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마사회·덕마흥업 이원화체제, 불협화음 문제점 드러나
김덕승 회장의 사재투자에 대한 평가액을 두고 농림부와 마사회의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던 1965년 6월, 마사회는 새로운 민자유치안을 농림부에 제출했다.
■ 견해차 속 ‘덕마’ 시설투자
이 안은 김덕승 회장이 이미 투입한 투자액의 10분의 7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덕마흥업주식회사(대표이사 이장표)로 하여금 투자케 하는 민자유치안이었다.
① 사재투입에 의한 시설보수분의 10분의 7을 포함하여 마필도입, 부대시설 등에 총 7300만 원을 투자한다 ② 계약기간은 20년으로 하고 시설비 상환은 시설완료 후 20년동안 마권매출액의 10% 이내로 한다. ③ 시설자는 계약기간 중 마사회 운영에 공동 참여한다. ④ 시설자에게 자금융자가 필요할 때는 마사회가 담보물을 제공한다 ⑤ 계약기간 중 마사회는 마필생산용으로 경주목장을 무상대여한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경주마도입, 시설현대화 등을 위해 민자유치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마사회가 제시한 투자 조건은 타당성이 없는 것이 많으므로 다음 조건들을 재검토 하도록 지시했다.
① 시설자는 7000만 원 이상을 반드시 투자하되 계약금은 700만 원 이상으로 한다 ② 마필과 시설은 임대차방식으로 운영하고 시설자는 2명 내외를 참고인으로 운영에 참여 시킨다 ③ 계약자는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시설을 완료하고 개량마 150두를 대여하며 출주 가능한 경주마 150두 이상을 항시 확보하여야 한다 ④ 임대료는 마권매출액의 8%를 초과할 수 없으며 연4회 분할지 한다 ⑤ 마사회 부동산은 담보로 제공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 ⑥ 김덕승 회장 사재투자에 의한 시설물은 당초의 계약기간(1969. 4. 19)이 끝나면 무조건 마사회 수유로 귀속되며 그 시설투자액의 평가는 신규계약자와 협의하여 결정한다.
농림부는 이같은 조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여 1965년 9월 11일 덕마에 의한 투자를 승인했으며 마사회는 곧이어 10월 8일 덕마와 서울경마장 시설물 및 경주마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마사회가 ① 임대료는 연1회 결산지불 ② 2명을 참고인 아닌 마사회 임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농림부의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덕마와의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자유치안은 다시 50여일간의 진통을 겪은 끝에 그해 12월 31일 농림부의 재계약 승인이 내려져 계약조건을 수정하여 1966년 1월 14일 재계약함으로써 계약이 정식으로 성립됐다.
덕마는 이장표·김치곤·박건만과 김덕승 마사회 회장의 4인을 주주로 한 합자회사로서 김덕승 회장은 단독으로 사재를 투자해 이미 신축 또는 재보수한 경마장 시설의 10분의 7에 대한 권리를 농림부로부터 인정받아 현물출자형식으로 참여했는데, 덕마에서는 이 투자액을 455만 원으로 평가했다.
덕마에 의한 시설투자와 시설임대차 형식에 의한 마사회운영은 법적으로는 1966년 1월 14일부터, 사실상으로는 1965년 10월부터 이미 시작되어 1972년 8월까지 약 7년간 계속됐다. 이 시대를 속칭 ‘덕마시대’라고 부른다.
■ ‘덕마시대’ 명·암 뚜렷
덕마시대 약 7년간은 민자유치에 의한 시설임대차 형태로 마사회와 경마가 운영된, 운영체제상의 대변혁기였다. 마사회 자체의 재정으로는 불황의 늪을 헤어날 길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민자유치는 질식 상태에 빠져 있던 한국경마의 숨통을 트게하고 늪에서 허덕이는 마사회를 인양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마사회와 덕마의 이원화 운영체제는 여러 가지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이고 숱한 불협화음을 연출한, 공로와 과실이 뚜렷한 시대이기도 했다.
