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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핸디캡 전문위원 새벽훈련 관찰 등 경주마 능력평가 위해 총력
―하반기부터 초반 200m 구간도 속도 측정…경주마의 질주습성 파악 용이
한국마사회 핸디캡 전문위원.
일반인들에게는 핸디캡이라는 용어조차 낯설 수 있지만 경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중요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을 터.
능력이 우수한 경주마에게는 높은 짐을 지우고, 편성상 불리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주마에게는 그만큼 짐을 덜어주는 게 핸디캡이다 보니 다분히 상대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경마관계자들에게는 경주의 성패를 가르는 핸디캡이 매우 민감한 문제로 대두되지만 경주의 박진감을 한층 높이는 게 또한 핸디캡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핸디캡의 역할과 부과 기준, 그리고 앞으로 개선되는 핸디캡 관련 제도에 관해 알아본다.
한국마사회는 4인의 핸디캡 전문위원을 두고 거의 독립적인 부서로 핸디캡실을 운영하고 있다.
핸디캡 전문위원은 매주 핸디캡 지정 경주에 한 해 편성을 고려한 후 경주마 각각의 부담중량을 정하는데, 특별히 계량화된 기준은 없고 다만 각 전문위원 별로 전체 경주마의 능력을 가늠한 뒤 편성이 정해지면 상대적인 우열에 따라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하게 되는 것.
이 과정에서 전문위원 간 의견차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0.5kg∼1.5kg 내외다. 물론 상대적인 우열 판정은 큰 이견이 없다.
아무리 우수한 핸디캐퍼가 부담중량을 결정한다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터.
마사회 핸디캡실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경주마의 능력을 정확히 산출하고 평가하는데 몰두하고 있으며 이런 결과에 불만을 갖는 마필 관계자 및 경마팬들에게는 그 과정을 설명하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주마 능력평가 부담중량이란>
지난 80년대부터 시작된 국제 경주마 능력평가 부담중량(프리 핸디캡)은 말 그대로 경주마 각각의 능력을 부담중량으로 수치화해 우열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도 지난 98년부터 경주마 능력평가 부담중량제를 도입, 해마다 1년 성적을 기준으로 최고 국산마와 외국산마를 가려왔다.
지난해에는 ‘새강자’와 ‘다함께’가 각각 최고 부담중량을 받아 최고의 경주마인 것으로 인정받았는데, 새롭게 도입되는 경주마가 많아 올 해는 사뭇 양상이 다를 것으로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파악하고 있다.
미완의 대기로 인정받아 왔던 ‘더스파이커’에 핸디캐퍼들은 주목하고 있으며, 그밖에 신예마들의 활약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1월에 발표된 2000년 경주마 능력평가 부담중량은 새롭게 3세마 부문이 추가돼, 최근 부각되고 있는 3세마들의 전력을 세심하게 분석하는 한편, 정상적으로 경매가 시행된다는 전제하에 내년부터는 2세마 부문도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경주를 분석한다>
핸디캡 전문위원들의 업무 싸이클은 경마시행과 맞물려 1주일 단위로 반복된다.
가장 바쁜 날은 금요일로 다음주 열릴 핸디캡 예정경주의 출전마 등록 신청을 받아 그 리스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토·일·월요일 3일간 해당 출전마의 새벽훈련 관찰을 통해 마필 각각의 컨디션과 능력 파악에 주력한다.
수요일에는 오전에 마체검사를 마치면 오후에 전문위원들간 미팅을 갖고 핸디캡 작성에 관해 협의한다. 많게는 20년에서 적게는 2년간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이다 보니, 서로간 의견차는 그다지 크지 않으며 협의를 통해 의견을 총괄하게 된다.
목요일에는 능력검사를 주관하고, 이때 신마들의 습성과 악벽, 능력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해당주 쌍승식 경주도 목요일에 발표하는데, 쌍승식은 대략 우승·입상마가 3∼4두 이내로 좁혀지면서 출전두수가 적은 경주에 한해 지정된다. 그 이유는 고배당 발생 가능성이 높은 쌍승식 마권의 특성상 지나치게 적중이 어려우면 배당률이 그만큼 커질 소지가 있으므로 사행심을 최대한 낮춘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금년 내에 쌍승식 마권이 전 경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핸디캡퍼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모든 업무가 끝나고 경마일이 되면 핸디캐퍼들은 더욱 바빠진다. 일일 12개 경주를 관람대 6층 심판위원실에서 관람하며 경주 종료 직후 3∼4회 가량 녹화 테잎도 재시청한다.
이때는 대략 24가지 항목을 정하고 각 출전마 별로 항목에 해당되는 사항을 정리, 통합된 의견으로 자료 입력을 마치게 된다. 만들어진 자료는 해당 경주 심의 여부와도 직결되며 차후에는 핸디캡 선정 시 고려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상 핸디캐퍼들의 일주일 단위 업무를 정리해 보면 크게 훈련관찰, 사전 분석(경주 편성 후 미리 예측), 사후 분석(경주 종료 후), 상황 관찰(특이 사항 발생 시 경주마 능력 발휘 여부 검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주마 질주습성 파악 쉬워진다>
마사회 핸디캡실은 오는 8월부터 전 경주마의 전 구간 속도 측정이 가능하도록 초반 200m 지점에도 속도 측정기를 설치할 방침이다.
