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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기수에게 제재가 내려진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기수는 최선을 다 한 결과라 주장하는데 재결은 판단 미스에 대한 과실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맞선다.
팬들의 시선 역시 재결이 심했다는 쪽과 기수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경마의 본질 왜곡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불필요한 선행경합, 재결은 왜 이런 제재를 내리고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불필요한 선행경합 왜! 무엇이! 문제인가
불필요한 선행경합은 지난 87년 기승법 부적절에 관한 제재 항목이 생겨나면서 처음 등장했다. 스타트 시 불필요한 경합으로 마필 능력을 소진하는 것 역시 기승법 부적절에 포함되며 심판실은 최소 2일에서 4일까지 기승정지 처분을 기수에게 내린다.
이 제재에 대해 관계자와 팬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지난해 4월 AJC트로피 경마대회에서 ‘언어카운티들리’의 임대규 기수가 기승정지 3일 처분을 받으면서부터다.
당시 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던 ‘언어카운티들리’는 초반부터 ‘골드머니’와 선행경합한 끝에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심판실은 기승했던 임대규 기수에게 “무리한 경합으로 마필 능력을 소진했다”며 기승정지 3일을 내렸다.
임대규 기수는 “우승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골드머니에게 선행을 내주고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 최선을 다 한 결과였다”며 재결의 판단에 승복하지 않았고 팬들 사이에서도 입상한 마필에게까지 제재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심판실의 입장과 의견은 이와 달리한다.
마필의 주행습성과 능력 한계를 감안해 경주전개를 해야하는 게 기수의 역할이며 적시에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해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면 그 과실은 기수의 책임이라는 게 심판실의 설명이다. 즉, 어떤 능력마든 전속력으로 무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구간이 400m를 넘지 못하는데 무리하게 초반 경합으로 적절히 힘 안배를 하지 못한 게 바로 기수의 과실이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수, 조교사 등 마필관계자와 팬들 사이에선 재결의 “과도한 개입으로 작전권이 침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마의 본질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논란과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뜻밖의행운, “나 원래 선행마야! 뭐가 문젠데?”
지난 22일(일) 11경주에서 불필요한 선행경합으로 기승정지 4일을 당한 이동국 기수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날 경주에서 ‘특별관리’(기수/임대규)와 ‘뜻밖의행운’은 1코너 진입 시점부터 각각 인코스와 아웃코스에 자리잡아 이후 800m 이상 마치 병합 훈련이라도 하듯 뒷말들과는 10마신 차 이상 거리를 둔 채 경합했다. 그러다 3코너 진입 지점에서 ‘뜻밖의행운’은 페이스가 떨어지며 결국 56.2마신 차 패배를 당해 실격처리됐고, 인기순위 1위를 마크했던 ‘특별관리’ 역시 경합으로 인한 부담 때문인지 1위마에 5마신 가량 뒤진채 5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주에 대해 심판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뜻밖의행운은 이전까지의 모습을 봤을 때 도주마라기 보다 선행마다. 직전경주에서도 초반 선행경합을 펼치다 결국 3위에 머문 바 있으며 1800m에 첫 출전한 이번 경주에서는 적어도 그때의 경험을 살려 기수가 체력 안배를 했어야 했다고 본다. 이 말의 3화롱 타임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무리하면 후반에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기수가 몰랐을 리 없지 않은가. 선행작전을 염두에 뒀다 하더라도 인코스의 특별관리가 자리를 내주지 않았으면 2코너 진입 이후라도 재빨리 선입으로 작전을 선회했어야 했다. 실격 여부와 관계없이 이날 경주 초반 모습만으로도 이동국 기수는 판단 미스를 한 것이다”
심판실은 또한 이런 경합에도 불구하고 ‘뜻밖의행운’이 우승을 했다면 제재는 내리지 않았을 것이며, 만일 인코스에 있던 ‘특별관리’마저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두 기수 모두 제재가 내려졌겠지만 임대규 기수는 분명히 마필을 제어하며 경주를 전개했다고 덧붙였다.
기수·조교사 작전권 침해 논란
러블리게이슈크와 미스피티의 입상으로 고배당, “재결 때문에?”
재결, “작전권은 결과로 말해야…”
이기기 위한 작전마저 인정하지 않는 재결 때문에 제대로 경주를 펼칠 수 없다는 기수들의 원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이동국 기수의 제재 여파 때문인지 지난주 고배당이 발생한 몇몇 경주에서 기수들이 선행 경합을 애써 기피하려는 경향이 역력했다며 재결의 지나친 영역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 재결위원들은 “앞으로도 유사 사안 발생 때마다 똑같은 잣대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며 외국에도 불필요한 선행경합에 대한 제재는 엄격하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cheap speed”, 우리말로 바꿔보면 “의미 없는 선행”을 뜻하는 이 제재는 서울경마장의 ‘불필요한 선행경합으로 인한 기승법 부적절’ 제재와 유사하다. 출발부터 1코너 선회 시점까지 외곽에서 무리하게 경합하는 마필이 있으면 기수의 제어 여부를 재결위원이 판단해 제재를 결정한다.
석영일 심판처장은 “소위 ‘댕 고로시’라는 일본경마속어가 있다. 무리한 선행 경합처럼 일시적으로 마필 능력을 이끌어내 소진시킴으로써 승부를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러 마필의 능력을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부정한 방법이다. 따라서 결코 간과해서도, 소홀히 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며 이런 제재로 인해 기수와 조교사는 경주 운영에 위축되기 보다 좀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작전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조교사의 작전권도, 기수의 경주운영도 경주 성적에 따라 적절성 여부가 좌우되는 것이며 모든 제재는 경주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