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경주마 사료의 공급이 우수한 경주마 생산의 밑거름이다

-마필 용도, 상태에 따른 전문화된 사료 공급 필요
-영세한 생산조건과 열악한 사료시장이 걸림돌

-국내 말 관련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빠르게 선진화되고 있는데 비해 말 사육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양관리는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값비싼 씨수말, 씨암말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도 그 말의 유전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도 못하고, 조기 도태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주마 전용사료는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영양공급 통한 우수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 관리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협소함과 기술개발의 어려움, 사료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현재 경주마 전용사료시장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조달팀에서 연맥, 대맥, 소맥피 등의 농후사료, 알팔파, 티모실, 목건초 등의 조사료와 비타민제, 식염 등의 첨가제를 공개 입찰을 통해 구매하여 각 마방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산이지만, 알팔파, 티모실과 같이 국내재배가 불가능한 것들과 연맥과 같이 국내산의 질이 떨어지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마사회에서 각 마방에 공급하는 사료는 원료가 되는 곡물류와 건초류며, 각 마방에서는 이렇게 공급되는 사료를 배합해 먹이고 그밖에 필요한 보조사료를 조교사 판단으로 개별 구매한다. 한국마사회에서 전체 경주마의 상태를 고려한 사료의 일률적 공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교사가 개별 마필의 상태 등을 면밀히 체크하여 적합한 사료를 선택, 구매하는 것이다. 민간목장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말 전용사료 외에 마필의 용도나 체중, 영양흡수율을 고려해 축우사료나 대두박, 옥수수, 해바라기씨 등의 곡물을 개별 구매, 배합해 사용하고 있다.

-말에게는 말 전용사료를 먹여야...
소가 네 개의 위를 가진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 동물인 반면 말은 단위(單胃)의 비반추 초식 동물로 생리적 특성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민간목장과 마방에서는 이러한 말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곡물 원료를 배합해 사용하거나, 말과는 생리적 특성이 전혀 다른 축우사료를 혼합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 여건이 열악하고 영세한 민간목장에서 단가가 높은 전용사료를 사용해 말을 육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민간목장에서 말 전용사료를 사용한다고 해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여타 가축사료와 혼합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목장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말 전용사료나 외국산 사료, 곡물 등을 보충 사료로 쓰기도 하지만, 경주 상금이나 마필 경매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목장이 마필관리를 위해 우수하나 비싼 사료를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경주마들이 골절 등의 부상이 잦은 이유가 훈련이나 연습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영양분의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뼈가 약해서라며 사양관리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경주마 전용사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낮은 상금과 경매가 때문에 비싼 말 전용사료를 사용하는 데는 많은 애로가 있다는 금악목장(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소재) 권승주 목장장의 말은 현재 사료 공급에 있어 일선 생산농가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경주마는 어려서부터 골격 및 근육조직을 발달시켜 주어야 한다. 또한 1∼3분 안에 많은 힘을 내도록 요구받고, 훈련과 통제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여타 가축과는 다른 사료 공급이 필수적이다. 단백질은 적당해야 하며 이용 가능한 에너지가 높고 비타민, 광물질, 미지성장인자 등이 많이 그리고 균형 있게 공급돼야 한다. 또한 다른 가축들과 달리 격렬한 훈련과 경주를 하기 때문에 마체내에서 영양소의 산화가 보다 많이 일어나므로 비타민의 요구량도 많아진다. 더욱이 경주마들은 훈련상태나 마필의 특성이 제각각이고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어떤 마필이라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양 관리할 수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주마에 적합한 우수한 원료, 거기에 마필의 상태나 조건에 따라 알맞게 조정된 배합비율을 갖추고 있는 말 전용사료는 우수한 마필 육성에 절대적인 필요 요소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홍성사료의 큰말사료, 천하제일의 다크호스, 퓨리나코리아의 오모렌 200등 세 종류의 경주마 전용사료가 선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매우 열악하다. 우선 전문적인 말 전용사료를 개발할만한 기술력이 부족하고 기술개발, 설비투자 등의 비용을 감안할 때, 충분한 수익을 올리기에는 전용사료 시장이 너무 취약하다. 게다가 개발의 어려움과 시장의 취약성으로 인한 높은 가격은 일선 생산자나 조교사들이 전용사료를 사용하는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사료의 중요성에 대한 조교사들과 민간목장의 의식부족도 아직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말 관련 산업은 93년 개인 마주제 실시, 한국마사회의 농림부 이관, 제주도 말 산업 육성정책 등으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됐고 점차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경마, 승마 등의 관련 스포츠가 레저산업으로 인식돼 문화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경마장과 생산농장의 수적 확보뿐만 아니라 우수한 마필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수한 마필의 생산이야말로 말 관련 산업이 각광받는 레저 산업으로 자리잡는 것은 물론 생산 농가들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수한 종마들의 유전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말 영양 및 사양관리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관심도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