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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매, 잘 못 알고 가면 큰 코 다친다!
-개별구매, 크레이밍 경주, 경매 등 다양한 경로로 구매 가능
-경매, 알고 가면 좋은 말 구입 가능, 모르면 돈만 낭비할 수도...
-‘속빈 강정’ 오칼라 4월경매 등 잘못된 정보도 허다
-한국마사회(회장/윤영호)와 서울마주협회(회장/정진태)는 올해부터 1만2천 달러 수준의 외산마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일괄구매·분양추첨 방식의 외산마 도입 외에 마주 개별구매를 허용했다. 특히 마사회는 개별구매 지원금을 책정할 정도로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외산마 도입단가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일단 현재까지는 외산마 개별구매가 한국경마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확한 정보로 개별구매에 나서야 명마를 도입할 수 있으며, 섣부르게 덤볐다가는 낭패만 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산마 개별구매 어떻게 이루어지나?
외산마 개별구매 형태는 에이전트(Agent)나 블러드스탁(Bloodstock)을 통한 개별구매와 크레이밍 경주를 통한 구매, 경매 등의 방법이 있다.
◎개별구매 = 미국에는 경주마 거래를 담당하는 에이전트와 블러드스탁이 많다. 각 경마장, 목장 주변, 지역별로 산재해있는 에이전트는 시골경마장의 우수마를 좋은 경마장으로, 좋은 경마장의 능력부진마를 시골경마장으로 소개해주는 업무와 각 경마장의 마주, 조교사를 소개해 주는 업무를 하는 업자들을 말한다. 블러드스탁은 일정 수당을 받고 대리 구매해 주거나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필을 판매하는 회사로 씨수말의 종부권, 신디케이트 공유권(Share), 마필수송 및 부대업무를 주로 한다. 외국에서의 개별구매는 이들 에이전트나 블러드스탁을 통하거나 직접 생산목장이나 조교사를 통해 가능하다.
◎크레이밍 경주 = 미국에는 크레이밍(Claiming) 경주라는 것이 있다. 크레이밍 경주란 이를테면 마필 판매를 위한 경주로, 출전하는 마필에 가격을 정하고 출발 10분전까지 아무 마주나 시행체에 이 금액을 납부하면 소유권을 이전시킨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번까지 마필이 1천만원 클레이밍 경주에 나서고 A마주가 3번마가 맘에 들어 출발 10분전 1천만원을 시행체에 납부하면 경주가 끝나고 3번마의 소유권이 A마주에게로 이전되는 제도다.
◎경매 = 미국에서 경매는 마필 판매 최선의 수단이며, 구매 최악의 수단이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해 구매자쪽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을 주고 구입해야하며 판매자는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경매에 나오는 마필은 사려는 이가 많은 고급마이거나 이미 개별구매가가 산정되었음에도 판매자가 경매커미션 10%를 감수하고 더 높은 값을 받으려는 마필이 대부분이다.
-마주들, 외산마 개별구매 ‘의욕 넘친다.’
외산마 개별구매에 대해 마주들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20일(수) 현재 외산마 구매 자격을 획득한 마주는 1백54명. 이중 약 6∼70여명이 개별구매를 희망하고 있다. 구매 1∼2개월 전 마주협회에 개별구매 여부를 통지하면 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점차 개별구매 희망마주가 늘고 있는 추세다. 마주협회가 이달 중 36명의 마주에게 추가로 외산마 구매 자격을 부여할 경우 개별구매 희망마주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미 외산마 구매를 마친 마주도 있다. 위임구매와 개별구매를 놓고 저울질하다 “봐 둔 외산마가 있다”며 개별구매로 돌아선 마주도 있고, 여러 마리 사 놓은 외산마 중 선택의 문제만 남겨둔 마주도 있다. 소속 조교사나 에이전트를 통해 시장조사를 마친 마주도 상당수다. 국산마 생산 위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마주들은 대체로 외산마 개별구매에 대해 ‘의욕이 넘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마주들의 높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 외산마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유통 기반은 미비, 에이전트나 블러드스탁을 통한 개별구매로 시장을 뚫을 수 있는 마주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크레이밍 경주도 마주들에게 매력적인 구매 방식일 수 있으나 현재는 대체로 ‘경매를 통한 우수마 도입’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상당수 마주와 조교사가 상반기 미국 경매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미국동부 주요 경매일정
◎오칼라 경매(Ocala Breeder`s Sale) = 3월 19일∼20일. 2세마 경매로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생산자들의 첫 세일로 흙속의 진주를 찾을 수 있는 경매라는 평가. 작년에도 ‘디스코리코’(Discorico, 경매가 8만 달러), ‘엑스트라히트’(Xtra Heat, 경매가 5만 달러) 등을 발굴했다. 경매마 경주 투입확률은 약 35%.
