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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육성목장 개장 운영 ‘국적있는 경마’ 시행 발판 마련
1995년 벽두부터 마사회를 긴장상태로 몰아넣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1월9일 육사 출신 현역 장교가 경마에서 날린 빚을 갚기 위해 은행을 털다가 붙잡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월20, 21일에는 부정경마와 관련해 조교사와 기수, 경마브로커가 검찰에 구속됐다는 충격적인 보도로 인해 경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경마부정사건 종합대책
1992년 9월 부정경마 혐의로 조교사 12명, 기수 16명이 검찰에 연행돼 3명이 구속되고 이 과정에서 조교사 2명의 급작스런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2년여 만에 이같은 일이 일어나 경마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1995년 1월22일 긴급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부정경마 척결 원년’으로 선포하고 종합대책을 마련,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 오경의 회장은 그 해 4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건전경마구현에 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일련의 부정경마 사건을 계기로 경마의 공정성 확보와 선진 건전 대중레저로 뿌리내리고자 인창덕 기조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구성된 32명의 종합대책연구위원회에서 연구와 토론을 거쳐 확정한 것이다.
조교사, 기수 면허부여 심사 강화
조교사, 기수의 면허부여 및 갱신시 심사기준을 보다 강화해 잦은 규정 위배자에게는 면허갱신을 보류하고 이들에게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후관리를 엄격히 함으로써 부정획책의 가능성을 차단키로 했다. 부적격자로 판명된 기수는 조교보다 마필관리원으로 신분전환을 유도해 경마시행의 공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쪾부정획책 가능성 단절
부정획책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단절하기 위해 1994년 평균 10.6두 편성하던 것을 1995년부터 평균 15두로 경주편성두수를 대폭 확대했다. 이를 위해 경주마의 도입두수를 전년도 5회에 걸쳐 383두 도입했던 것을 1995년부터는 7회에 걸쳐 597두를 도입키로 했다. 복승식 중심의 경마에서 출주두수가 증가될 경우, 적중확률은 8두 출주시 28분의 1에서 14두 출주시 91분의 1로 현저히 감소해 부정경마 획책 가능성이 줄어들게 했다. 또한 사전 약물투여 가능성의 차단책으로 경주출주마필 대기용 마사 60개를 설치키로 했다.
경마보안활동의 강화
2개반 18명으로 편성·운영되어온 보안요원을 4개반 33명으로 확대·운영하기로 했다. 부정경마 신고포상제도 활성화를 위해 신고자에게 1건당 최고 1000만 원(내부인은 2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하고, 전직 정부 보안·정보요원을 충원해 마사회와 별도법인 형태의 가칭 ‘경마보안협회’의 설치를 검토·추진키로 했다.
의식개혁·고객 건전화 유도
품성과 사회적응 능력, 공정의식 배양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양교육을 마필관리자에게 연 6회에 걸쳐 실시키로 했다. 또한 부정경마 사례집을 발간해 마필관리자에게 배포하고, 의식개혁을 위한 간담회를 연 6회 주기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기수후보생에게도 인성·품성 위주의 윤리교육을 강화했다.
경마를 도박의 수단으로 삼아 경마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부 고객들을 위해 유인물, 시청각교실, 장내 영상매체를 활용한 고객 안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경마로 돈을 딸 수 없다는 내용을 부각하는 홍보를 강화했다.
경마문화제·고객모니터링 제도
1995년 5월 서울경마장에서 경마 고객과 범 마사가족이 함께 하는 제1회 경마문화제가 개최됐다. 5월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열린 축제는 경마인의 결속을 바탕으로 한국 경마에 대한 긍지와 자긍심을 높이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경마문화제는 경마역사를 재조명하고 경마 선진화를 위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마문화를 정착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한국 경마 역사가 70년이 넘어서고 경마 인구가 연 7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경마가 국민의 여가활동의 일부로 여겨짐에 따라, 마문화 전통과 경마문화를 접목해 한국경마의 수준을 한차원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건전한 경마문화를 정착해 경마장을 가족과 함께하는 건전한 레저스포츠의 장으로 만들고 △마문화 창달의지를 다지고 마문화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며 △고객과 함께하는 축제로 대고객 서비스를 높이고 △국가·사회 공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시민 휴식처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경마문화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첫 해에는 한국임상수의학회의 학술회의 및 세미나를 비롯해 마상무예시연회, 전시회, 어린이 그림잔치, 찰흙 말조각 만들기, 정신지체인 사생대회, 경마가족 한마음체육대회, 지점가족 기념공연, 고객사은 음악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후 경마문화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경마의 날(5월20일), 경마팬의 날(5월25일), 애마사진전, 애마주부가요제, 말위령제 등과 연계시행돼 서울경마공원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1995년 11월12일부터 시행된 고객모니터링 제도는 고객의 욕구와 성향을 분석, 평가해 경영에 반영하고 경마시행 및 대고객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고객의 간접적 의견수렴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사회는 서울경마장 본장과 장외발매소를 방문하는 만 20세 이상의 남녀경마고객을 대상으로 경마방송, 경주프로그램, 예상지, 팜플렛 등 마사회 홍보매체와 임직원 추천을 통해 모니터요원을 선발했다. 주요 활동 내용은 경마시설 및 경마시행제도에 관한 각종 불만 및 개선 요구사항을 수집·전달하고, 경마에 대한 홍보와 보고서 제출 및 간담회 참석 등이었다.