덕마가 계약과 동시에 호주·일본에서 도입한 개량마는 뚝섬경마장 개장 이래 약 10년간 경마의 주축을 이뤄온 조랑말(在來種馬)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개량마경주로 전환시킨 공로가 있다.
결승카메가와 이동식 발주기가 처음으로 등장(1966)하는 등 시행기기의 보다 현대화가 이때에 실현됐다.
경마장안 채소밭이 골프장으로 탈바꿈(1968)하고 환경이 말끔히 정리됐으며 수입마필의 수송이 선편에서 공수로 바뀐 것도 이때부터였다.
덕마시대가 시작된 1966년은 때마침 제3공화국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66)의 최종년도로서 국가경제가 바야흐로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해, 그해 경제성장률은 유사이래 드문 13.4%에 이르고 특히 전력생산량의 현저한 증가로 광복 후 처음으로 무제한 송전이 시작된 해이기도 했다.
1965년 있었던 대일청구권의 타결과 한일국교의 정상화, 월남파병의 결정 등은 전후복구에만 매달려온 우리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국민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여가생활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되고 레저와 바캉스 등의 외래어가 대중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경제적인 여건과 분위기는 마사회 자체의 자구적인 노력과 더불어 경마에 큰 영향을 미쳐 1966년은 연간매출이 전년대비 146%나 늘어나 비로소 1억 원을 돌파하고 2년뒤 1968년에는 10억 원을 초과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 이원화체제 문제점
마사회와 덕마의 이원화체제는 앞에서 본 장족의 경마발전과 매출신장에도 불구하고 그 뒤안길에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덕마가 독점 기업마주가 되면서 개량마가 도입되어 경주의 질은 높아졌으나 출주두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것이 예상외의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덕마는 시설투자 첫해인 1966년 상반기에 180두의 개량마를 도입했으나 실제 출주두수는 150두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투자액은 시설과 마필을 합해 당초 계약상의 투자상한선인 7000만 원을 훨씬 초과한 9000만 원에 이르러 덕마주주들은 그 이상의 계속 투자를 꺼렸다.
마사회는 이 때문에 마필부족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1967년 농협기채 7000만 원으로 호주마 152두를 수입해 이 사태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마사회가 그들 자체마를 보유하게 되면서 이때부터 마주는 덕마의 독점기업마주에서 마사회와 덕마의 양마주로 이원화되고 마필의 사양관리도 소유별로 나뉘어 마사가 분리되고 조교사와 관리원은 물론 심지어 수의사까지도 양분되어 미묘한 갈등을 빚어냈다.
각종 시설물과 시설기기도 마사회소유와 덕마소유로 소유주가 이원화됨에 따라 유지관리가 어려워지고 날이 갈수록 덕마소유물이 증가되어 주객이 전도되는 모양이 되어갔다.
게다가 시설임대차요율은 정률제여서 매출은 해마다 성장하는데도 동일과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다가 시설임대차요율만은 국회농림부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게 되어 1968년 3월 당초 매출의 12.7%에서 6%(시설물 3.6%, 마필 2.4%)로 인하 조정했다.
이 같은 이원화 운영체제로 말미암은 불편한 관계는 덕마의 투자초기부터 예견된 것으로서, 마사회는 이에 대한 항구적인 해결방안으로 1966년 12월과 1968년 2회에 걸쳐 새로운 경마법인의 설립을 농림부에 건의했다. 1966년에는 마사회의 토지와 기존시설을 51% 출자로 평가하고 덕마의 시설투자와 마필투자를 49%로 평가하는 경마운영 주식회사의 설립안을 제출했고, 1968년에는 경마시행체인 마사회와 시설업체인 경마회의 2개 법인으로 분리해 마사회 재산은 경마회가 승계한다는 안이었다. 이 2개 안은 모두가 공익법인이 아닌, 영리사기업 덕마를 염두에 둔 안이어서 농림부는 이를 일소에 부쳤다.
기획취재팀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