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행일 복승식 배당률 입상 마명 단승식 배당률 연승식 배당률
1 1998.12.05(土) 4R 7328.8배 ③흑광 ⑭금배 ③169.5배 ③32.3배⑭20.8배
2 1998.11.29(日)11R 5150.9배 ⑫준일보 ②빅토래틱 ⑫158.9배 ⑫35.2배②4.8배
3 2000.10.01(日)12R 3842.8배 ⑥구진봉 ②오띠모 ⑥28.0배 ⑥3.3배②21.0배
4 1997.07.05(土)9R 3820.0배 ⑭장글북 ⑨옥당 ⑭104.9배 ⑭19.1배⑨19.5배
5 1996.07.20(土)5R 2926.9배 ③뉴타운 ①타임머신 ③96.9배 ③13.8배①11.4배
6 1993.08.29(日)5R 2694.0배 ⑬탄성만리⑤본당 ⑬39.4배 ⑬9.5배⑤10.6배
7 1996.03.16(土)11R 2689.4배 ④약진 ⑤제군 ④22.5배 ④5.3배⑤17.5배
8 1999.02.28(日)3R 2202.1배 ⑨뉴돌풍 ④승계 ⑨318.6배 ⑨18.3배④2.0배
9 1998.08.15(土)11R 1984.9배 ⑬관록 ①원파워 ⑬167.9배 ⑬28.3배①3.5배
10 1997.01.18(土)11R 1766.6배 ⑫황복산 ⑨수화정 ⑫10.3배 ⑫2.3배⑨16.2배
고배당 집중 분석실(1)
결승선 전방 100m 앞, 거친 숨을 내뿜으며 사력을 다해 뛰어온 경주마들. 경마팬들은 이때쯤 고성과 환호를 지르며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찬물을 끼어 얹은 듯 조용한 때가 있다. 바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인기 최하위 마필들이 나란히 결승선을 넘는 순간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으로 전광판을 보면, 상상도 못할 고배당이 큼지막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변이나 예측 불가능한 추리 밖의 상황으로 치부해버리는 1천배 이상의 초고액 배당들. 한국경마사에 또렷이 기록된 천문학적 배당의 현장을 찾아가서, 그곳에 녹아있는 고배당의 구조와 원인을 집중 분석한다.
―한국경마 고배당 랭킹 10위-1997년 1월 18일(토) 제11경주 황복산, 수화정- -복승식 배당률 766.6배-
1997년 겨울의 한복판에 서있던 1월 18일, 피부를 에이는 듯 차가운 바람으로 예시장에 서있기 조차 힘들던 그 날 마지막 경주(제11경주)에서 복승식 766.6 배의 엄청난 고배당이 발생했다. 그 당시 C5 등급 경주(현재와 같은 군별 경주 편성이 아닌 C1∼C7등급까지 나눠진 편성. 기본적으로 1승씩 추가할 때마다 승급하는 체계), 1400m 거리로 총 14두의 출전마가 발주대를 꽉 채운 경주였다. 그 경주의 매출액은 하루의 마지막 경주답게 복승식 35억2천만원 상당이 걸린 일별 최고매출액 경주로 치러졌다.
―경주 유형 분석 “인기마 2두가 강력한 저배당을 형성했던 경주였다”
5번 ‘준일품’(기수 천창기)과 6번 ‘용타’(기수 이정표)가 각각 단승식 배당률 1.8배와 2.1배를 기록했을 만큼, 2두의 마필이 복승식 배당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준일품’은 데뷔 후 선행력을 무기로 1200m 거리에서 주로 우승, 승급을 거듭하며 C5등급까지 무난하게 진출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또 다른 인기마 ‘용타’는 450Kg대의 암말로서 역시 순발력이 뛰어난 6전 2승 2위 4회의 안정적인 축마였다. 이 2두의 마필이 복승식 배당률 1,6배를 형성하고 있었으니 만큼, 다른 12두의 출전마들은 경마 팬들에게 전혀 주목받지 못한 C5급 부진마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12번 ‘황복산’이 단승식 배당률 10.3배를 기록하며 인기3위로 대두됐을 정도였다.
―인기1위 다투던 ‘용타’, ‘준일품’의 동반 몰락.
