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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경쟁성 강화는 없어야 한다”, 각 단체 한목소리
―각 경마단체 집단 행동도 불사, 다음주가 고비될 듯
―경마상금책정 방식의 변화 시도할 때
한국마사회와 각 경마단체는 지금 2002년도 경마상금협상이 한창이다.
해마다 그래왔지만 올해는 특히 경마상금책정 방식과 그 규모를 두고 각 단체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상금책정방식을 달리하자는 마주협회측 입장과 더 이상의 경쟁성 강화는 생존권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기수·조교사협회측 입장은 마사회와의 갈등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이렇듯 경마상금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항간에서는 일부 단체의 집단행동으로 경마중단사태까지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마사회와 각 단체는 얼마만큼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지, 앞으로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각 경마단체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본다.
<2002년도 경마상금 규모>
마사회가 각 단체에 제시한 상금안에 따르면 내년도 경마상금책정의 기본이 되는 마필 도입두수 및 가격은 국산마가 두당 1천6백29만원으로 총 470두, 외산마가 두당 1만 달러(약 1300만원)로 160두다.
국산마의 경우 전년 대비 3.2% 인상한 것이며 외산마는 내년부터 도입 및 배분 방식을 변경키로 하면서 고가마를 들여온다는 전제 하에 책정된 금액이다.
이밖에 마주분 상금에 포함되는 재해위로금, 재투자준비금 등은 동결, 사양관리비는 전년 대비 8.1% 인상된다.
기수와 조교사 등 마필관계자 상금 가운데 인건비성은 정부 지침에 의거해 5% 인상되며, 10위까지 지급하던 출전장려금을 9위까지로 조정하는 한편, 배분 방식에 있어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즉, 그동안 비경쟁성 상금으로 분류돼 왔던 복리후생비 등의 경주협력금이 급여성은 기본생계비로, 비급여성은 순위상금 및 출전장려금으로 각각 편입돼 경쟁성 상금 비율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여기에 각 협회에 지급되던 협회운영비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동결하면서 순위상금으로 편입, 경쟁성 상금에 반영키 했다.
<마주협회-절충형 정률제 도입해 돌파구 마련해야…>
마사회가 1차로 제시한 이같은 상금안에 대해 마주협회는 거의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국산마 가격을 두당 1천6백29만원으로 책정한다는 것에 대해 올 해 열린 경매의 평균낙찰가만 1천9백만원을 상회하는데, 개별거래가는 배제하더라도 실제 경락가는 상금에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주협회가 제시한 올해 국산마 경매가는 두당 1천9백26만원.
또한 전년과 동결한다는 재투자준비금에 대해서는 내년도 마필 도입가의 61%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협회운영비의 동결 및 경쟁성 상금으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매년 상금협상을 앞두고 마사회와 거센 마찰을 빚어 온 마주협회로서는 이번 기회에 상금책정방식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매출액과 연계한 절충형 정률제가 그것으로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일본중앙경마회가 도입했던 방식이다. 즉, 직전 3개년간 사양경비지수(경주마 구입비, 위탁관리비, 소비자 물가 인상률)와 전년도 매출액 신장률 등을 감안해 마주 상금 규모를 결정하자는 내용.
지금의 원가산출방식으로도 정확한 원가가 반영되지 못해 마주들의 적자폭이 매년 깊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국산마 자급률이 대폭 확대되면서 현행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산마 메리트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마주협회는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국산마 자급률이 65%까지 달한 현재, 내년에는 국산마 단위경주당 상금이 지금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교사협회-인건비성 상금 11% 인상하라>
조교사협회가 이번 상금협상에서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인건비성 상금의 전반적인 상향조정이다. 즉, 지난 98년 IMF로 인해 대폭 삭감했던 상금을 이제 어느 정도 회복해 주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내년도 조교사분 상금이 11% 이상 인상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건비성 상금은 정부지침에 의거해 결정되는 요소이므로 마사회가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협회운영비 동결 및 경쟁성 전환 등에 대해서는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조교사협회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출전장려금의 축소 시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기수협회-공상비 현실화...경쟁성 강화 더이상은 안된다>
기수협회는 이번 상금협상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면서 전 회원이 적극 나서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건비성 상금 인상, 협회운영비 동결 등은 조교사협회와 입장을 함께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는 지난 98년 이후 계속해서 문제제기 해왔던 공상비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 발생한 공상비의 보전과 앞으로 사후정산제 실시가 그 해결책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한 공감은 마사회나 기수협회 모두 충분히 이뤄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수협회는 무엇보다 경쟁성 상금의 강화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부산경남경마장이 개장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의 경쟁성 강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매년 신규기수가 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성 상금 자체가 강화되면 기수 회원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 시작될 수 밖에 없다고 기수협회 관계자는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협회운영비가 동결되는 상황도 절대 수용키 어렵다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마사회 실무진과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기수협회는 이같은 뜻이 관철되지 않을 시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기수들은 시위성으로 지난주에 예시장에서의 대경마팬 인사도 거부한 채 경주에 출전한 바 있다.
<마사회-경마제도개혁안 및 경영진단, 정부 지침 등에 의거…“최선책 마련하겠다”>
1차 상금안을 각 단체에 제시한 마사회는 일단 의견 수렴 및 입장차 확인을 마친 단계다.
마주협회, 기수협회, 조교사협회 등 모든 단체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번 상금안에 대해 마사회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해 탄생한 경마제도개혁안과 올해 있은 마사회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경마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에 역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단체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것.
우선 기수·조교사협회와 상금협상을 마무리지을 계획인 마사회는 당장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협회운영비 부분은 정부 지침 내에서 서로간 의견조율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기수협회의 공상비 관련한 요구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마사회로선 인건비성 상금의 5% 이상 인상은 불가하며 경마발전을 위한 경쟁성 상금 확대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쨌든 마사회로선 원활한 경마시행을 전제로 각 단체와 상금협의를 해야하므로 당초 제시한 상금안에서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률제 도입 등 새로운 상금책정방식 필요한 시점>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반복되는 경마상금협상과 이를 둘러싼 진통은 이제 한국경마의 고질적인 폐해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로 치부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던 경마단체들은 그러나 이제 생존권 사수라는 절대적 위기감 속에 경마상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경마상금의 기본 틀은 차기년도 마필 공급 두수와 단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며 각 경마종사자의 인건비는 정부지침에 따라 인상률이 결정되는데 무엇보다 경마상금의 규모가 적다는데서 모든 문제가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경마상금은 그 나라의 경마시행 수준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다. 전체적인 상금규모가 크면 그에 따른 마필 도입가도 상승되고 마주의 재투자 의욕도 고취되며 그러면서 자국산마 생산 기반도 확충될 수 있다.
경마의 매출액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5조원까지 예상되면서 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경마산업이 성장을 거듭할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경마상금책정 방식 자체의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마산업의 성장은 어느 한 단체,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매출액 신장에 대한 메리트는 상금책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경마상금협상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각이다.
마주협회가 주장하고 있는 정률제도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배당률에 따른 차등적 상금 지급방식도 경마종사자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매출액의 2%에도 훨씬 못미치는 지금의 경마상금규모는 경마산업 성장과 자신의 이익과는 별개라는 경마종사자의 회의적 시각을 더욱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
경마발전이라는 큰 틀속에서 경마상금책정, 분배방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또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지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할 때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