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지는 경주 편성,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경주 편성에 대한 불만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5주 경마가 시행된 5월에는 경주 당 출전 두수가 현저히 떨어진 것은 물론 이에 따라 경주 박진감도 형편없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주 박진감 저하는 관람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 배당으로까지 이어져 경마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결국 매출액 감소라는 최악의 결과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과천 경마장의 경주마 가용 두수는 국산마 9백여두와 외국산마 3백여두로 총 1200여두 내외다. 연간 95일 안팎의 경마시행일정이 잡혀 있는 서울경마장의 규모를 봤을 때, 경주마 가용두수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향후 개선 방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본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 경마가 재미없다!
지난주는 자칫 예정된 24개 경주 중 20개 경주밖에 시행되지 못하는 위기에 놓일 뻔했다.
핸디캡 경주였던 외국산1군과 별정ⅠA였던 국산1군이 최저 출전 두수인 7두를 채우지 못해 결국 경주가 성립되지 못했기 때문.
그뿐만 아니라 그 외 2개 경주도 7두 미만이 등록해 결국 4개 경주가 깨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비교적 출전 두수가 많았던 3군, 국산4군, 국산5군 2개 경주 등 총 4개 경주를 분할하면서 가까스로 24개 경주가 채워질 수 있었다.
깨진 경주들이 가까스로 최저 출전두수 7두를 채워 성립됐다 하더라도 경주박진감은 크게 기대할 것이 못됐겠지만, 하위군 경주가 그것도 4개씩이나 분할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니 경주 자체도, 그에 따른 기대 배당도 평균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배당으로 입증됐다. 이틀간 3개 경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복승식 단자리 배당률이 나왔고, 경마가 재미없다는 팬들의 볼멘 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 통계상으로 본 경주 편성
최근과 같이 경주 편성이 허술해지는 이유는 일단 전체적인 경주마 가용 두수와 경마시행규모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연간경마시행규모(경마일수 및 총 경주수)에 비해 가용 두수가 지나치게 부족한 것은 아닌지, 혹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지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총 경주마 가용두수는 국산·외국산 통틀어 총 1천2백두고, 경마 시행일은 올해의 경우 94일, 1천1백6개 경주가 예정돼 있다.
각 경주마마다 연간 평균 출전회수가 8번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매 경주당 평균 편성 가능두수는 8.7두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결국 최대 편성 두수인 14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통계상으로 벌써 경주편성의 허점이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가 반드시 실제 경주 편성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5주 경마로 시행된 5월(6월1일 경마 포함)의 경우 평균 10두 정도가 출전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군별 경주마 분포에 따라 탄력적으로 경주 운영이 이뤄졌고, 또한 1년에 10번 이상 출전하는 마필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경주 편성의 허점은 경마시행규모에 비해 경주마 수가 적다는 기본 전제 하에 또다른 요소들이 편성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 군별 분포도에 따라 몇 개 경주가 시행되는가?
이번에는 군별 분포도에 따라 몇 개 경주가 시행됐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표〉 군별 분포도에 따른 시행된 경주 수
군                 1군    2군   3군   4군   국1    국2   국3     국4       국5
분포수             66두   48두  85두  96두  67두   89두  168     250두    314두
시행경주수(개)      5      6     9     13     6      9     16       22     34
평균 편성두수(두)  13.2    8     9.4    7.3   11.2    9.9    10.5     11.4     9.2
실제 편성두수(두)   9.8    9.2   9.6    10.4    9     9.3     9.0      9.9     9.4

〈표〉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2군의 경우 현재 국산2군에는 89두가 있고, 5월에 시행된 경주수는 9개다. 그래서 한 경주당 평균 편성두수가 9.9두 나오고 실제로도 경주당 9.3두가 출전했다.
〈표〉에서 특이할만한 사항은 1군으로 66두에 5개 경주가 시행됐다면 평균 13.2두가 나와야 하지만 펼쳐진 5개 경주는 11두, 11두, 9두, 9두, 9두로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계획상 6개 경주가 예정돼 있었으나 한 개 경주가 성립되지 않아 다른 경주가 불가피하게 분할됐고, 분할된 경주가 바로 국산3군과 국산4군으로 예상 평균 편성두수보다 적게 나왔다.
이같은 경주 분할은 곧 전체적인 경주박진감 저하로 이어진다.
바로 분할된 한개 경주로 인해 두 개 경주의 편성이 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두 개 경주가 분할되면 그 결과는 4개 경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경마일의 전체적인 경주 편성이 허술해지기 때문에 경마팬들이 체감하는 경주 박진감 저하는 훨씬 더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전체적인 경주마 수가 부족한데, 거기다 14두가 출마등록한 경주를 각각 7마리 씩 2개 경주로 분할해 버리면 경주박진감이고, 경주질이고 따질 수 없이 그저 경주 편성에만 급급한 경마 시행이 돼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경주마 가용두수를 늘리거나 경마일수를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는 가급적이면 경주 분할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 대안 및 개선책
최근 경주 편성의 문제점은 아무래도 5주 경마란 특수 상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마사회는 월별 경마일이 9일 이상일 경우 최대 출전 두수를 12두로 제한하고 있다.
대안 및 개선책의 가장 좋은 방법은 가용 두수를 현재 1천2백두에서 1천5백두 정도로 늘리는 것이지만 마방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경주 수를 하루 12개에서 11개로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사회는 부산경남경마장 개장 시점에서 이 같은 경주 편성 상의 문제가 자연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전체적인 경주마 수는 현 수준을 유지하되 일일 경주수는 9개 정도로 축소되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마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앞으로 2년 후면 해결될 문제라고 해서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문제를 그냥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주편성과 경주질은 경마팬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문제며, 경마시행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당장 경주마 수를 늘릴 수 없고, 경마일 수를 축소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출전 두수가 부족해 경주 성립이 어려우면 해당 경주를 아예 취소해 11개 경주만 시행하든, 출마등록한 마필로만 경주를 성립시키든 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경주 분할로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한 경주에 30두씩 출마등록한 경주라면 분할해도 별 지장이 없겠지만 달랑 14두가 등록한 경주를 분할해 버리면 분할한 경주도, 분할된 경주도 모두 수준 이하가 돼버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현재 군체계를 비롯한 다양한 출전조건을 다소 완화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국산마의 경우 마령 제한으로 묶여 있는 출전 조건을 풀어준다든가, 국산, 외국산 가릴 것 없이 상위군에서도 1200m, 1400m 등의 단거리 경주를 시행한다면 많은 마방들이 출전 의욕을 갖게 돼 자연스럽게 출마등록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 편성이 경마일수, 혹은 경주수에 따라 기복을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면 현행 군체계에 대한 재검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외산, 국산으로 구별해 놓고 능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최하위군에서 시작해야 하는 지금의 시스템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능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주편성이 이뤄지는 시기가 온다면 출전두수가 7두가 되든, 14두가 되든 관계없이 경주박진감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