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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1인 연간 국산마 구매 두수 놓고 갈등 첨예한 갈등
-분열 징후 아직 없지만, 일부선 ‘창립 자체가 분열’ 의견
-지난 2일(토) 한국경주마생산자마주회(이하 코토바)가 출범하면서 마주협회와 코토바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코토바를 바라보는 시각은 경마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와 경마단체간 특히 마주협회의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마주협회와 코토바에 대해서도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코토바 창립
지난해 11월 국산마 경매가 파행으로 끝을 맺은 후, 몇몇 마주들이 코토바 창립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12월 경마공원 마주전용실에서 두 차례 정도 모임을 가진 일련의 마주들은 구랍 23일 발기인 대회를 갖고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한 후, 지난 2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창립까지 걸린 시간은 약 한 달 정도로 준비는 발빠르게 진행됐고, 창립 멤버도 당초 생산자마주 24명만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넘어 씨암말을 보유하고 2세마를 생산하는 마주와 목장에 투자해 신디케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마주까지 약 7∼80명을 확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특히 점차 코토바에 뜻을 같이 하는 마주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아직은 수치상으로 전체 마주의 1/4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보유두수가 전체의 절반 가량, 상금 수득액은 절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돼 결집된 목소리를 낼 경우 적잖은 파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주변 분위기
코토바 창립에 대해 마주협회는 상당히 우려하는 눈치다. 무신경한 반응을 보이지만 내심 코토바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적인 관계로 상호보완적인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일단 “필요 없는 단체”라는 반응이다. 특히 신임회장이 취임한지 채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새로운 마주단체가 생겼다는 점에 불쾌해하면서도 당황하는 눈치다.
마사회도 아직 코토바가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사태를 관망하는 가운데, 역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협의 파트너가 양분되는 사태는 우려”하면서도 “마주협회내의 발전적인 소모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경매 파행, 코토바 탄생 도화선
코토바 창립은 지난해 11월 파행으로 치달은 국산마 경매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토바 창립을 주도한 한 마주는 “경매 파행 후, 새로운 생산자마주단체 탄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마주협회는 개별거래의 성행으로 국산마가 계획 이상으로 도입된 상태고, 따라서 마방도 부족하고 12월 미국산마 도입으로 마주들의 여유도 많지 않다는 이유로 ‘협회차원에서는 비협조, 마주 개인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원칙을 정했었다.
하지만 코토바 창립을 주도한 마주들은 협회에서 공공연하게 경매불참을 유도했으며, 국산마 경매를 파행으로 몰고 가면서도 외산마 도입을 계획대로 추진한 것은 협회가 ‘국적있는 경마’ 시행의지가 없는 거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마주는 “생산자들이 구매자인 마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산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마주들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갈등의 원인과 내용
현재 마주협회와 코토바의 가장 큰 갈등요인은 마주의 연간 국산마 구매 두수 제한 문제다.
마주협회는 국산마의 경우 ‘마주 1인 연간 2두 구매’ 원칙을 올해부터 ‘1인 1두 우선구매 후 구입의사 있는 마주에 한해 1∼2두 추가 구입’으로 바꿔 시행하기로 했다. 마주의 수가 4백60명을 넘어섰고, 연간 국산마 구매 계획두수가 4백70두인 상황에서 매해 되풀이되는 상반기 마방 부족문제를 위한 해결책으로 1인이 한꺼번에 2두를 구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일 뿐, 국산마 구매 자체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마주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코토바는 마필 1두당 관리비용으로 수십만 원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협회가 주장하는 입사시기의 조절은 일방적으로 영세농가의 피해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2백50여두가 공급된 2000년도, 4백여두가 공급된 2001년도에도 ‘1인 2두’가 지켜졌는데 6백여두 공급 예정인 올해 ‘1인 1두 우선구매’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말한다. 더욱이 유예기간이나 사전 조치 없이 곧바로 원칙을 바꾸는 것은 생산자들 뿐 아니라, 미리 경주마를 구입해둔 마주들에게도 큰 피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마주협회와 코토바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마주협회는 계획된 국산마 두수 구매에는 문제가 없으며, 마방부족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최선책이라는 주장이며, 코토바는 일선 생산농가의 일방적 희생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마주협회 관계자의 전언이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외산마 도입에도 두 단체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마주협회는 마사회와 협의, 세 차례에 걸쳐 외산마 1백60두(두당 1만2천 달러 예상)를 도입할 계획이다.
마주협회는 오래 전부터 고가의 외산마 도입을 추진해왔다.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경마산업의 발전과 재미있는 경마 시행을 위해 우선 경주마의 질이 향상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평균가 7천5백 달러 수준의 경주마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1만 달러 이상의 고가마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며 향후에는 마주 개인이 현지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개별구매 방식도 고려중이다.
하지만 코토바는 외산마 정책에 관한 마주협회의 접근방식에 상당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경마장 개장이 당초 2003년에서 2005년으로 늦춰져 경주마 적체로 일선농가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그때까지는 국산마 우대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부산경마장 개장 때까지는 협회가 고가의 외산마 도입보다는 국산마 구매량을 늘리고 이에 따른 제반 문제들, 편성, 상금, 출전기회 등을 마사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향후 전망
박성구 코토바 회장은 “마주협회 회원 자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며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 항간의 오해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마주협회 관계자도 “협회가 강제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회원이 다른 단체를 결성하든 협회를 탈퇴하든 그것은 회원의 자유의사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표면으로 드러난 상황으로만 판단하면 마주협회와 코토바간에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 관계는 단언할 수 없지만, 파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둘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코토바가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을 채용하며 자체 사무국을 운영하는 것을 마주협회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코토바가 생산자협회 산하단체임을 자처하고 창립총회에서 여러 생산자단체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비춘 것도 향후 마주협회와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견을 보이고 있는 국산마 연간 구매 두수를 비롯, 물밑에 있는 마방확충 문제, 재해 위로금 지급 문제 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두 단체간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파행과 기형을 거듭하는 국산마 경매는 두 단체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행여 경매에서 지난해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면 두 단체는 마주와 생산자 입장에서 상반된 주장을 할 것이며, 꺽이지 않는 논리를 준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코토바 회원들이 마주협회 회원 자격을 고집하지 않는 상황도 예측된다.
코토바 창립 이후, 아직 마주협회는 ‘우려’ 이외의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마주들 사이에서도 코토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마주협회 직원들 사이에서 코토바에서 협회 직원들을 스카웃하려 한다는 괴담(?)이 떠다니는 상황에서 이달 말에 있을 서울마주협회 정기총회에 일단 시선이 모아진다. 이 자리에서 취임 1주년을 맞는 정진태 회장과 집행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코토바 소속 회원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향후 마주협회와 코토바의 관계를 점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