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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좋은 상품·합리적 가격·친절 마인드 경영으로 30년 단골도
승마산업은 승마장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 부대시설 및 용품, 전문 인력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승마복, 승마화 등으로 대변되는 승마용품이다. 하지만 국내 승마용품 시장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있고 그 시장 규모는 집계된 적도 없다. 본지는 국내 승마용품 전문점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업계 동향과 시장성, 문제점 등을 시리즈 기획으로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골든호스(대표 유경선·실장 유지선)는 국내 승마용품 시장의 가장 큰 손이다. 최근 이탈리아 승마용품 업체 카발레리아 토스카나가 국내 모 기업과 독점 공급을 맺으며 국내 유수의 백화점에 런칭에 성공했고, 각종 승마대회마다 후원과 광고를 하며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40년 외길을 판 골든호스의 명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2천 년대 후반부터 각종 외국 브랜드를 직수입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업체가 늘어나 시장 경쟁력이 치열해졌지만 골든호스는 건재하다.
그 배경에는 국내 최초로 승마화 제작을 하며 57년간 승마용품 업계에서 활동해 온 창업주 유봉종(73) 선생이 있다. 유봉종 선생은 해방 후 양장점에서 일본인 사장으로부터 승마화 제작 기술을 배웠고, 독립한 뒤로 전국 승마장과 KRA한국마사회, 협회 등지를 다니며 승마화 제작 보급에 앞장섰다. 장인정신으로 ‘한땀 한땀’ 공들여 수작업한 그의 승마화를 거치지 않은 선수들이 없을 정도다.
창업주 유봉종 선생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현재, 그의 두 자녀가 골든호스를 맡고 있다. 장녀 유지선 씨는 실장으로, 차녀 유경선 씨는 대표 겸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유봉종 선생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가죽 선별 작업이나 제자들이 승마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일일이 챙기며 감수하고 있다. 보통 창업주가 은퇴하면 후계자 구도니 하며 편을 가르니 마련이다. 하지만 유지선 씨와 유경선 씨는 서로 맡은 바 일을 충실히 감당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 게다가 ‘골든호스’가 승마화 제작 전문점에 그치지 않고 전국 종합 승마용품점으로 날개를 달게 만들었다. 젊은 감각과 가업에 대한 애착, 가족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로부터 이 일을 물려받았을 때에는 이미 ‘골든호스’라는 명성과 기반이 있어 큰 문제는 없었어요.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기에 사업을 잘 해야 한다는 의무감, 책임감은 늘 갖고 있습니다. 4~5년 전부터는 승마용품을 직수입하며 종합 승마용품점으로 변신을 꾀했어요. 외국에 나가 물품을 직접 가져와 품질과 가격 경쟁력도 갖췄습니다. 브랜드한 승마용품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죠.”
■ 제 발에 꼭 맞는 승마화, 승마의 시작
최근 승마용품 업계도 ‘비상’이다. 승마가 대중화되는 단계라지만, 승마장만 많아지고 뉴스만 풍성해졌을 뿐 실제 승마인구는 크게 늘지 않았다. 게다가 산업화 초기 단계의 ‘부작용’으로 돈만 보고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 가격 경쟁만 심해졌다. KRA나 관공서, 각종 협회나 대회에서 입찰 공고를 내면 업체마다 최저가 입찰을 하는 등 나눠 먹기식 출혈 경쟁이 심하다. 미수금 사건이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골든호스가 처음 승마용품 업계에 발을 들여놨던 때와는 상황이 급변한 거죠. 시장이 개방됐고 완전 경쟁 체제가 되면서 신생 업계로서는 더 견디기 힘든 때입니다. 경영을 하다 보면 손해를 볼 때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사업의 흐름이라고 위안하고 있어요. 최근 2년 전부터는 승마용품 업계에도 겨울철 비수기가 생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신생 업계나 경쟁 업체들은 오죽 힘들겠어요. 그나마 저희는 최고급 소가죽으로 승마화를 만드는 자체 기술이 있고, 30년이 넘도록 찾아 주시는 단골손님들이 계셔서 견디고 있습니다.”
