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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자원과 인프라 활용할 국내 기술력·교육 프로그램 필요
긴 일정에도 배려·목적 달성한 ‘한중말산업교류회’ 향후 기대 커
수년 전부터 제주도에 집중 유입되고 있는 중국자본에 대한 우려와 논란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제주도는 올해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만큼 대규모 중국자본의 유입이 국내 말산업 육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중국을 ‘역습’, 중국 말산업 시장 개방에 사전대비하고 국내 말산업계의 미래를 가늠하고자 올해 발족한 (가칭) 한중말산업교류회의 향후 걸음이 기대된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를 방문한 한중말산업교류회 일정에 이용준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지난 호부터 ‘중국 말산업 시장 선점 나선 기마민족의 후예들’이라는 타이틀로 총 4회에 걸쳐 르포 특별 기획을 싣고 있으며, 이번 주에는 세 번째 순서로 ‘몸은 망가져도 감정은 상하지 않는다’를 싣는다. <기자 말>
중국 말산업 시장 선점 나선 기마민족의 후예들
1. 말(馬)로 맺어진 형제의 소중한 인연
2. 중국 말산업특구,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의 미래
3. “몸은 망가져도 감정은 상하지 않는다.”
4. [포토] 한중말산업교류회의 특별했던 3박 4일
2014년 9월 24일, 일정 3일차. 한중말산업교류회가 중국 내몽골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를 초빙 방문한 3박 4일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다. 바로 시린하오터시 관계자들과 말산업 협약 관련 회의가 있는 것.
이미 전날 저녁에는 한국을 대표해서 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회장, 임종렬 한국말산업진흥협회장, 이재원 국민생활체육 제주특별자치도승마연합회장, 노철 제주도승마장연합회장, 장응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국민생활체육사격연합회장 등 핵심 구성원들이 시린하오터시의 시장(市長)과 만찬을 하며 사전 분위기를 다져놨다. 공산주의 국가답게 만찬장에 언론의 출입을 막아 갈 수는 없었지만, 바쁜 일정 가운데도 시장은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을 환대했고, 후원을 적극 약속했다는 후문.
오전 9시, 전날 말 예술 공연이 있었던 시린하오터시 중국마도(中國馬都)의 회의실에는 양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린하오터시의 라이샹하(向貨) 부시장을 비롯해 축산과장 등 공무원들 그리고 장금해(張錦海) 사장을 비롯한 승마와 말산업 유관 단체장들이 자리했다.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들 역시 전부 회의에 참석했다.
라이샹하(向貨) 부시장은 시린하오터시의 말산업 발전 개황과 말산업특구 지위에 걸맞은 준비 과정을 일일이 소개했다. 대초원 중심지로 초목 자원이 풍부한 시린하오터시는 중국 말산업특구로서 △각종 말 관련 대회 도시 △말 육성의 도시 △말 교역의 도시 △말 문화 및 여행 도시 △말 관련 상품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
라이샹하 부시장에 따르면, 이를 위해 시린하오터시에 중국 내 마장마술 대회와 국내외 순회 대회를 개최하고 상설화된 말 시합, 몽골의 특색 공연을 연다는 방침이다. 또 말의 검사와 검역, 육종의 핵심 실험실을 갖춰 연구 분야를 촉진하고 말 품종 육성 사업에 박차를 가해 우수 품종을 개량하는 중심 지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지리상의 이점을 살려 규범화된 말 교역 시장 건설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중국 전역의 말 교역 중심지로 부상한다.
이외에도 풍부한 말 문화 자원과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말 문화를 주제로 한 단지 조성, 명마영관을 건설하고 말을 주제로 한 여가 공간을 마련한다. 동시에 말 가죽과 털을 이요한 그림 등 말 문화 상품 개발과 소수민족 무형 문화유산 등재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제화에 발맞춰 시린하오터시에 풍부한 말뼈, 마육, 마유, 말 소변, 혈액, 태반을 원료로 한 고급 식품과 제품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말 상품과 말산업지로 부상해 말산업 부가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 중국 정부 당국의 협조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라이샹하 부시장과 축산과장은 시린하오터시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상품화할 수 있는 우리 국내 기술력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에 대해 김상필 회장은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말산업육성법을 통과시켜 말산업계 종사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지위를 보장한 곳”이라며, “한국에서는 승마를 넘어 산업화가 진행 중인 단계다. 이곳에 풍부한 말뼈와 마유 등 자원을 활용해 식품 개발을 하자는 입장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제주특별자치도승마연합회장은 제주의 승마 환경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재원 회장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제주도는 한라산 중턱에 2~30km에 이르는 말레길 조성 등 외승 환경이 좋고 5천 명의 승마인이 상주하며 다양한 승마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며, “(두 도시가) 교류하는 데 승마 관광이나 교육생을 위한 프로그램 수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습만 보인 것도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꼼꼼히 따져가며 사안을 더욱 구체화하기도 했다. 특히 일정 첫날 묵었던 장금해 사장의 종합승마타운 등 날씨와 지형적 여건이 지적됐다. 김상필 회장은 “(기온 문제 등으로) 6~8월에만 종합승마타운이 운영된다고 들었다”며, 시린하오터시의 승마 및 말산업 사업장의 비수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질의했다. 김 회장은 “제주에는 연 2천만 명의 관광객이 드나들고 이중 중국 관광객만 200만 명이다. 시린하오터시가 승마 및 말산업 관광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제주도로 견학을 온다면 관련 정책을 소개하는 등 적극 환영하겠다. 부시장님도 꼭 초청하고 싶다”며 형제 우정이 가득 담긴 답례를 남겼다.
