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수급 불균형, “넘쳐나는 국산마, 모자라는 외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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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구매상한 20,000 달러 제한, 외산경주 상금 인상 등 대책 고심

외산마에 구매에 대한 마주들의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당초 이 달 말까지 국산마는 390두, 외산마는 160두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국산마는 계획보다 40여 두 이상 초과 공급될 예정이지만 외산마는 60두 이상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마 공급계획과 경마시행계획은 곧 경주편성이나 성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주질의 향상을 위해서는 적절한 선에서 경주마 공급이 균형을 맞춰줘야만 한다.
외산마 공급이 부진하면서 올 들어 외산경주가 8개나 불성립됐고 이를 국산경주가 메우면서 전체적인 경주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국산마 390두 vs 외산마 97두
올해 경주마 공급 계획은 국산마 490두, 외산마 160두로 총 650두 선이다.
시기별로는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 국산마의 경우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20두∼50두 가량 꾸준히 공급되고 외산마는 2월∼4월, 6월∼7월, 9월∼10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추세대로 보면 국산마는 이미 계획대비 40여 두 초과됐고 현재 마방 입사 대기 중인 신마까지 고려하면 계획보다 훨씬 초과할 전망인 한편, 외산마는 60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주마 공급계획에 맞춰 연간, 월별 경마계획이 수립되는데 정상적인 경주마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 경주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실제 올해 예정된 외산마 경주 중 8개 경주가 불성립됐다.

2004년 신마 도입시기 및 규모(단위/두)

구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계
국산마	20	20	20	40	50	50	50	50	50	40	50	50	490
외산마	-	10	30	20	-	20	30	-	20	30	-	-	160
합계	20	30	50	60	50	70	80	50	70	70	50	50	650

마주들, “외산마 구매 꺼린다”
구매 정보 부족, 뭘 믿고 사야하나…
“2000∼3000(만원) 짜린 명함도 못 내밀어…”
지난 2002년 마사회가 외산마 개별수입제를 도입했을 때만 해도 열의를 갖고 뛰어든 마주가 적지 않았다. 일괄수입제 아래서는 고작 500∼700만원에 그치던 수입가도 시간이 갈수록 큰 폭으로 뛰어 지난해에는 9200만 원짜리 2세 신마가 미국에서 도입되기도 했다.
한국마사회 말 혈통 홈페이지를 들여다봐도 최근 2년 새 외산마 수입가가 크게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많게는 9000만 원까지, 5000만 원 이상 고가마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경마장의 상금 스케일이 고가마들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마주들의 전체적인 구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마장의 단위 상금이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벤트성 경주가 없어 이런 고가마들의 목표가 불분명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1군까지 연승으로 초고속 승군을 해봐야 마주에게 떨어지는 상금은 400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비교적 성공한 외산마로 꼽히는 ‘골든아치’도 지난 1년 간 수득상금이 1억 원에 그쳐 이중 순수 마주분은 세전 계산으로 8000만 원을 밑돌고 있다. 경마상금에 책정된 마필가 2000만 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서울경마장에선 고가마의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00만 원을 상회하는 초고가마는 꾸준히 한둘씩 들어오고 있고 평균가 정도되는 마필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게 마주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다.
여기에 마주들의 평균 구매력을 감안하면 외산마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같은 값이면 국산마로 눈을 돌리겠다는 의견이 우세해지는 것이다.
이밖에 고가마 구입을 위한 마주들의 잦은 신디케이트도 조교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 그래서 아예 마주들을 국산마 구매 쪽으로 유도하는 조교사도 적지 않다.


과도기적 정책 필요 판단, 외산마 상한제 둘 듯
외산마 가격 2만 달러(약 2300만 원)로 엄격 제한
군 개편 불가피, 국산마 확대·외산마 축소
상금 높이고 암말 우대 할테니, “말(馬) 좀 사오세요”

