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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지난 9월 중순에 우리 경마의 상품성 제고와 국제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2016년 국제대회 코리아컵(G3, 단거리 상금 7억, 장거리10억) 개최로 국제 등급을 Part2로 승격 시키고, 2022년 G1 코리아 월드컵(단거리 상금 20억, 장거리 30억) 개최로 Part1 지위에 진입하는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위 계획 중 축산 농민들의 국산 경주마 생산과 관련된 ‘국·외산마 경주 통합 편성’ 계획의 잘못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 혁신안은 한국마사회법 제1조(한국마사회 설립 목적)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그 규정은 ‘공정한 경마 시행으로 말산업 및 축산 발전에 기여한다’ 라고 명문화 되어 있는데 혁신안대로라면 2022년에 G1 국제대회를 개최하여 Part1 지위에 진입한다는 계획 자체가 국산마가 아닌 무제한 가격으로 수입된 외국산마에 의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인천 아시아 경기에서 아프리카 장거리 육상 선수가 중동 어느 나라에 많은 돈을 받고 픽업되어 금메달을 훔쳐 간 적이 있다. TV에서 보고 듣는 많은 시청자 중 그 국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한 바른 체육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혹 박태환 선수를 임대해 수영을 장려했더라면 그건 이해해 줄 수 있다
마사회의 처사가 그 중동 국가 체육부 장관의 생각과 꼭 닮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말산업과 축산 발전에 기여한단 말인가?
국내 경주도 레이팅 시스템을 도입하여 통합 편성하게 되니, 아무리 부담중량을 조정하여 능력차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마사회 스스로 정해 놓은 60kg의 한계(스타마의 보호)가 족쇄가 되어 공정한 경마가 시행될 수 없고 국산마는 구매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어 생산 농가는 도산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실제로 1930년대 멜버른컵 경주 때 Phar Laps란 경주마가 68kg, 최저 부담중량마가 44kg인 적이 있었고, 제주마 경주에서 75kg 부담중량마, 50kg 부담중량마가 한 경주에 편성되고 대부분의 고객이 75kg 부담마의 승리를 예측해 매출액이 평소의 1/3로 떨어진 사례가 한 둘이 아니었으며, 이런 현상은 경주 능력이 평준화 되지 못한 경마 후진국에서는 언제든지 발생될 수 있다.)
마사회의 혁신안에는 국산마의 경주 능력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단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이 우리 생산자들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다.
아마 경주 능력이 우수한 외국산마를 부지런히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걸음이 늘어난다고 여기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센 경주 편성을 만난 약체마의 전략은 그 경주를 피하는 게 최우선이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 경주를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는게 맞다. 선인들 말씀에 뱁새가 황새 쫒아 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필자는 서글프지만 여기서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마 선진국 대부분은 우리와 달리 생산이 먼저였고 경마는 자연 발생적으로 뒤따랐다. 일본도 비슷하지만 경마 역사는 미국과 한국의 중간 단계로 보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 한 것이고 올바른 선택이었다.
일본의 경마 역사는 대략 150년 쯤이다.. 여기에는 초창기의 아랍말 경주도 포함해서다. 그들이 서러브렛 경주를 시행한 지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시행 초기부터 Part2 지위였고 아마 100년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들의 본격적인 국제무대 데뷔는 1981년 제1회 저팬컵이다. 경주마의 외형이 서양 것들과 비슷해 보이고 훈련도 제대로 시켰고 그래서 한번 붙어 봤다. 이게 원조 ‘DEEP IMPACT’다. 그들은 참패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참담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 시작했다. 마침내 2007년 Part1 지위 획득까지 25년간의 피와 땀을 쏟아 부었고 그 댓가로 자국산마가 두바이 월드컵을 이기고 멜버른컵을 휩쓸었다. 그 25년을 상기해야 한다.
히다카의 JRA목장을 후기육성 전문 목장으로 개조하여 일본 기후과 실정에 맞는 조련 기법을 개발하고 아일랜드의 경험 많은 조련사들을 불려 들이는 한편, BTC(The Blood-horse Training Center)를 설립하여 내국인 조련 전문가를 2년 과정으로 무료 양성하여 이 후 250개소의 민간 트레이닝 센터 설립 자금을 지원하면서 배출된 졸업생들을 공급하였다.
당시 필자가 그 곳을 방문할 때마다 아일랜드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일본인으로 대체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일본은 자국산마의 경주 능력 향상을 최우선시 했다. 그들은 100년간의 Part2 시절 동안 지금 마사회가 추진하려는 국·외산마 단일 경주 체계를 시행한다고 외국에 선전해 놓고 기실은 수입되는 외국산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여 과잉 수입을 원천 차단했다 Part1이 된 지금도 통합 편성 경주는 겨우 50%가 넘을 뿐이다. 처음에는 경마 상금이 많은 중앙 경마에는 외국산마가 출주할 수도 없게 만들어 버렸다.
위와 같은 국산마 진흥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웬만한 경주 능력마가 수입되어도 일본산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현재 일본의 외국산마 점유율은 2%를 밑돌고 있다.
이왕 따라 갈 바엔 끝까지 가야 한다. 중국처럼. 그런데 핵심은 빼먹고 지위 상승만 욕심내고 있다. 100년을 10년으로 줄이겠다는 당찬 오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마사회의 혁신안 중 우려되는 부분이 또 있다.
일정 비율 외국인에게 마주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시책. 전부터 이런 시도는 있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마사회 혁신안대로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몇 년 후 30억 짜리 상금을 겨냥해 외국인들이 올 수 있다. 그들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이길 수 있는 번식마를 가져 온다. 그리고 노련한 조련사도 데려 온다. 한국 실정에 밝은 일본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겠지. 그들이 상금을 독식하고. 국산마 유통 시장을 교란 시킨다면 대처할 방안은 있는가?
실제로 일본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Part1 진입을 준비하던 중에 막툼가 세이크 모하메드의 다국적 기업이 상륙한 것이다. 목장 이름은 Darley Japan, 앱섬 더비, 개선문상 우승마를 번식마로 들여왔고 일본 마주 자격도 취득했다. 다행인지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샤다이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선데이 사일런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사회는 이런 중요한 경마 정책을 준비하면서 관련 단체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 우리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마의 상품성 제고에는 말 산업 발전과 국산마 수준 향상 정책이 동시에 검토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경마 종사자들 처한 작금의 상황이다. 이는 몇 년의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최소한 30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사회는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때 해 내고야 말겠다는 책임감을 버리고 먼 후일 우리 후배들이 일등품을 수확할 수 있는 건강한 씨앗만 뿌려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