‘30년 단골’, 웬만한 업계에서도 보기 힘들다. ‘골든호스’는 승마화(장화·반장화)와 챕스(chaps)를 직접 수제하고 다른 용품은 직수입하기에 온라인 쇼핑몰도 잘 갖춰 놨다. 품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보니 입소문을 타고 직접 내방하는 손님들도 많다. 승마용품 자체가 종류가 많고 브랜드별로 다양하기에, 실제 선수들이나 승마인들은 자신에게 맞는 승마용품을 브랜드별로 나눠 쓴다. 하지만 무엇보다 승마화를 맞춤 제작해 주고 사후 관리 서비스 관리까지 철저하니 ‘골든호스’를 떠날 수 없다. 다른 용품을 쓰던 고객들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유경선 대표는 “손님들이 제품을 보고 좋아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국내에서 직접 맞춤 제작을 하니 사후 관리 서비스(A/S)도 가능하다. ‘골든호스’ 매장 지하에는 승마화를 제작하는 공장이 들어서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이날, 전국 각지에서 퀵 배송을 통해 사후 관리 서비스 요청이 왔다. 외국에서 직수입한 제품을 쓸 때는 누릴 수 없는 ‘호사’이기도 하다.
“신발이 빨리 닳으면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좋겠지요. 하지만 맞춤형 승마화에 길들여진 손님들은 수선을 맡기십니다.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수선을 바로바로 해 드리고요. 손으로 재단을 하나하나 하니 하루에 3~4켤레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맞춤형 승마화는 오래 신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승마화는 길이나 통과 같은 부분의 치수를 재서 신어야 안전하고 좋습니다. 기성화는 발에 잘 안 맞을 수 있어 승마할 때 쓸리는 문제가 있거든요.”
손으로 직접 만드니 가격이 비쌀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국 제품이 평균 150~200만 원 정도하는데 반해 골든호스의 맞춤형 승마화는 5분의 1수준이다. 그래도 처음 승마하며 용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비싸다’고 한다. 고객 입장을 고려해서,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안 올리고 있다.
■ “믿고 살 수 있는 상품으로 고객들께 보답할 것”
국내 굴지의 승마장들이 골든호스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지선 실장과 유경선 대표는 승마장을 찾아 직접 손님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주문 제작도 한다. 택배와 전화 주문, 온라인 쇼핑몰 주문 등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유지선 실장은 “손님이 매장에 와서 물품을 직접 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승마화와 그 외 용품들은 일종의 ‘의류’이기에 직접 입어보고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게 좋다는 것. 또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골든호스에 대한 입소문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국과 홍콩을 비롯해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주문이 쏟아진다. 재갈도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손 기술은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니 국내 승마용품의 세계화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골든호스는 기십 년간 몸담았던 국내 시장에 대한 애착이 크다.
최근 승마용품을 소비하는 계층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해지는 상황이고, 승마를 처음 접하는 일반인의 수요도 늘었다. 고객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을 다각화하기 위해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또 영세 업체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형식 사업 구상도 하고 있다. 국내 최고(最古)이자 맏누이격인 골든호스의 브랜드화, 경영 정신이기도 한 셈이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름의 황금말(馬), ‘골든호스’. 유지선 실장과 유경선 대표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성 CEO답지 않게 소박한 말을 남겼다.
“승마가 활성화돼서 승마용품 업계 사람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고,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믿고 살 수 있는 상품을 꾸준히 제작해 고객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첨언 – 본지 말산업저널에서는 올해 예정된 2014 말산업박람회를 앞두고 승마용품 업계의 동향 파악 및 현장의 문제, 시장성 등에 대한 취재를 시리즈 기획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심 있고 홍보가 필요한 업체는 편집국으로 문의바랍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