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마들의 꿈은 경마대회 석권

올해 들어 세 차례 경마대회가 펼쳐졌다.
굿데이배 ‘미러클윈’, 중앙일보배 ‘흑돌풍’, 스포츠투데이배 ‘블랙페가수스’등이 각 대회의 패권을 차지하며 기분 좋은 승수를 쌓았다.
경마대회는 대회 자체가 갖는 상금이라든가 명예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그 대회의 우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코리안더비를 석권했다면 ‘올해 최고의 3세마’라는 닉네임이 명실상부하게 붙일 수 있지만 하위군 경마대회를 하나 차지했다고 ‘최고’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무리가 따를 것이다. 해당 마필의 성적에 따라 ‘차세대’란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배경으로 경마대회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가 까지 확인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경마가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일반경주 우승은 경마대회 출전의 초석
만약 일반경주에서 신마 한 두가 여유있게 우승을 거뒀다고 하자. 그리고 다음 경주에서도 연승을 기록하며 무한한 잠재 능력을 과시했다고 하자.
당연히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럼 왜 기분이 좋은가?
물론 이겼다는 자체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경마인이라면 당연히 출전할 수 있는 경마대회를 미리 점쳐본다.
그래서 그 마필의 군, 성별, 연령, 산지등을 확인하게 되고 이 작업이 끝나면 구체적인 경마대회 명칭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 경마대회 중의 경마대회
최근 경마대회는 군별로 편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그 숫자도 대폭 늘어났다.
그래서 볼거리가 많아 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즉 좀 더 두고봐야 될 일이지만 예전만큼 경마대회를 석권했다고 명예나 가치를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마대회 중의 경마대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올해 시행되는 경마대회의 일정을 볼 때 그랑프리, 코리안더비, 코리안오크스, 농림부장관배, 마주협회장배, 마사회장배, 뚝섬배가 한차원 높은 경마대회란 느낌이 들고, 그 외 대회는 이 대회를 치르기 위한 전초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요 경마대회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랑프리는 한해 경마의 결산은 물론 경마팬들에 의해 출전마가 가려지기 때문에 최고 중의 최고라 할 수 있고, 코리안더비는 국산마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될 그랑프리와 동등한 대회라 할 수 있다.
코리안오크스와 농림부장관배는 코리안더비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관 경주의 기틀이라 할 수 있으며, 마주협회장배는 상반기 그랑프리, 마사회장배는 국산마 상반기 그랑프리, 뚝섬배는 국산마 하반기 그랑프리로 평가될 수 있다.

- 코리안더비의 전초전인 중앙일보배와 스포츠투데이배
현재까지 치러진 경마대회 중 중앙일보배와 스포츠투데이배는 코리안더비의 전초전이라 해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들 대회는 올해 코리안더비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국산 3세마들이 대거 출전했기 때문이다.
능력있는 3세마들이 일반경주가 아닌 경마대회에서 코리안더비를 앞두고 누가 더 센지 겨룬다는 것은 비록 그 대회에서는 패했으나 더 큰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보루가 있다.
그러나 코리안더비에서 우승마가 결정되면 3세마들의 자웅은 일단락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앙일보배에서 선전했던 3세마 즉 ‘흑돌풍’, ‘고려방’, ‘당대으뜸’등은 대회 호성적은 물론 코리안더비를 앞두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승마 ‘흑돌풍’은 그 어느 마필보다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배에서 비록 4위에 그쳤으나 ‘허니비’ 역시 1800m까지는 돌파할 수 있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의미있는 성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일보배는 국산3군 경주고, 스포츠투데이배는 국산2군 경주였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외국산 차세대 기대주를 가렸던 굿데이배
올해 경마대회의 출발은 굿데이배였다. 2군 1400m 경주였기 때문에 우승마가 어떤 당장의 외국산 강자라고는 평가받기 힘들다.
그래서 굿데이배 우승마인 ‘미러클윈’은 차세대 기대주라는 닉네임이 아마도 어울릴 것이다.
‘미러클윈’이 향후 출전할 수 있는 경마대회는 하반기 SBS배, YTN배, 그랑프리 정도를 전망해 볼 수 있는데 행보를 지켜본다.

- 그렇다면 투데이배 ‘블랙페가수스’의 의미는?
방금 투데이배는 코리안더비의 전초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더비에 출전할 수 없는 ‘블랙페가수스’의 우승 의미는 무엇인가?
사실 투데이배는 지난해 국산 3세마 경마대회에서 ‘쾌도난마’, ‘에스빠스’등에게 졌던 마필들이 대부분 출전해 다소 식상한 맛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같은 4세인 ‘쾌도난마’와 ‘지어지선’이 동급 최강마로 평가되는 만큼 이 대회 우승마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지만 ‘블랙페가수스’는 예외다.
이 마필은 지난해 하반기 경마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고, 또한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당당히 ‘차세대 기대주’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즉 스포츠투데이배는 ‘블랙페가수스’가 우승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앞으로 국산1군 경마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보자.

지금까지 펼쳐졌던 경마대회의 의미를 짚어봤다.
앞으로 펼쳐질 상반기 경마대회를 살펴보면 1군 대회인 마주협회장배, 코리안더비를 앞두고 다시 한번 펼쳐지는 국산2군 대회인 스포츠조선배, 그리고 대망의 코리안더비, 다시 2군 대회인 스포츠서울(국산2군)과 내외경제배(외국산2군)가 펼쳐지고, 7월에는 국산1군 대회인 마사회장배, 마지막으로 코리안오크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중 1군 대회인 마주협회장배와 마사회장배에 간단히 설명해보면 마주협회방배에서는 지존인 ‘다함께’가 라이벌인 ‘포트오먼’과 ‘더스파이커’ 혹은 세대 교체에 나선 ‘차지유어글래스’나 ‘부움’등의 반격을 따돌릴 수 있는냐에 초점이 모아진다. 물론 국산마들의 원정도 무시할 수 없다.
마사회장배에서는 ‘새강자’와 ‘무비동자’의 맞대결이 다시 한번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과천벌은 경마대회를 통해 세력판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회를 통해 어떤 마필이 최강에 오를 것인가? 혹은 어떤 신예가 부각될 것인가가 반복되며 경마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