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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제도 정착 실패, 과잉 공급 논란 속에 기형적 제도 시행
―사설경마 더욱 기승, 근본적인 대책 필요
지난 수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경마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매출액 신기록 돌파에 따른 외형적 성장은 여전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선진 경마시행과 한참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는 물론 경마를 바라보는 정부와 외부의 부정적 시각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경마산업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마주제, 국산마 경매제 등 선진 경마 시행을 위한 각종 제도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도 따르고 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사설경마가 이제는 위험 수위에까지 달한 것으로 파악되며, 경마시행의 기본이 되는 경주마 수급조차 제때 계획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주 편성의 혼란 마저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유일의 경마시행체 한국마사회와 이를 둘러싼 경마단체의 혼선으로 지금 한국 경마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경마상금규모 적어 해마다 상금협상 “시끌”>
―마주협회, 기수협회, 조교사협회 등 경마단체 불만 고조
―상금책정 및 분배방식의 변화 모색할 때
경마상금을 둘러싼 마사회와 경마단체의 불협화음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매년 그 수위가 높아지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하게 상금협상이 전개, 경마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마사회와 기수협회의 상금협상은 지난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상금의 큰 틀을 가늠하는 마주분 상금협상이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단계라 내년도 경마상금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양새를 띨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정률제 시행을 주장해 온 마주협회는 올해 상금협상에서도 절충형 정률제 도입안을 내놓고 마사회의 의견을 타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사회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원가산출방식을 고집하는 마사회와 한계에 달한 상금산출방식을 위해 정률제를 주장하는 마주협회 사이에는 상금총액 뿐 아니라 경마상금을 접하는 기본 마인드도 확연히 달라 보인다. 어떤 것이 더 낫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경마계 안팎에서는 현 시점에서 경마상금 책정방식이나 배분방식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즉,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경마산업 성장에 대한 메리트를 경마상금 인상으로 반영해야 하며, 현재의 경마상금 규모로는 높아지는 경마단체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마상금규모가 확대되면 경주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증가하면서 경주질 향상을 이룰 수 있고 경마종사자의 근로 의욕도 고취될 뿐만 아니라 경마시행의 수준도 더불어 향상될 수 있다.
경마상금이 일정 수준 향상되지 않고 경마종사자의 기본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성만을 강조하는 선진경마시행국의 상금배분모델을 좇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마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마주협회, 기수협회, 조교사협회 등 경마상금을 둘러싼 경마단체들의 목소리와 의견은 다양하지만 결국 경마상금규모를 확대하면 모두 일시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개인마주제와 경매제, 올바른 제도 정착은 멀었나>
―시행 9년째 맞은 개인마주제, 마주 자질 논란 여전
―경마단체 간 의견 충돌로 경매 번번이 무산, 기형적 경매 시행으로 치부 드러내
지난주 열린 국산마 경매에서 마주 자격을 갖지 못한 일반 개인 및 경마관련종사자가 경주마를 구입해 논란이 일었다.
마주 자격을 가진 자만이 경주마를 경주에 출전시킬 수 있다는 개인마주제 취지를 흐릴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다수 경마관계자들은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행 4년째를 맞은 국산마 경매제도가 이처럼 편법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안정적인 경매시행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극단의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주협회와 마사회의 상금협상 무산, 제도전환을 둘러싼 이견 등 각종 현안 과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매 시행이 볼모로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어느 특정 단체의 이익과 관련해 시행하고 무산시키는 것이 경매제도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런 불미스런 과정을 반복해왔다.
정해진 시기에 자유경쟁원리에 따라 경매를 열어 보다 안정적으로 서울경마장에 경주마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까지 형성되지 못한 듯 보인다.
