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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 그랑프리, 94 문화관광부장관배, 96 마사회장배 제패
― 97년 은퇴 고려 등 우여곡절 겪어
90년대 중반 최고의 경주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마 ‘대견’이 22일 은퇴식을 끝으로 경마공원을 떠난다.(7월 7일자 본지 참조)
93년 개인마주제 시행과 함께 경주로에 데뷔해 현재까지 8년동안 49전중 총 29승, 승률 59.2%, 복승률 79.6%을 기록한 ‘대견’은 1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꿋꿋한 모습을 보여 경마팬에게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우수마가 짊어져야 하는 과중량이라는 멍에에도 불구하고 8년간 경주로를 지켜온 ‘대견’을 지켜보면서 뜻있는 경마팬들은 명예로운 은퇴와 편안한 노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90년대 최고의 명마로 일컬어지는 ‘대견’은 과연 어떤 경주마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뛰어온 경주를 되돌아보겠다.
또한 ‘대견’과 함께 해온 심재식 마주와 최혜식 조교사의 얘기를 들어 보고, 향후 더 많은 명마탄생을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노던댄서의 후예
‘대견’은 83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아비마인 ‘노던 리젠트’(Northern Regent)는 현대 서러브렛의 최대 혈통을 지닌 ‘노던댄서’의 손자로 북미경주에서 11승을 거둔 마필로 전형적인 단거리형 마필이었다. 그리고 어미마인 ‘로맨틱 이브닝’(Romantic Evening)은 호주 혈통의 주요 근간을 이루는 ‘스타킹덤’의 손녀로 경주출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혈통상으로 ‘대견’은 아비마로부터 단거리 혈통과 모래주로에 강한 성향을 물려받아 국내의 경마환경에 알맞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3년 9월 25일 1200m 경주에서 데뷔전을 치른 ‘대견’은 우승마에게 0.1초 뒤진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다. 이후 파죽의 6연승을 거두며 1등급에 오르면서 경마팬의 뇌리에 명마로 자리잡았다.
‘가속도’ 이후 최고마라는 평가를 받는 ‘대견’은 94년 무궁화배에서 경험미숙으로 2위에 그쳤지만, 장관배에서 61kg의 중량으로 경마대회 첫 우승을 안았다.
또한 같은 해 그랑프리에서 62kg의 중량을 극복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던 ‘대견’은 95년에 그랑프리에서 ‘핵탄두’를 무려 8마신 차로 따돌리며 우승하였으며, 이듬해인 96년 마사회장배에서도 ‘지구력’을 대차로 이기며 낙승하여 명마의 계보를 이어가게 되었다. 또한 97년에는 장기간의 휴양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배에서 2위를 하고 98년에는 그랑프리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고령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첫눈에 반해버린 ‘대견’― 심재식 마주
과거 마사회장을 역임한 이건영씨와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개인마주제 시행과 더불어 마주가 된 심재식 마주는 97년 소유마주의 부도로 인해 마방에 묶여있던 ‘대견’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고 한다.
당시 바로 은퇴를 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꼭 명마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정을 해 구입을 하게 된 것이다.(당시 ‘대견’의 나이가 7살을 넘기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대단한 모험일 수밖에 없다.)
평생 다시는 이런 명마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히는 심마주는 ‘대견’으로 인해 마주의 기쁨을 알게 됐고, 말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틈만 나면 당근 등 맛난 것을 들고 마방을 찾았고, 그런 그의 정성을 알았는지 ‘대견’도 그를 반기기 시작한 것이다.
8년이라는 시간을 경주로에서 봉사한 ‘대견’을 떠나보내는 심마주의 마음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염려가 된다고 한다. 꼭 은퇴식을 통해 경마팬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바램이 이루어져 기쁘지만, 아직 은퇴후 ‘대견’이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그는 육군사관학교 군마대나 기마순찰대 등에 기증을 하고 싶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일반 경마팬이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요청을 수용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그런 장소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대견’은 나의 모든 것 ― 최혜식 조교사
‘대견’의 은퇴를 앞두고 가장 착잡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최혜식 조교사다.
‘대견’은 자신에게 있어 신체의 한부분이라고 말하는 최조교사는 그 누구보다도 ‘대견’으로 인해 많은 웃음과 울음을 가져야 했다.