건전경마 풍토를 위해 도입된 고객모니터 제도는 첫해부터 교사, 회사원, 주부 등 20명의 모니터 요원들이 의욕적인 활동을 벌여 이들이 건의한 관람대 모니터 3중화 등 221건이 반영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1996~1999년 4년간 매년 30명 내외의 모니터 요원들이 활동한 결과, 이들이 보고한 1029건 중 전체의 64%인 559건이 시행됐으며, 272건(27%)이 시행준비, 198건(19%)이 시행불가 판정을 받는 등 반영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제주 경주마육성목장 개장
경주마를 국내에서 자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제주경주마육성목장(이하 육성목장)이 1995년 9월5일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에 개장됐다. 육성목장을 개장하기 전에는 1984년 4월 경기도 고양시 원당에 위치한 원당 종마목장에서 유일하게 국내산마를 생산했다.
육성목장 건설은 1991년 1월25일 농림부가 국내 마필생산에 대한 중장기 정책방향을 시달하면서 시작됐다. 그 내용은 △국내 마필 생산을 통한 경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향후 개인 마주제 실시에 대비한 기반구축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마필생산을 축산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개발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사회는 1991년 4월19일 경주마 자급 확대 중장기 기본계획을 농림부에 제출해 승인을 얻고, 11월12일 제주도 북제주군 의회로부터 현 위치인 교래리에 육성목장 부지를 확정받게 됐다. 마사회는 1994년 3월부터 1995년 7월까지 17개월간 공사를 진행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계절 내내 푸른 잔디를 유지하고 있는 육성목장은 214만8770㎡(65만 평)의 넓은 부지에 현대식 마사, 초지,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라산 중턱에 조성된 초현대식 육성목장은 종부(교배)지역과 경주마육성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종부지역은 우수 경주마 생산을 전담하는 곳으로, 외국에서 수입한 유명 종모마(씨수말)로 종부를 실시해 우수 혈통의 경주마를 생산한다. 이곳에서는 목장 방문객들이 말들의 종부 장면을 볼 수 있는 관람장소가 있다. 경주마 육성지역은 말을 육성·훈련시키는 곳이다.
농가에서 매입한 6개월령마가 24개월 동안 육성장에서 키워진 후 연습주로에서 3개월 동안 경주마로서 집중훈련을 받게 된다. 주요시설로는 종모마방, 종부소, 마필진료소, 마필수영장, 연습주로, 육성마사 등이 있다.
육성목장이 설립되기 이전까지는 경주마를 외국산마에 의존해 외화낭비는 물론 ‘국적없는 경마’로 경마의 질을 떨어뜨리고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경마라는 것이 생산·육성·조교·경주·퇴역·재활용의 순환과정을 거쳐 마문화가 형성되는 것인데, 그간 한국 경마는 가장 중요한 생산과 육성보다 조교와 경주를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성목장의 개장으로 한국 경마의 숙원이던 경주마 육성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춤으로써 ‘혈통의 경마’ ‘국적있는 경마’가 가능하게 됐다. 생산과 경마가 분리되면서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한국경마가 경주마를 직접 생산, 육성하게 됨으로써 선진경마의 반석위에 올라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국내 마필생산을 가능하게 해 개인마주제가 정착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됐다. 1998년 4월16일 경주마 경매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매년 3~5차례 개최되고 있는데, 이 제도의 시행으로 모든 마주가 같은 조건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경주마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시점에서 때마침 육성목장이 개장돼 제주도내 농가에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하고 고용인력이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게 됐다. 또한 2004년부터는 관광지로도 개방돼 매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말의 교배 장면과 광활한 초지 위에서 뛰노는 말을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제주 경주마육성목장은 경주마 생산의 메카로 자리잡으며 경마산업의 발판을 확고히 구축하게 됐다.
>> 다음호에 계속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