즉, 그동안은 결승선 전방 600m 지점에만 설치, 선두마에 한해 속도를 측정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대상을 전 두수로 확대하는 한편, 초반 스타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출발 후 200m 지점까지 측정 범위로 포함시킨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경마팬과 경마전문가들은 초반 시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사회에 이같은 내용을 수차례 건의해 왔다.
경마정보의 다양한 제공과 팬의 욕구 충족이라는 마사회의 서비스 확충안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으며 이제는 경주로 전 구간에 걸쳐 모든 출전 두수의 속도를 측정, 마필의 질주습성 파악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박일웅 핸디캡 부장 인터뷰>
―경주마의 부담중량에 관한 인식을 바꾸자
―그랑프리 부담중량 방식 개선은 아직 시기상조
―3월부터 경마문화신문에 칼럼 게재…‘경마바이블’ 소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주마의 부담중량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 매주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핸디캡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빗대 18년간 한국마사회 핸디캡 전문위원을 지내고 있는 박일웅 부장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박부장은 또한 핸디캡은 정해진 수치가 있는 게 아니라 편성의 강약에 따라 경주마 각 개체가 지닌 능력을 감안해 경주 박진감을 최고로 높일 수 있도록 조절되는 하나의 장치라며 핸디캡제도의 취지를 새롭게 인식할 것을 당부한다.
<경주마 자원 및 상향 평준화가 급선무>
매년 그랑프리 경마대회의 부담중량 부여 방식을 두고 기존의 핸디캡 방식을 폐지하는 대신 경주마의 성별과 연령에 따른 마령중량 방식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력 열세로 평가됐던 ‘즐거운파티’가 최저부담중량이라는 이점을 안고 뜻밖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러한 논의는 더욱 가속화 됐으며 경마팬들 사이에서도 많은 설전이 오고 간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련 부서도 많은 검토와 논의가 따랐지만 지금 시점에서 박일웅 부장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즉, 경주마 자원이 일천하고 국산마 생산 육성이 초기 단계인데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경주마도 최저 수준이라 자칫 미편성 경주가 속출하거나 경주 박진감이 극도로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
따라서 내년부터 도입될 1만5천불 상당의 외산마가 경마장에 입사하고 현재 서울경마장 경주마의 2/3 가량이 교체된 후라야 긍정적인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외산마의 도입가만 올라가더라도 그 평균 기량은 현재 1천5백불 정도인 경주마들 보다 두드러지게 높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들로 인해 전체적인 경주마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부담중량 부여 방식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사회 환경 및 분위기 성숙된 후, 핸디캡 부서의 독립 검토>
한국마사회 전문 부서의 업무 독립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논의된 바 있다.
특히 많은 경마관계자들은 전문 경마인 양성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전산 분야, 방송 분야, 그리고 심판 부서의 독립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박일웅 부장은 환경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사회적인 성숙이 이룩돼야만 경마분야에 관한 선진 제도 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현재 모든 경마시행을 주관하고 있는 마사회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심판실이나 핸디캡의 결정에 많은 불만과 불신이 난무하는데, 민간 이양 혹은 독립됐을 시에는 그 권위를 인정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여건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부장은 또한 객관적인 판단과 결정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앞서는 사회 풍토가 정화되고 자리잡는 것이 선결과제며, 사실 현재 마사회 내에서도 핸디캡이나 심판실은 어느 정도 독립성이 인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전문성과 노하우를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경마 바이블로 통하는 라우스 제독의 고서 3월부터 경마문화에 게재>
박일웅 부장은 오는 3월부터 경마문화신문에 경마칼럼을 연재할 계획이다.
지난 98년 본지 창간과 더불어 시작됐던 박일웅 칼럼은 지난해 개인사정으로 중단된 바 있는데 이번에 연재를 재개함으로써 경마팬들에게 경마시행에 관한 알기 쉽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문일답)
―지난해까지 연재했던 칼럼에서는 전문 분야의 지식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해 많은 경마팬과 관계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었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다룰 계획인가
▲영국의 라우스 제독이 1877년에 쓴 ‘경마의 규정(rules of racing)’이라는 책을 번역해 보다 쉽게 풀어 설명할 생각이다.
라우스 제독은 마령중량표의 창시자로서 근대 경마의 체계를 정립한 인물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경마시행의 포괄적인 규정과 실제가 반영돼 있으며 1백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경마산업에 있어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백 여 년 전에 출판된 책이 지금까지 적용된다면 그만큼 경마 분야의 진화가 더디게 진행됐다는 뜻도 될 수 있지 않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경마의 태동 자체가 보수적인 집단의 ‘내기’에서 비롯된 만큼 사회 전반의 변화보다 훨씬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이 진리며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경마의 현실과 접목해 차근차근 다뤄줄 생각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