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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이곳에 부임했다. 서울의 그야말로 노른자땅에 위치한 곳인데 문제는 그 어느 곳 보다 심각해보였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그러나보니 지자체에서도 협조적일리가 만무했다. 변화가 시급하다고 절감하는 가운데 한국마사회 내부에서도 현명관 회장 취임 이후 이미지 혁신을 단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호기라 생각하고 기왕 하는 도전, 과감하게 진행하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리모델링 작업에만 30억 원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투자 대비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마팬 유입을 늘리는 것이 훨씬 유리할 텐데 도리어 전좌석 지정좌석제를 시행했다.
이익만 따지자면 경마 관람을 위한 공간을 더욱 확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공기업이 아닌가. 이윤 추구보다는 고객들의 편익 우선, 지역 주민과의 상생이 절실했다.
실제로 지정 좌석제를 추진하며 고객이 70% 가량 줄어들었다. 정원은 920명이나 지정좌석제 이전에는 2500~2700명 가량이 이곳을 이용했다. 무리하게 초과된 인원으로 인해 언제나 안전사고에 노출돼있었고 자리 선점으로 인한 고객 간의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2011년, 바로 옆의 성동지사가 문을 닫으며 그곳의 고객들이 모두 강남지사로 유입됐다. 경마 날이면 지사 입구부터 영동대교까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연히 민원도 폭주했다. 교통 혼잡은 물론 담배 연기와 찢어진 마권 조각, 거나하게 취한 취객들의 욕설로 경마날마다 일대가 아비규환을 이뤘다.
주민을 힙겹게하는 지역 공감 센터는 어불성설 아닌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용하는 고객과 지역 주민 모두 편안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급해 지정 좌석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게 됐다.
-지역주민회의는 물론 강남구 측과의 협의도 순조롭게 이끌어냈다. 이미 부정적으로 박혀버린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힘들었다.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하기 위해 지역 대표들과 자리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얼마나 고충을 겪으셨는지, 어떠한 설명에도 부정적이었다. 그야말로 “다 됐고 나가라!”라는 입장이었다. 강남구 측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시간을 들여 꾸준히 접선했고 먼저 나서서 그들의 니즈를 알아내려 노력했다. 리모델링 공사 계획을 직접 보여준 뒤 어긋남 없이 착실히 진행되는 과정을 계속해서 어필했다. 공사와 바뀐 정책 이후 지사 앞 교통은 몰라볼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됐고, 실버PA를 고용해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섰다. 과도한 인원도 줄었고 고객들의 편의도 확보되자 민원도 줄고 협조적인 분위기로 나아가게 됐다.
-한류문화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은 어떻게 이뤄냈나?
앞서 말했듯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꾸준히 강남구청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공기업을 비롯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기업은 지역과 상생하지 않으면 절대 오랜 길을 걸을 수 없다. 우리와 함께해준 만큼 환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과 협력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보았다.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알아보던 중 ‘한류스타 거리조성’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해 듣게 됐다. 워낙 땅값이 비싸다보니 한류 문화 행사를 위해 공간을 제공해줄 시설이 극히 부족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경마일이 아닌 다음에야 언제든 공간 활용이 가능하지 않나. 협력할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위치도 최적 아닌가. 바로 앞에는 인천공항 전용 버스 정류장이 있고 길 건너 맞은편에는 외국관광객들이 자주 묵는 프리마 호텔이 있다. 한류 거리의 마침표에 우리 강남 문화공감센터가 있는 것이다.
-최근 장외지사에 대한 세금 과중 등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후폭풍이 엄청난데?]
장외발매소의 역사가 몇 십 년이나 됐는데 이러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도입 당시부터 정확한 목적과 방침 하에 운영을 하되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민원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어야 했고. 불만이 몇 십 년 동안 누적되다보니 터질 것이 터졌다고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이미지라는 것이 한번 박히는 건 쉬운데 변화를 위해서는 몇 배나 노력을 해야한다. 쉽지는 않을 거라 보지만 진심을 다한다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사장 부임 동안 꼭 이뤄냈으면 하는 목표가 있다면?
강남 문화공감센터가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곳이 아닌, “정말 필요한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