이런 대전제를 망각하고 경매제는 표류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급기야는 항간에 떠돌고 있는 대리마주, 차명마주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게 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마계 일각에서는 마주 신분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경마정보를 빼낸 다거나, 승부 조작을 하는 등의 의혹을 제기해 왔고 고액의 베팅을 일삼는 경마꾼이 특정 마주의 명의를 빌려 실제 마주 행세를 한다는 대리마주, 차명마주에 대한 문제도 거론해왔다. 이는 시행 9년째를 맞는 개인마주제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올바른 경마문화 정착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설경마 근절 대책은 없나>
―리빙TV 경마생중계와 전화투표제, 언론의 집중 성토
―마권구매상한선 폐지, 환급률 인상 등이 근본적인 대안
―사직당국과 경마시행체는 사설경마 근절 의지 확실히 보여야
최근 들어 사설경마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사설경마는 보다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한편 그 규모도 확대돼, 사설경마 판돈만 무려 수백억원에 달하고 이것이 조직폭력배의 자금줄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사설경마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리빙TV의 경마생중계와 한국마사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배당률 게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생중계와 실시간 배당률 게시는 경마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확대를 위한 경마정책이 사설경마로 인해 본래의 취지를 잃고 퇴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사직당국과 경마시행체의 사설경마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경마가 횡행하는 이유는 과도한 과세체계로 인해 환급금이 지나치게 적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각종 세금과 마사회 수입금을 제외하고 경마팬들에게 지급되는 환급금은 전체의 70%에 불과한데 반해, 사설경마를 통해서는 80% 이상이 보장된다.
또한 1인당 한 경주의 마권구매상한선이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사설경마를 부추기는 요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마권구매상한선 폐지, 세금 인하를 통한 환급금 인상 등이 서둘러 실천돼야 할 과제며, 여기에 사설경마 포상금의 확대 지급 방안은 물론 관계 사직당국과의 철저한 수사연계도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
<경주 편성에의 문제점 곳곳에 드러나>
―경주마 수급 계획에 경마시행일정 못미쳐
―외산마 도입 늦어져 최근 하위군 편성 엉망
연간 경마시행 계획과 이를 위한 경주마 수급 계획은 경마산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산마 경매가 두차례 무산되면서 그나마도 파행적으로 열렸던 것과 함께 외산마 도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주 편성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당초 240두가 연간 세차례에 나눠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마주협회 내부적인 문제와 서울경마장 마방 부족으로 인해 9월에서야 130두가 도입되고 내달 중에 68두가 추가 도입된다. 그나마 계획했던 240두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국산마는 과잉 생산과 개별거래 활성화로 경매가 열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과 도입된데 반해, 외산마는 계획한 두수마저 채우지 못하고 9월까지 경마가 시행돼 왔다.
이는 곧 외산마 하위군 경주의 파행적 운영과 국산마 하위군의 경주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계획된 경주마 도입이 이뤄지지 않자 마사회는 지난 9월부터 외산마 경주를 국산마 경주로 대치해 시행해 오고 있지만 이 역시 상금 삭감과 맞물려 경마단체의 불만을 초래했고 9월 이후 도입된 미국산마 1차분이 이제 속속 경주로에 데뷔하면서 외산마 5군 경주는 상대적으로 편성이 타이트해 경마팬들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5군에 머물러 있던 능력부진마들은 4군으로 승군, 5군 경주에 비해 경주 편성 강도가 약해졌고 이 틈을 능력 있는 국산 2세마와 국산 신마들이 끼어 들면서 최근의 경주 흐름은 연이은 고배당이 주류를 이루는 듯 하다. 물론 전반적인 경주마 능력 향상으로 경주 편성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최근의 경주 편성은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경주마 수급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경주마 수급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연간 경마시행계획에는 큰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으며 경마시행이라는 기본적인 약속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경마산업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경마산업 도약을 위한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많은 언론에서 경마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이로써 파생되는 사회문제, 가정문제 등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 경마생중계와 전화투표제로 인해 이제 경마가 안방까지 파고 들었으며, 유명무실한 마권구매상한선제로 패가망신하는 경마팬이 더욱 늘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한다.
그런 가운데 내년도 상금협상이 예정된 기일내에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경마시행 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고, 기본적인 경주마 수급 계획조차 진행되지 못해 경주 편성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경매제, 마주제 등도 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언제 어느때든 경마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잣대만을 갖다 대는 정부, 언론, 그리고 일반국민정서 등을 생각한다면 경마계 내부에서 파생되는 일련의 사태들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럴때 일수록 공격적인 경영 전략과 양질의 상품, 서비스 제공으로 더욱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경마산업의 앞날을 책임지고 있는 마주협회, 기수협회, 조교사협회, 그리고 경주마생산자협회 등은 각각의 이익을 위해 단편적인 정책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경마시행체인 마사회와 더불어 발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마사회는 모든 경마단체, 경마종사자의 힘을 하나로 모아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