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과세 부담, 여가 체육으로 정해놓은 정부 시책과 상반
-경마장은 세금 천국... 조세학자조차 이해 못하는 세율

-72%에 불과한 세계 최저 환급률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본지가 창간 이후 각종 기사와 칼럼을 통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다. 하지만 환급률은 인상되기는커녕 지난해부터 교육세가 1% 인상됐고 기타소득세, 특별소비세도 여전하다. 레저세의 국세화 논의도 큰 진전이 없어 상황은 오히려 악화, 급기야 팬들이 환급률 인상을 부르짖으며 거리로 나서는 지경까지 왔다. 우리경마의 환급률,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본다.

◎경마팬들이 부담하는 각종 세금 = 현상황에서 경마일은 말하자면 세금 내는 날이다. 팬들은 경마장 입장부터 납부를 시작한다. 입장료 800원에는 500원의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150원, 부가가치세 72원 등 722원이 세금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장한 팬들이 마권을 구매하는 순간엔 벌써 레저세 10%, 교육세 6%, 농특세 2% 등 구매액의 18%가 세금으로 원천징수 된다. 마사회의 수익금과 제비용 등 10%를 제외하면 팬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원금의 72%. 여기에 100배 이상 적중되면 기타소득세 20%, 주민세 2% 등 22%의 세금이 추가부담, 실제는 70%를 넘지 못한다. 경마팬에게 징수되는 각종 세금의 내역을 살펴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특별소비세 = 경마팬들은 근사한 접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열악한 환경에서 경마를 관전하면서도 특별소비세를 내고 입장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육성해야 할 여가 체육인 경마에 입장시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부 정책이 상반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정부가 마권구매를 사행성 행위로 간주, 특별소비세를 마권소비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의 입장을 규제할 목적으로 적용한다면, 마권을 구매하지 않고 경주관람만을 위해 입장하는 팬들에게까지 부과되는 현행 경마장 입장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폐지돼야 한다. 또한 특별소비세로 200원이 부과되는 경륜장과 비교하면 경마장에 부과되는 특소세 500원은 조세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레저세 = 현재 경마관련 본세(本稅)인 레저세는 지방세다. 많은 조세학자들은 하루빨리 레저세를 국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 97년 조세중립성·징세편의성·징세효율성을 위해 레저세(당시는 마권세)를 국세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레저세가 지방세다 보니, 경마장에서 거둬들이는 레저세가 주요 세원인 지방 자치단체들은 이의 인하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일 국회 농수산위 주진우 의원에 의해 발의된 레저세를 10%에서 6%로 낮추는 법안은 경기도가 세수결함이 발생한다며 다른 시·도 자치단체와 연계, 강하게 반발해 무산될 위기에 놓인채 국회 계류 중이다.

◎목적세 = 교육세 6%, 농특세 2% 등 목적세는 경마팬들의 높은 세부담의 주원인이다. 환급률을 높인다면 레저세 인하보다 목적세를 줄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2001년부터 2%로 환원키로 하고 한시적으로 적용된 5%의 교육세가 모든 경마종사자의 반대에도 불구, 환원은커녕 6%로 늘었다. 일부에서는 2004년 7월 농특세가 폐지, 환급률이 2%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교육세의 예를 보면 오히려 환급률이 더 낮아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타소득세 = 100배 이상 적중 마권에 부과되는 세금은 기타소득세 20%와 주민세 2%. 이러다보니 101배를 적중한 사람이 99배를 맞춘 사람보다 더 적은 배당금을 받는 이상한 계산이 나오게 된다. 만약 400배를 적중한 팬이 있다면, 그는 312배에 해당하는 배당금만 받게 된다. 이중과세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100배 이상의 적중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마팬들이 100배 이상의 고배당을 적중한다 하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마산업 재투자 미약 = 환급률이 낮더라도 그것이 경마산업에 재투자가 된다면 지금같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율이 높다보니 마사회가 시설비, 상금, 급여 등에 쓰는 비용이 4%에 불과하다. 경마사업확장적립금도 이익금(전체 4%)의 40%(전체의 0.16%)에 불과하다. 과도한 세금이 경마팬들의 불만 뿐 아니라 마사회와 각 관련단체들간 마찰의 주요인이 되고 있고 나아가 경마산업의 경쟁력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마장은 세금 천국 =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경마와 관련한 입장행위와 마권소비행위에 부과되는 각종 명목의 세금, 경마관련 본세에 각종 목적세가 부가세로 부과되는 것, 동일한 세원이라 볼 수 있는 경마행위에 대해 소비세인 수익과세와 기타소득세인 소득과세가 이중으로 부과되는 것 등은 조세학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조세학자들은 경마팬들에 부과되는 세금은 일종의 행위규제세, 또는 응징과세로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경마의 전국화와 지방화로 조세경쟁을 완화시켜 적정한 세율을 찾는 것이 경마관계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모든 경마인들이 반대했던 교육세 환원 요구도 묵살됐고,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결과라는 18%의 세율도 1985년 6.86%를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해온 수치다. 정부 당국의 편향된 인식이 먼저 전환되지 않는다면 경마종사자와 경마팬들만에 의한 경마발전은 계속 발목을 잡힐 것이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