최근 들어 잇달아 외산마 경주가 불성립된 것과 관련, 마사회는 전체적인 경주질 하락을 우려해 내년부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는 ▲외산마 가격 2만 달러 제한, ▲경매마와 암말 우대, ▲마주 1인당 3두 입사 제한 폐지, ▲외산경주 상금 인상, ▲군체계 변화 등이 있다.
우선 외산마 가격 제한이란 일부 마주들의 초고가마 도입 때문에 전체 마주들의 평균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 2만 달러(한화 약 2300만 원)로 가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며 입사 후에라도 수입가 허위신고 사실이 확인될 시에는 해당 경주마를 퇴사시키는 것은 물론 해당 마주도 마주등록심의위원회에 회부, 강력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마사회의 이 같은 생각은 외산마에 대한 마주들의 구매력을 부추겨 원활한 마필 수급 및 경주편성을 도모하자는데 있겠지만 우수마 도입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경매마와 암말을 우대하겠다는 것은 현행 모든 외산마에 지급되던 적기도입장려금을 앞으로는 경매마와 암말에게만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현지 경매를 통하지 않은 수말의 경우 300만 원이던 장려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올해 부활된 암말 경마대회의 확대 시행도 이 같은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마주 1인당 연간 3두 입사 제한 폐지 역시 마주들의 경주마 구매 제한을 풀어 경주마 수급을 극대화 해 경주편성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취지와 일치하는 정책이며 외산경주 상금을 국산마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도 외산마 도입을 장려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현재 서울경마장의 경주마 분포는 외산마 20%(290두), 국산마 80%(1155두)로 당초 계획 25대 75보다도 국산마의 점유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이 계속 이어지자 마사회 내부에선 군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경주마 운영 실태를 반영해 국산은 6군 혹은 7군 체계로 확대하는 대신, 외산은 3군 체계로 축소하자는 게 이 같은 논의의 핵심이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외산마 경주 불성립이나 국산 분할 경주 시행 등 계획에 맞지 않는 경마 시행을 지양하고 마필 가용 규모에 맞는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는 군체계 개편이 불가피하겠지만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군체계 자체를 없애고 상금, 우승횟수, 마령에 따른 경주 시행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마팀 관계자는 “2세마 자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체계 폐지는 위험요소가 크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육성목장 완공, 전문 조련사 활용 등을 통해 2세마 조기육성이 현실화돼야만 비로소 군체계 폐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제한, 실(失)보다 득(得) 클까?
마사회의 이번 정책 변화의 핵심은 가격제한에 있다. 경주편성에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경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 우수 고가마를 도입하는 것이 옳은가, 하향 평준화되더라도 전체적으로 박진감 넘치고 짜임새 있는 경주편성을 유도할 것인가. 이 두가지 과제는 동시에 이뤄져야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평균가 마필과 고가마 간 가격차, 능력차가 두드러져 외산마 공급은 물론 경주편성 자체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하는 문제다.
그래서인지 대다수 마주들은 마사회의 이 같은 정책 변화에 일단 환영하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그동안 우수 외산마 도입에 열의를 보여온 일부 마주들은 ‘시장 원리에 위배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사회 역시 우수마 도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경주편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 현시점에선 ‘과도기적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한 관계자가 “마주들의 외산마 구매력을 향상시키고 효율적인 경주계획을 통한 경주편성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심 중이나 시원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경주질과 앞선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려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
경주의 질과 경주마 질이라는 ‘같은 듯 다른’ 문제가 서로 상충되는 상황에서 ‘과도기적 정책’이라는 마사회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누구도 섣불리 “가격제한은 옳지 않다”고만 할 수도 없는 문제고, 그렇다고 적극 환영할 만한 정책도 못 되는 것이다.
어쨌든 당장 급해 미봉책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우수마 도입을 통한 경주력 향상과 이들의 생산으로의 환류, 그리고 우수 국산마 생산이라는 전체적인 사이클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는 철저한 시장원리에 입각해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고지용 경마팀장,
“우수마 도입을 막자는 게 아니라 국산마 육성과 연계하자는 것”
외산마 상한선을 두겠다는 마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 논란이 일자 한국마사회 고지용 경마팀장은 “외산마 관련 정책은 국산마 생산 육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년 간 시행된 외산마 개별수입제에 대해 “우수마 도입이 이뤄진 것은 긍정적 효과지만 지나치게 상금을 의식해 능력검증이 이뤄진 거세마나 고령마에게만 치중한 것은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즉, 우수마 도입을 통해 경주질을 향상하고 이들을 다시 생산으로 재투입하면서 우수 국산마 생산에 기여해야한다는 취지와 달리 암말보다는 거세마나 고령마에 마주들의 관심이 몰려 외산마 도입과 국산마 생산책이 서로 연계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고부장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암말 우대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하면서 올해 부활된 암말 경마대회의 확대시행, 외산 경주 상금 인상 등을 거론했다.
수말의 경우 아무리 우수한 능력을 보유했다 한들 생산으로 재투입이 어려운 반면 암말은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으면서 향후 국산마 생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며 경주상금 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어 “외산마 도입가를 2만 달러로 제한한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외산마 정책이 어떻게 국산마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먼저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