이에 대해 라이샹하 부시장과 시린하오터시 관계자들은 감사의 뜻을 표했고, 한중말산업교류회원 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방문을 언제든 환영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내년에는 한중친선승마대회를 중국에서 개최하는 등 이번 회의 내용의 구체화를 위해 업무 담당자의 상시 교류도 흔쾌히 받아들였고, “중국은 형제의 나라다. 서로 도우며 진한 우정을 나누며 함께하자”고 했다.
양측 모두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대단히 만족한 가운데 회의를 마쳤다. 회의를 마친 뒤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들은 시린하오터시 중국마도의 승마장과 마방, 경주용 트랙 등을 견학했다.
마지막 날 일정은 왔던 길을 돌아 8시간을 다시 북경으로 향하는 것뿐이었다. 중간 길에 중국 내 승마 방송 및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는 왕지강(王志刚) 대표의 승마장을 잠시 찾아 점심 대접을 받았다. 왕지강 대표는 중국 전역에 승마와 관련 내용을 방송, 출판하고 있는 사이트(http://www.jdnettv.com)의 대표로 한중말산업교류회와 인연을 갖고 있다.
“몸은 망가져도 감정은 상하지 않는다.” 초빙 일정 내내 통역을 비롯해 온갖 수고를 마지않았던 이광덕 부회장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한국의 비지니스 술 문화는 ‘강압’과 ‘사심’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실수가 잦고 술자리에서의 유명인들의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 내내 중국 측 인사들의 환대가 계속됐고, 술 역시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실수하거나 도를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독한 술이지만, 작은 술잔을 채워 천천히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며 권하는 그들의 풍습이 부러웠던 이유고, 독한 술과 타지에서의 일정에 몸은 힘들었어도 감정은 상하지 않은 이유다.
한중말산업교류회원들 역시 일정 내내 서로를 배려·격려하며 사심 없고 격의 없이 지낸 모습에 본 기자는 큰 감명을 받았다. 물론 누군가의 예기치 못한 실수도 있었고, ‘단체’라는 특성상 불편함도 있었다. 알음알음 아는 사이, 같은 ‘말판’에서 경쟁하고 또는 공생하는 사이지만 한중말산업교류회원들 모두는 중국 말산업 시장 개척과 우리 말산업 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뭉친 ‘대한민국 민간 중심의 통신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중말산업교류회의 향후 행보에 큰 기대가 되는 이유다. 한중말산업교류회는 오는 25일과 26일 제주국제지구력승마대회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대회 지원 활동에 나선다. 내년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승마대회에 선수들도 파견한다. 또 임원과 이사진 선정 등 협회 구성을 체계화하고 2~3년 뒤에는 ‘명품 협회’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 지부를 만들어 세계화에도 앞장선다. 이를 위해 온라인 소모임(http://band.naver.com/n/GSxeZ54h)도 만들고 다양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이번 중국 내몽골 초빙 방문 단장 역할을 감당했던 이재원 제주특별자치도승마연합회장은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들과 소속 협회) 지역 모임 단위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전국 그리고 나아가 국제무대를 활동 기반으로 승마·말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설 터”라며, “우리 한중말산업교류회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척 크다”고 밝혔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한중말산업교류회 회원들과 시린하오터시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9월 24일 말산업 발전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초빙 방문의 단장 역할을 한 이재원 제주특별자치도승마연합회장이 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회장이 라이샹하 부시장의 발언을 경청하는 장면.
▲김상필 회장이 시린하오터시 라이샹하 부시장과 회의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장금해 사업체사장에게는 제주 말 상품 특산물을 선물하고 있다.
▲중국 내 승마 방송 및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는 왕지강(王志刚)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아이패드로 홈페이지와 관련 영상을 보여주자 한중말산업교류회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