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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 전격 초빙 방문해
민간 최초로 양국 말산업 교류 증진에 앞장…외교·문화 교류 물꼬 기대
수년 전부터 제주도에 집중 유입되고 있는 중국자본에 대한 우려와 논란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제주도는 올해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만큼 대규모 중국자본의 유입이 국내 말산업 육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중국을 ‘역습’, 중국 말산업 시장 개방에 사전대비하고 국내 말산업계의 미래를 가늠하고자 올해 발족한 (가칭) 한중말산업교류회의 향후 걸음이 기대된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를 방문한 한중말산업교류회를 이용준 기자가 동행취재했다. ‘중국 말산업 시장 선점 나선 기마민족의 후예들’이라는 타이틀로 총 4회에 걸쳐 르포 특별 기획을 싣고자 한다. <기자 말>
중국 말산업 시장 선점 나선 기마민족의 후예들
1. 말(馬)로 맺어진 형제의 소중한 인연
2. 중국 말산업특구,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의 미래
3. “몸은 망가져도 감정은 상하지 않는다.”
4. [포토] 한중말산업교류회의 특별했던 3박 4일
넓었다. 장대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40여 일 동안 850km에 이르는 스페인 산티아고 길(Camino de Santiago)도 순례하고, 영국과 프랑스 외곡의 드넓은 초원을 목도하고, 설국 스위스를 기차길로 여행하는 등 웬만한 곳은 다 가봤지만,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로 가는 길은 멀었고, 인적 드문 주변 초원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모인 사람들도 다양했다. ‘한중말산업교류회’란 이름으로 모인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기자까지 포함해 총 25명. 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회장과 임종열 한국말산업진흥회장, 이재원 제주도승마연합회장, 노철 서귀포승마연합회장, 김선보 서귀포승마연합회 부회장, 이석태 말산업진흥협회 이사, 김창식 한라마생산자협회 부회장 등 말산업 유관 주요 임원들 외에도 장응무 제주도사격연합회장, 김향곤 중소기업 대표, 정영택 더호텔 마케팅 이사 등 관계자들 그리고 한영자 제주마승마타운 대표, 이경훈 탑승마클럽 이사, 김창의 용인홀스트래킹 대표 등 승마클럽 관계자들과 승마 동호인들도 함께했다. 축산 농가를 대표해서는 박창규 대표도 자리 했다.
정부나 지자체, 말산업 전담 기관인 KRA(한국마사회) 소속 관계자들이 아닌 순수 민간 차원에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지급 행정구인 시린궈러맹(錫林郭勒盟)을 초빙 방문하게 된 것. 중국네이멍구마술협회의 초빙으로 진행된 이번 방문은 중국의 승마 관련 시설을 탐방하고 유목 민족 문화 체험도 진행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제주와 유사한,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와의 말산업 협약 관련 건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첫 날인 9월 22일 오후 베이징국제공항에서 합류, 시린궈러맹의 최남단에 위치한 현급 행정구인 타이푸쓰기(太仆寺旗)로 가는 데만 버스로 장장 6시간이 넘게 걸렸다. 6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도 남을 시간이다. 중국 특유의 잿빛 하늘은 긴 여정을 더 지루하게 만들었다. 베이징 외각을 넘을 무렵 만리장성의 일부가 드러났다.
“얼마나 갈지,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중국입니다. 2시간 논스톱으로 달릴 곳 없는 제주도 사람으로서는 막막한 일이기도 하죠. 여행이란 나와 절친한 것, 당연한 모든 것으로부터의 ‘안녕’을 고하는 일입니다. 신대륙을 개척하는 일은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이번 방문은 양국 말산업 발전을 위해 첫 삽을 뜨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초대받은 자로서 격을 갖춰 감사를 표현하는 데 익숙해야 합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가집시다.”
버스를 탄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두가 좀이 쑤실 무렵, ‘중국통’으로 종횡무진 활약해온 김선보 서귀포승마연합회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가이드를 자청했다. 김 부회장은 만리장성에 대한 역사적 일화를 재미지게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버스 안에 함께 자리한 이들 일행을 보며 마치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幕府)장군에게 파견됐던 신의의 외교사절단,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를 연상했다.
우리네 국도와 비슷한 도로를 지나는 내내, 중간에는 길이 끊겨 비포장길을 마주하기도 했다. 가는 길 내내 지나는 차의 흔적은 보기 힘들어 이곳이 중국임을 실감했다. 이미 베이징의 잿빛 하늘은 끊겼고,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초원 덕에 어둠은 본국보다 늦게 내렸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온 천지가 암흑으로 가득할 때 타이푸쓰기에 있는 일종의 종합승마센터장에 도착했다. 시린궈러맹의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에서 다양한 말산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장금해(張錦海) 사장의 사업장이다. 35만 평 부지에 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초원 승마와 각종 마상쇼, 말 연구소, 종마사업을 하는 장본인이다.
중국인 특히 내몽골인은 형제나 외부 손님을 초대하고 대접하는 일을 즐긴다고 한다. 이들의 환영 만찬은 특별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게르식 호텔에서 양고기 통바비큐와 각종 전통 음식으로 ‘조선통신사’ 일행을 맞이했다. 특이하게도, 내몽골에서는 말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장 사장은 “이곳을 방문하신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 여러분들을 적극 환영한다”며, 내몽골식 환영 인사를 했다. 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회장은 “초빙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양국간 말산업 협약을 위해 여러모로 애써주시고 환대해주신 관계자 분들에게 특별히 감사하다. 말(馬)로 맺어진 형제의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환영 만찬이 진행되자 주최 측에서는 양고기 통바비큐를 내와 내몽골 전통 의식과 음악에 맞춰 환영식을 열었다. 방문 일행 중 가장 고령자인 김창식 한라마생산자협회 부회장과 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회장이 대표로 나서 커팅 의식을 치렀다. 이후 내몽골 전통 방식을 따라 회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같은 술잔에 술을 따르고 난 뒤 하늘에 한 번, 땅에 한 번 그리고 술잔을 받은 사람 이마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푸른색 스카프를 두르는 의식을 거행했다.
환영 만찬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기나긴 말산업 투어 여정 첫 날은 기마민족의 말들이 달려온 길, 말들의 발자취를 역으로 추적한 시간이었다. 한중말산업교류회 일행들은 소박한 몽골식 게르에서, 칭기즈 칸이 중앙아시아를 호령한 그 땅 위에서 네이멍구, 내몽골 초원의 적막함 가운데 울리는 말발굽 소리를 벗삼아 단잠에 취했다.
<다음 호에 계속>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순수 민간으로 구성된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들은 중국네이멍구마술협회 측의 초빙을 받아 네이멍구자치구를 방문했다. 베이징국제공항에서 이들을 환영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린궈러맹 시린하오터시에서 말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장금해(張錦海) 사장은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들을 위해 일정 첫 날 특별한 환영 만찬을 베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