◎아데나 스프링 팜(Adena Spring Farm) 경매 = 3월 21일. 2세마 경매로 아데나 스프링 팜이란 개별목장에서 자체생산마필을 대상으로 하는 경매. 일본인들이 주고객이다.
◎킨랜드 경매(Keenland Selected) = 4월 16일. 2세마 경매로 켄터키주 킨랜드 경마장에서 벌어진다. 상당히 우수한 마필의 구매가 가능하나 너무 높은 가격이라 한국 실정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오칼라 경매(Ocala Breeder`s Sale) = 4월 22일∼25일. 3월에 펼쳐지는 같은 지역의 오칼라 경매와 4월 16일 켄터키 경매의 비낙찰 마필 위주의 경매. 경매마 경주 투입확률 21%.
◎티모니움(Timonium) 경매 = 5월 20일∼21일. 메릴랜드주 티모니움 경마장에서 개최되는 2세마 경매. 우리나라에게는 1997년 ‘샤이닝타임’이 2천 달러에 낙찰됐던 경매로 친숙하다. 계절적으로도 한국과 가장 유사한 환경. 1백30년 전통을 자랑하는 경매로 경매마 경주 투입확률이 39%로 높은 것이 장점이다.
-‘속빈 강정’ 오칼라 4월 경매... 모르고 가면 손해만 볼 수 있어
4월에 있을 오칼라 경매는 우리경마의 정보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예다. 현재 상당수 마주와 조교사들이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플로리다주 오칼라에서 열리는 경매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칼라 경매가 미국에서도 규모가 크고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는 정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의 몇몇 에이전트에게 확인한 결과, 4월의 오칼라 경매는 상장되는 마필들이 대부분 3월 오칼라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말들로 ‘속빈 강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칼라 4월경매는 경주 투입확률이 21%로 미국경매 중 최하위급이다. 특히 오칼라 4월경매는 24시간 이상의 폭염에서의 내륙운송, 30시간 이상의 장거리 수송 등 플로리다 경매의 단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에이전트들은 오칼라 4월경매보다는 5월에 있을 티모니움 경매를 추천한다. 티모니움 경매는 미국 동부 최대의 경매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현지 환경도 한국과 비슷해 한국형 경주마 구입에 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미국 삼관경주 중 두 번째 레이스인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다음날 펼쳐져 볼거리, 배울거리도 다양하고,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오칼라 경매보다 내륙수송비가 3백 달러 정도 싸,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고 귀띔한다. 정보의 질에 따라 경주마의 질과 마주들의 부담이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외산마 개별구매, 정확한 사전 정보 필수
외산마 개별구매가 질 좋은 경주마 도입과 한국경마의 세계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정보수집이 필수라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앞서 언급한 크레이밍 경주의 경우도 원하는 마필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수의진단 등 검수를 불허해 육안으로만 검수가 가능, 상당한 위험요소가 따른다. 따라서 마필의 사전정보에서 조교사 성적까지도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경매의 경우에도 “마필구매 마지막 방법이므로 연고와 정보가 없는 이방인들의 잔치로 끝날 염려가 다분하다”며 “사전정보와 이해 가격선 산정 없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은다. 해외시장에 대한 마사회와 마주협회 등 관련단체의 정확한 실태파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경마가 국제시장의 냉엄한 현실을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팎의 충고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신태식 미국통신원 sandk@krj.co.kr】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