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수제재 왜 늘었나?

― 진로변경 위반 18건, 제재 증가에 지대한 영향
― 출전두수 증가·경주수 감소·20기 기승 증가 등 원인 추정

경마가 스포츠분야에서 외형적인 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또한 사회전반에서 IMF영향으로 인해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을 때도 경마산업만큼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70년이 넘는 한국경마가 끝없이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던 것은 경마 각분야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11월내 기수제재가 급격한 수적 증가를 보인 것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보이는 경마팬들이 있기에 기수제재의 증가 원인을 알아보고, 당사자인 기수와 심판처의 입장을 들어보자.
또한 향후 기수제재 증가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11월 기수제재 총 63건 발생
11월 기수제재가 총 63건 발생하면서 이전 3개월에 비해 두 배 정도의 기수제재 증가를 보였다.(8월 총 23건, 9월 총 28건, 10월 총38건)
특히 지난 11월 18일 제6경주에서는 무려 4명의 기수가 내·외측 사행 및 경주전개부적절로 제재를 받았으며 이날 다른 경주에서도 경주전개와 관련해 9건의 기수제재가 발생했다.
11월에 나타난 기수제재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내·외측 사행으로 인해 타 마필에 영향을 주면서 제재를 받은 경우가 총 25건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고, 두 번째로는 출발 후 100m이내 진로변경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18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기수제재를 살펴보면 이전과 비교해 수치상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최근 3개월 기수제재 현황〉
제재내용＼월     9월    10월    11월
진로변경 위반      9     12     18
내·외측 사행     13     13     25
기승법부적절       1      5      4
경주전개 부적절           2      1
채찍 과다사용      1      3      5
기타               4      3     10

·제재 증가에 대한 기수들의 반응
11월 기수제재 증가에 대해 당사자인 기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물론 기수 제재증가에 대해 제재를 당하는 기수들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불만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 J기수는 “최근 다소 제재가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느낌이다”라고 밝히고는 정확한 규정적용이 필요한 것이 제재부분이지만 과거 상황 참작 등으로 약한 제재로 끝날 수 있는 사안도 과도한 제재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한다. 또한 과거 심한 제재가 이어졌던 몇몇 기수들은 뒤이어서 나오는 작은 제재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나마 불만을 얘기하고 있다.
한편 제재를 직접 경험하지 않아 특별히 제재가 강해졌다는 것을 느끼진 못했다는 C기수는 “기수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최근 급격히 늘어난 진로변경 위반은 시행 초기 기수들이 신경을 많이 쓰다가 최근 다소 안이하게 생각하면서 진로변경에 대한 제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참기수에 속하는 K기수는 “최근 주마다 최소 4∼5명이 기승정지 제재를 당한다”고 얘기하고는 원인에 대해선 정확하지 않지만 제재가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K기수는 여기에 덧붙여 발주후 100m 진로변경 금지는 기수들 사이에서 공정한 경주진행과 기수보호 차원에서 잘 만들어진 제도라고 얘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기수들의 여론에선 출전두수의 증가에 따른 경주전개상에 나타나는 사행과 마필간 경쟁심화를 원인으로 꼽는 예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 심판처 입장
한국마사회 심판처에서는 기수제재에 대해선 공정성과 정확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다.
그리고 11월의 기수제재 증가에 대해선 일과성이라며, 이러한 갑작스런 증가는 원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했다.
또한 일부에서 상금협상을 둘러싸고 단체시위를 벌인 기수들에게 제재를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 등에 대해선 정확한 규정을 지켜야 하는 심판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재를 강화할 때는 사전공고를 필히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수제재 증가에 대해 한국마사회 심판처에서는 세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은 경주전개상 제재가 늘어난 것은 10월까지 12개 경주를 시행하다가 11월부터 11개 경주로 줄어들면서 경주당 출전두수가 급격히 늘면서 외곽에서 경주를 진행해야 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두 번째는 20기 기수들의 제재 증가다. 8월부터 본격적인 기승을 하게 된 20기 기수들이 초기에는 신마경주와 1700m이상 경주, 야간경주 등에 기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승기회가 적었고, 기승경험이 적다는 것을 감안하여 제재적용이 탄력적이었으나 최근 3개월여가 지나면서 기승기회가 늘면서 제재에 해당하는 20기 기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기승제재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발주후 100m 진로변경 위반에 대해선 공정경마를 보장하고 기수보호 차원에서 실시하는 만큼 정확하게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변경 위반 제재는 시행초기인 7월에 17건이 발생했었고 이후 8월과 9월은 각각 4건과 9건으로 줄었다가 10월 12건, 11월 18건으로 늘어났는데, 이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에서 파생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기수제재 증가 이어지는가
앞에서 11월에 기수제재의 수적 증가를 제재별로 살펴보았고, 기수와 심판처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기수제재의 발생건수를 분석해 보면 주된 기수제재 원인은 진로변경 위반과 사행으로 인한 제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염두에 두고 11월에 급격히 기수제재가 늘어난 원인을 가늠해 보면 크게 한가지 원인으로 폭넓게 묶어 볼 수 있다.
바로 출전두수의 대폭적인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재요인이 늘어난 것이라는 것이다. 즉 10월까지 하루 12개 경주로 열리던 경주수가 11개 경주로 줄어들면서 한달 8개 경주가 줄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 개 경주에 출전하는 두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출전두수의 증가는 서로간의 경쟁을 심화시켜 경주중 제재 요인이 자주 발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한동안 수급이 원활치 않았던 신마수급이 늘어나면서 등록된 경주마수가 많아졌고, 연말이 되면서 출전기회를 한번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 출전주기를 앞당기는 사례가 빈번해 지면서 이러한 출전두수 증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더불어 연말이라는 시기적인 특성이 더해지면서 상금획득을 위한 지나친 승부욕이 부른 결과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1월의 기수제재에 대해선 정확히 이러한 이유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제재 하나하나마다 각기 특징과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10월까지 12개 경주로 진행되다가 11월이 되면서 한경주 평균 11두가 넘는 출전두수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밖에도 신인기수들의 기승기회 증가와 연말이 다가오면서 상금획득을 위한 경주마간 치열한 경합, 그리고 일부 기수의 진로변경 위반에 대해 안이한 자세가 복합되면서 갑작스런 기수제재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심판처 관계자들이나 기수들은 최근의 기수제재 증가에 대해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로의 직업의식이 확고해야 한다
11경주 체제가 11월 한달 시행이 되면서 어느정도 각마방별로 경주 출전계획을 재수립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주당 출전두수는 크게 줄지는 않더라도 비교적 여유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진로변경 위반 및 내·외측 사행으로 인한 제재 역시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재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특성이 있다. 공정한 경마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 반면, 끊임없이 시비를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수제재는 경마가 계속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수와 심판처 서로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충실하고자 한다면, 제재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지 태반이 될 수 없음을 생각한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함께 경마를 이끌어 가는 주체임을 인정한다면 별반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