakes)
Grade(또는 Group)과 혼동되기 쉬운 것이 바로 스테이크스(Stakes) 경주다. 스테이크스(Stakes) 경주와 Grade(또는 Group)의 차이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특별경주와 경마대회와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세계경마의 잣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마대회나 특별경주 모두 스테이크스(Stakes)로 분류할 수 있다)
스테이크스(Stakes)의 사전적 의미는 ‘내기에 건 돈’이란 뜻이다. 경마시행체가 없던 경마 초창기에 마주들이 자기 말을 시합에 출전시키면서 서로 돈을 걸고 경주를 하였던 것이 스테이크스 경주가 생겨난 유래다. 현대 경마에서는 경마시행체가 일반경주에 비해 많은 상금을 내놓고 특별한 경주를 할 때 마주들도 자기 말을 출주시키기 위해 내는 돈, 즉 출마등록료로 변형되었다(일반경주에는 출마등록료가 없음).

북미에서는 경마대회, 준경마대회, 제한경주 및 일부 핸디캡경주를 통상 스테이크스 경주라고 부른다. 준경마대회는 기본적으로 출전조건과 상금이 경마대회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나, 북미대상경주위원회로부터 경마대회로 인정받지 못한 경주를 말한다. 연령이나 성별 이외에는 다른 출전제한조건이 없으며, 출마표상에는 ‘Listed’라고 표기한다.
제한경주는 연령 및 성별 이외의 다른 조건으로 출전자격을 일부 제한하는 경주다. 일반경주보다는 제한을 덜 받는데, 이는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중급 이상 말들의 박진감 있는 경주를 만들기 위함이다. 출마표상에는 ‘Restricted’ 또는 ‘Stakes’로 표시한다.
핸디캡경주는 스테이크스 경주에서 말의 부담중량을 정하는 한 방법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경주의 종류에 포함시키지 않기도 하지만, 일반경주에서 우리와 같이 핸디캡경주로서 경주의 한 종류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일반경주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경주는 다시 핸디캡·별정·마령경주 등으로 경주가 분류된다. 이것은 경주격이 아닌 경주조건에 의해 나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의 경우는 감량경주(The Allowance Race)와 미승리마 경주(The Maiden Race)등이 일반경주로 존재한다.  
감량경주(The Allowance Race)는 일반경주 출전마들이 스테이크스 경주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가는 일련의 경주단계로 일명 ‘디딤돌 경주(Stepping-Stone Race)’라고 불린다. 그러나 반드시 감량경주에 출전해야만 스테이크스 경주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은 능력한계 때문에 계속 감량경주 범주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
감량경주는 우리의 별정중량경주와 유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별정중량 경주는 말이 짊어져야 할 부담중량을 증량(Penalty)하거나, 감량(Allowance)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반해 북미의 경우 감량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이러한 감량경주는 ① 먼저 출주 기본자격이 주어지고(이를테면 ‘통산 2승 이하를 한 말 중 3세마’) ② 출주 기본자격에 맞는 최고 부담중량을 정하며 ③ 최고 부담중량을 기준으로 세부조건에 따라 감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감량경주는 전체 경주의 30∼40%를 차지한다.
미승리마 경주(The Maiden Race)는 평생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말들을 위한 경주다. 언뜻 판단하기에 능력이 형편없는 말들을 위한 경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신마경주처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말이 출전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미승리마 경주라고 해서 반드시 능력이 부진한 말들이 출전한다고 볼 수 없다.


·클레이밍 경주
클레이밍 경주(Claiming Race)는 우리에게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이 경주는 실제 경주에서 말을 사고 파는 것이다.
클레이밍 경주는 시행방법은 다른 경주와 같으나 출전조건에 말의 가격이 추가적으로 붙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즉 제시된 가격에 맞는 말들이 경주에 참여하게 되고 제시된 가격으로 말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로 북미와 유럽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클레이밍 경주에서 출전한 말이 우승한 경우에 순위상금은 말이 팔리고 안 팔린 것과 관계없이 팔리기 전의 마주가 가져간다. 만일 어떤 마주가 순위상금에 욕심이 나서 제시된 말 가격보다 비싼 말을 경주에 출전시키면 순위상금을 차지하겠지만 그 말은 즉시 매매되기 때문에 출전시킬 수 없다.
이런 클레이밍 경주가 성립되는 것은 말을 팔려는 마주의 입장에서는 자기 말의 능력한계 때문에 더 관리해 봐도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말을 새로 입사시켜야 하는데 마방이 부족하다든지 또는 말을 처분해야 할 다른 이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클레이밍 레이스에 출전시킨다. 말을 사려는 마주의 입장에서는 경매 등을 통해서 살수도 있지만 경매는 경주에서 뛰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말의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있고 경매에서는 말 값이 상한가로 형성되므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경험이 없는 신규 마주가 보다 쉽게 정확한 가격으로 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