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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실명 계좌권 도입, 경마관계자 운영 개선, 국제경주 참가 및 우승
- “막연한 목표보다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경마산업이 ‘바다이야기’의 후폭풍을 맞아 휘청거리면서 농림부에서 경마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당시 농림부는 ‘바다이야기’로부터 비롯된 사행산업에 대한 사회여론 악화가 경마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경마산업의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으며, 마사회가 추진하던 장외지점 신설계획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밀려 결국 완전 철회되는 등 경마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대되고 있어 우선은 경마산업에 대한 건전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나아가 세제와 이미지, 사업계획 등을 다루기 위해, 경마혁신 방안 수립을 위한 협의체인 「경마혁신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농림부가 이례적으로 경마산업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악화일로에 놓인 경마산업에 대한 비판여론이 마사회나 경마유관단체의 힘으로 무마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국 장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정부, 경마계, 언론인, 축산단체, 시민단체의 생각을 모아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되었다.
결국 농림부에선 지난 3월 「경마혁신대책」를 내놓았다.
농림부가 밝힌 「경마혁신대책」은 경마혁신 방안으로 8개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경마의 건전성 강화, 경마의 선진화·국제화 추진, 사회기여 확대 및 이미지 개선, 마사회 경영 효율화 추진 등이며, 경마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경마세제 개선, 특별적립금 운영 개선, 불법 사설경마 단속 강화, 경영평가지표 개선 등이다.
농림부의 경마혁신대책이 발표된 이후 관련단체들의 크고 작은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전국마필관리사노동조합(위원장 박봉철)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농림부가 발표한 경마혁신대책이 고용주체의 전환으로 인한 고용 불안, 경쟁성 상금비율의 인상으로 구성원간의 과도한 빈부격차 초래, 경주협력금의 폐지로 인한 기본적인 생계 불안, 마필관리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조교사로의 승진 기회의 가능성 감소 등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고, 마주 개인의 자격 강화와 등록제로의 전환에 대해 기존마주들의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마혁신대책의 상당부분이 이미 마사회에서 계획한 내용이고, 일부 시행중인 사항이 포함되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경마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경마의 탄생과 더불어 얘기되었을 것이다. 생산과는 별개로 마권판매에 집중된 한국경마가 가진 한계가 적지않은 세월동안 어두운 이미지를 경마산업에 덧칠해왔다.
또한 그동안 마사회에 대한 외부평가는 공무원에 준하는 철밥통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획일화된 수익구조에 2002년까지 불패의 성장세를 지속해오면서 굳어진 마사회의 인력구조는 신입사원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장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사회는 스스로 변화를 감수해야 할 때다. 인력구조 개선과 경마산업 시스템의 전반적인 재검토, 다각적인 사업 추진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경마혁신대책을 간략하게 다시한번 요약해 보고, 경마혁신대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편집자주〉
농림부에서 마련했다는 경마혁신대책은 전체적으로 볼 때 경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환급률 인상과 경마인력의 효율적인 운용, 그리고 나아가 세계화로의 경마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선 태생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경마가 80여년에 걸쳐 사회적으로 벽안시 되고 문제시 되었던 갬블성은 비단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크게든 작게든 문제화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경마가 일제의 식민화정책으로 도입되었다는 인식이 꾸준히 자리잡은 가운데, 정부의 세금 징수을 목적으로 한 마권발매산업의 확대에만 치중을 하다보니 도박산업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졌고, 특히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바다이야기’ 여파가 결국은 경마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말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사행산업에 대한 집중성토를 터뜨렸고, 국회에서의 사행산업감독위원회법 통과를 앞당기게 되었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법의 국회 통과로 마사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되었다. 사감위법이 사행산업 전반에 걸쳐 관리감독을 한다지만, 규모면에서 가장 큰 경마산업이 집중포화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되었고, 자구책을 내놓아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경마혁신대책은 제일먼저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마의 건전성을 강화한다며, 마권 구매상한선 준수를 위한 비실명 계좌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즉 경마공원이나 장외발매소를 찾는 모든 경마팬에게 입장시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계좌권을 나눠주고 경주마다 10만원 한도내에서만 베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는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도박산업의 대명사로 불리며 사회적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경마산업은 스스로 무제한 구매에서 순차적으로 구매금액을 줄여서 결국 10만원 상한선을 정해 놓았다. 