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기 힘들고 짓기도 힘든 말이름
영어식 경주마명, ‘어렵다 어려워!’
정감어린 우리 말이름을 기대한다

지난 17일 한국마사회에서 발표한 국산 신예마명을 살펴보면 과연 국산마가 맞나하는 의문을 가지게끔 한다. 총 19의 등록마중 영어식 마명이 9두로 5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마가 재도입되면서 많은 경마팬들은 낯설은 마명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일부에선 말이름중 앞의 몇 단어만 거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경마가 7년의 노력 끝에 한국혈통서를 발간했고 98년 10월부로 국제혈통서위원회로부터 국제 승인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국제혈통서위원회는 경마와 생산에 관한 국제협약(IABR)을 두어 마명에 대하여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준수사항은 1마 1마명이다. 1마 1마명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는 한 나라에서 작명되어 타국으로 유통되었을 때 원명이 다른 마명으로 부르게 되면 마필 개체의 혈통 추적이 곤란해지고 마명혼란이 초래되어 서러브레드종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산마 마명등록에서 과거 사용되던 마명은 일정기간 사용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는 관계로 국산마에게도 영어식 마명이 붙여지면서 어려운 마명이 경주로를 풍미하게 된 것이다.
경주마명 등록의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부르기 쉽고 정감어린 우리말로 된 마명의 활성화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영문식 마명이 늘고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동명이인이 있지만 말의 경우에는 이름이 같은 경우는 없다. 경주마에 같은 이름이 주어지면 혼란이 초래되고 그 말의 존재의의 및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명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혈통을 중요시하는 경마의 특징에서 기원한다.
경마를 위해 철저한 품종개량을 거친 서러브레드종의 유지와 보존은 위해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철저한 마명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명을 제한하는 경우는 이미 사용중인 마명 또는 유명한 말의 마명과 동일하거나 혼돈의 우려가 있는 마명,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가 있는 것, 공인이나 널리 알려진 사람의 성명, 국제보호마명부에 등재된 마명과 동일하거나 혼돈의 우려가 있는 것, 공공질서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마명 등이다.
여기에 최근 유행처럼 돌림자로 쓰고 있는 장군, 대장, 별, 천하 등도 한동안은 사용을 할 수 없는 마명이다. 말등록 규정에 의하면 같은 돌림자를 쓰는 경주마가 10두이상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제주도에서 사용중인 마명 또한 해당마필이 퇴사한 이후라도 5년이내에는 동일한 마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점점 사용가능한 마명이 줄어들고 있는 한글식 마명에 비해 외국식 마명의 경우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최근 영문식 마명의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같은 뜻을 가진 경우라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일례로 순우리말 마명인 미르와 영문식 마명인 드래곤 모두가 용을 뜻하지만 사용중이다.
마명 자체에 대한 제한도 있는데, 한글의 경우 여백없이 8자 이내, 영문의 경우 여백을 포함하여 알파벳 18자 이내로 해야하는 제한이 있다.

좋은 이름을 가진 말이 잘 뛴다?
간혹 “말이름이 좋아야 잘 뛴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말이름이 좋아서 잘 뛴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엇비슷한 이름을 가졌던 경주마가 부진을 거듭하다 사라져간 예가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보면 결코 말이름이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좋은 성적을 내는 경주마의 경우 자주 마명을 대하다보니 친근감이 생기고 비례적으로 마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경주마가 마명을 가지게 되는 경로는 입사경로 차이에 따라 다르다.
우선 국산마는 대개 마체검사가 끝난 이후 경주마등록신청을 후 마명심사를 거쳐 등록을 확정짓게 된다. 즉 마주나 마필관계자가 마명을 짓게 된다.
하지만 외국산마의 경우 마명의 등록된 경우 해당 마명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고, 마명이 아직 등록되지 않은 경우는 마명을 마사회는 물론 생산국 등록기관에 승인을 받아야 경주마로서 자격을 가지게 된다.
말이름을 짓는 방법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다. 혈통상으로 선대에 유명한 경주마가 있는 경우 연계성을 가질 수 있는 마명을 짓는 경우가 그 첫 번째다. ‘가속도’의 자마들에게  가속이란 돌림을 붙여 ‘가속질주’,‘가속세대’등의 이름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 예이다.
그리고 -장군, -별, -산, 핵- 등처럼 시리즈라고 명명되는 돌림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자성어와 속담 등에서 마명을 따오는 경우도 있다.
드문 경우지만 애국가 가사로 마명을 지으려고 했던 경우도 있었다.

정감어린 말이름 기대한다
신마를 구입하거나 구입 예정중인 마주들은 미리 마명을 지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그러나 제한마명을 염두에 두고 마명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처음부터 몇 개의 마명을 생각하는 수고를 거치는 것이 반복된다.
이러한 마명등록의 어려움을 아는 한국마사회 마필등록팀의 추만호 과장은 신문을 펼쳐들며 “매일 보는 신문에서도 무수히 많은 마명을 발견할 수 있다”며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대할 수 있는 것에서도 마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경마공원에는 항상 1천 3백여두의 경주마들이 저마다 뜻있는 이름을 가지고 경주마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미 사용했던 마명을 10년동안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유사한 마명 불가 등으로 해가 갈수록 점점 마명을 짓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경주마 이름에서도 우리의 정감을 자극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이름이 확대되길 바라는 것이 많은 경마팬의 염원일 것이다.
부르기 쉽고 뜻 좋은 경주마 이름이 서울경마공원을 수놓을 때는 과연 언제가 될까?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