더 이상 상대가 없어 경주로를 떠나야했던 ‘가속도’이후 최고 명마라는 환호를 받는 ‘대견’의 기쁨이 곧 그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우승이 늘어갈수록 ‘대견’이 짊어져야 하는 높은 부담중량을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마주의 부도로 인해 경주로를 펄펄 날아다녀야 할 전성기에 경주에 나설 수 없었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93년 처음으로 ‘대견’을 접한 그는 다른 마필과 비교해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까지 부풀은 살과 축처진 아랫배 등 그 어느 것도 빼어난 부분이 없어기 때문에 기대치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훈련을 시작하면서 군살이 빠지고 배가 들어가기 시작하자 금새 힘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좋은 말임을 알았다고 한다.
최혜식 조교사는 최근 2년여 전부터 ‘대견’의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대견’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그에게 10살이 넘어선 노령마의 힘겨운 모습이 안스러웠던 것이다.
최근 ‘대견’이 능력검사를 받은 것을 두고 또다시 경주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능검을 받은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은퇴경주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대견’의 은퇴후 진로에 대해 최조교사는 승마장 등에 기증하겠다는 심마주의 생각에도 동의하지만 한편으론 매매를 통해 명마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또한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한다.
공식 은퇴행사 2호마 … 최초는 97년 ‘삼각’
현재까지 한국 경마사상 은퇴식을 가진 경주마는 총 3두에 불과하다.
80년대 15연승을 기록하며 한국 경마사상 최고 명마로 손꼽히며 83년부터 약 5년동안 43전31승(15연승)의 대기록을 남긴 ‘포경선’과 90년대초 13전12승(11연승)으로 더 이상의 상대가 없어 경주로를 떠나야 했던 비운의 명마인 ‘가속도’가 비공식적이지만 경마팬 앞에서 은퇴식을 거행한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97년 ‘삼각’이 은퇴식을 가진 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개인마주제 이후 선진경마로 가기위한 방편중 하나로 명마를 만들기 위해 일정한 조건이상의 말에 대해 퇴사시 은퇴식을 치러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은퇴행사심의위원회를 발족해, 마주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은퇴대상마의 자격여부와 종마나 승용마로의 용도전환 적정성 등을 심의해 대상경주마를 선정했다.
은퇴대상마는 천마급, 용마급, 비마급 등 3등급으로 나누며, 등급에 따라 기념품이 주어진다.
이번 ‘대견’의 은퇴행사에서는 경마팬에게 인사를 한 다음 경주로를 한바퀴 달리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견에 기승할 기수는 신형철 기수나 안병기 기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승용마로 활용될 듯
97년 소유마주의 부도로 인해 ‘대견’이 은퇴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경마팬들은 거세마로 생산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 경마팬이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곳에 ‘대견’이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대견’이 경주로에 복귀하면서 이러한 얘기들은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10살이 되면서 다시금 은퇴후 진로에 대한 얘기들이 서서히 나타났고, 올해 초 네티즌 사이에 ‘대견’을 은퇴후에 가까운 승마장에서 승용마로 보내 많은 경마팬이 ‘대견’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대견’의 은퇴 후 진로를 결정할 심마주는 ‘경마팬이 요구하는 것을 대폭 수용’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당초 육사군마대나 기마경찰대, 또는 마사회 승마훈련원 등에 기증을 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그곳이 일반인들에게 그리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부분은 최조교사도 동의를 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장소가 어느 곳이 되는가가 문제일뿐 ‘대견’은 승용마로써 다시금 새삶을 살게 될 전망이다.
명마는 만들어진다
한국경마는 경마역사 1백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건전레저스포츠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물론 1차산업부터 4차산업까지 어우러지는 거대한 산업군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적지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마역사 페이지에 확실하게 새겨진 명마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과거 역사를 챙기지 못한 것에 연유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1천3백여두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현재, 많은 마필들이 저마다 명마의 꿈을 안고 경주로를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마의 현실은 우수마들의 조기퇴사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높은 부담중량이 가지는 함정인 것이다. 경주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부담중량으로 능력의 차이를 좁혀주는 것이 바로 부담중량제도 운용이다.
최근 몇 년 경마팬은 과거와 같은 명마의 탄생을 갈구해 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 곁에는 항상 한 시기를 주름잡은 경주마들이 존재해 왔다.
‘훌라밍고’,‘풀그림’,‘지구력’,‘청파’등 많은 마필들은 충분히 명마로 손꼽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경주로를 떠나야 했다.
직접적으로 높은 부담중량에 의한 퇴사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퇴사를 앞당긴데는 과중량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한달만 있으면 12살이 되는 노장마 ‘대견’의 은퇴를 바라보는 많은 경마팬들은 경주편성에 있어서 명마를 만들어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