이러한 구매상한선 제도는 낮은 환급률과 어우러져 불법사설경마가 마사회의 매출액을 상회하는 웃지못할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경마는 추리게임이며, 혈통 스포츠라고 경마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 구매상한선을 만들어 도박의 굴레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현재 10만원 구매상한선은 그야말로 말뿐인 제도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특히 최근 무인발매기가 늘어나면서 일부 고액 베팅자들은 별다른 불편함없이 시간이 되는 한 구매액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좌권제도가 도입된다면, 상당수의 경마팬이 또다시 불법사설경마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마사회에선 사설경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더불어 형량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자체적인 조사권 없이 경찰에 의존해야 하는 단속의지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고액베팅자들의 사설경마로 이탈은 결국 경마의 매출 급감을 불러와 경마산업 전반의 침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경마관계자들의 우려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고액베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액베팅자를 위한 특별 전용실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경마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2016년 국제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경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세계 선진경마국의 경주마와 우리나라 경주마가 한 경주에서 능력을 겨루고 우승하는 장면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마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주마와 세계 최고마의 질적 차이는 1800m를 기준으로 할 때 약 7-90m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현재의 1800m 우승마 평균기록을 약 4.6초 정도 단축시켜야 한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동안 외국 경주마와의 벌어진 격차를 단숨에 좁히고 나아가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주마들의 최고기록을 보면, 1800m 기록이 1분 55초-56초대의 기록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경마와 비교해서 엇비슷한 능력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즉 경마혁신대책에서 제시한 표준이 과연 실질적인 경주마 질적 향상이라는 목표점으로 적합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마관계자 인력 운영에 대한 혁신대책도 적지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사회와 농림부는 경마관계자들의 경쟁성 상금비율을 상향하고, 인력개방을 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경마관계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여건을 무시하고 있어, 경마관계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선 전반적인 경마인력의 개방이라면 당연히 마사회 직원에 대해서도 개방이 이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타나고 있다.
경마혁신대책에서는 이밖에도 마사회의 각종 지원사업 확대와 시설투자가 눈에 띈다. 경마혁신대책의 각종 추진안들에 소요되는 예산은 2016년까지 약 4,316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마사회 예산 2,901억원에 농림부가 1,415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농림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하는 1,415억원에는 마사회가 납부하는 특별적립금이 포함되어 있다. 마사회는 최근 1년에 약 800억원에 이르는 특별적립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농림부는 이중에서 20%에 못 미치는 금액을 경마혁신대책 소요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추진과제중 하나가 바로 경마세제 개선이다. 특히 레저세 인하 추진을 통해 환급률 인상과 마사회 수익금 증가분을 축산발전 및 농어촌복지사업 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레제세의 인하는 최근 세무관계자들의 토론회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자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저수준인 환급률 인상은 경마계에서 지속적인 화두가 되어온 상황이다. 최근 농어민단체가 주축이 된 건전경마추진위원회와 마사회노동조합, 마필관리사노동조합 등이 연계해 레저세 인하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경마팬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환급률이 인상되면 그만큼 경마팬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움직임을 보자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경마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농어민단체가 발 벗고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주된 목적이 잿밥에만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경마혁신대책이 제시된 것은 경마산업과 마사회, 그리고 경마관계단체들의 현 위치가 옳지 않거나 분명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농림부와 마사회가 내놓은 경마혁신대책은 경마산업이 더 이상 현재 상태를 지속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개선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다.
건전한 경마문화 창출과 농촌발전기여로 ‘국민과 함께하는 경마’를 구현하겠다는 경마혁신대책을 계기로 표출된 제시안에 시행체와 관련단체를 얽매기보다는 작은 부분이라도 서서히 실질적인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조와 대승적인 발전모습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