고배당이란 언제나 그렇듯이 우승 유력마들의 입상탈락이 뒷받침되어야만 생길 수 있는 이변이다. 비교적 짧은 거리의 경주에서 선행 나서며 입상을 거듭, 무난하게 승급했던 ‘용타’와 ‘준일품’. 어느덧 1400m를 기본거리로 1700m 경주를 소화해야만 하는 C5등급 경주에 출전하게 됐다. 인기마 2두가 승급 전에 보여줬던 뛰어난 순발력과 높은 입상률에 매료됐던 경마팬들은 깊은 부진에 빠져있던 대부분의 여타 C5등급 출전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발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중거리 1400m 경주는 승급을 거듭하던 유망주들의 옥석이 가려지는 C5등급 경주임을 감안하면, 절대적 인기마 ‘준일품’과 ‘용타’를 한번쯤 의심해 볼 수 여지는 있었다. 그 경주의 비인기마들 또한 과거 경주를 살펴보자면, 짧은 거리에서 강점을 보이며 승급한 다음, 거리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부진마로 분류된 마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늘어난 거리 적응을 위해 꾸준하게 훈련했던 C5등급 부진마들. 그들과 함께 출전해 상대적으로 부각된 갓 승급한 인기마들을 과신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고배당을 부르게 된 셈이다. 결국 깊은 부진의 늪에서 오랜 훈련을 거친 9번 ‘수화정’이 허를 찌르며 선두로 치고 나가자, 선행형 ‘용타’와 ‘준일품’의 동반몰락이 시작됐다.
―32전 동안 침묵했던 비인기마 ‘수화정’의 기습
뉴질랜드산 수말로 1994년 봄에 데뷔한 ‘수화정’은 무려 3년 동안 32차례의 경주에서 단 한차례의 입상도 없는 깊은 부진 속에서 그 날 경주에 출전했다. 당연히 출전마 14두 가운데 최하위권의 인기를 기록함과 동시에 단승식 215.4배와 연승식 16.2배의 예상배당률을 보이며 경마팬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데뷔 초기에 선행력을 주무기로 1000m 거리에서 강점을 보이며 C5등급까지 진출했던 ‘수화정’. 고질적인 뒷심부족을 나타내며 3년여에 걸친 오랜 부진의 늪에 빠졌던 마필이다. 그 무렵 최근의 경주에서 선두권에 가담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던 ‘수화정’은 그 날 경주에서 단독 선행을 구사하며, 입상유력마 ‘용타’와 ‘준일품’의 레이스에 부담을 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변수가 나타나자, 복승식 예상배당률 1.6배의 ‘용타’, ‘준일품’은 선두권에 나서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1400m 거리경험이 미흡했던 이 2두의 마필들은 경주 초반 무리한 나머지, 지구력까지 요구되는 해당거리의 특성에 고전하며 모두 입상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갓 승급한 선행형 인기마들의 동반몰락이 이뤄졌고, 끝까지 선두를 지킨 9번 ‘수화정’이 1분 33초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입상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용타’와 ‘준일품’에 눌려 있던 단승식 배당률 10.3배의 인기순위 3위마 12번 ‘황복산’이 어부지리로 우승을 차지하며, 2위마 9번 ‘수화정’과 함께 한국경마 고액 배당 랭킹 10위의 주인공이 됐다.
―통계로 본 초고액 배당의 공식
한국경마 고액배당 랭킹 10위로 기록된 ‘황복산’과 ‘수화정’의 복승식 배당률 1677.7배는 고배당 경주의 전형적인 표본으로 평가된다. 하위등급 단거리 경주에서 무서운 기세로 승급한 인기마 2두의 거리 미적응에 따른 동반몰락. 그리고 깊은 부진에 빠져있던 복병마의 선전. 이 두가지의 전제조건이 교차할 때만 1천배 이상의 고배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기록적인 한국경마의 고배당 가운데 절반 가량이 위의 경우에 해당한다. 강력한 초저배당 복승식 마권이 팔린 경주에서, 인기마(‘준일품’, ‘용타’)의 동반몰락과 전형적 부진마‘수화정’의 입상. 이러한 조건이 채워졌을 때 출현한 것이 바로 1천배 이상의 고배당이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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