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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특구 1호 제주, 정부의 늦장 지원에 유명무실
지자체, 여전히 ‘말산업은 신성장동력’
말산업육성법 5개년 계획도 중반부를 넘어서 벌써 4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말산업 육성에 따른 이렇다할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선 전국 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제주도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기존 말산업의 요람이라는 기득권을 십분 활용하여 말산업 활성화로 인한 효과의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말산업 육성사업은 마냥 더디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말산업특구는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것으로, 말의 생산에서 조련과 유통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춘 지역을 국내 말산업 선도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말산업특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국내 말 생산·육성의 70%를 육박하고 이에따른 인력과 시설 보유 등 막강한 인프라를 보유한 제주도는 말산업특구 지정에 따라 이미 수립된 말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에 맞춰 승마와 조련, 교육시설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국내 말산업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제주마 혈통보전과 말 사육기반시설, 말산업 특성화학교 운영 등 10개 사업에 2017년까지 868억원이 투입돼 말 인프라 구축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주도의 말산업육성계획에는 전문인력 양성기관 육성을 비롯해 △말트레이닝 센터 설치 △말 조합법인 설립 △테마형 관광마로 개발 △주요관광지 관광마차 운행 △말고기 전문 비육농가 육성 △말고기 유통이력체계 도입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기관에 제주한라대 한 곳이 추가 지정됐을 뿐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손에 꼽기 힘들어, 국내 최초의 말산업특구가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제주도가 2015년 사업비로 117억원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단지 20억원만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꼬이고 있다.
특구만 지정해줬을 뿐 예산지원이란 정부의 의지가 더 이상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그 이상의 의미를 확대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들은 지난 가을 제주에서 개최된 전국체전때 대한승마협회가 제주에서의 경기를 거부해 결국 다른 지방에서 승마 종목이 열린 것은 말산업특구 지정 의미를 깎아내린 단적인 예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경주마를 잔인하게 죽이거나 상해를 입혔던 사건은 말산업특구 1호를 내세운 제주에 찬 물을 끼얹었다.
말산업특구 제1호 제주의 말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높다. 제주는 2017년까지 1천142억원을 투자해 선진국형 말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승마분야에 679억원이 투입되고 경마에 229억원, 마육에는 103억원, 각종 연관산업에 70억원, 방역에는 61억원이 쓰인다.
말 조련 및 승마 거점센터도 설치해 올해 20억원, 2016년까지 99억원을 투자한다. 실내외조련장, 마사, 주로 등의 시설과 함께 도내에서 생산되는 말의 체계적인 조련을 통해 우수한 능력의 말을 내륙에 공급할 예정이다.
에코힐링 마로 건설에도 앞장선다. 올해 10억원, 2016년까지 34억원을 투자해 마로 100㎞와 더불어 환승역 등을 설치한다.
오름초원 등을 테마로 한 마로를 건설하고 청소년, 장애인 등 이용자 유형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안이다. 승마장 운영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10개소 5억원이 투자됐고 2017년까지 20억원을 투자해 안전시설과 고객 편의시설 등을 확충할 방침이다.
특히 2020년까지 말산업 경제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리고 말 사육두수를 26,200마리로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강원명 제주특별자치도 말산업육성추진팀 사무관은 "앞으로도 신고 승마장, 자가부지 소유 승마장 등 40개소를 대상으로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경주마 수출계류장 시설도 조성해 국내산 경주마의 수출기반을 구축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말산업특구 제2호 지정을 기다리는 다른 지자체들의 말산업에 대한 러브콜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말산업특구 1개소 지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12월 초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12월 중순 발표평가를 거쳐 12월말 지정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2호 말산업특구 신청에 시흥과 이천·안성 등 2개구를 신청하며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경기도는 말산업 최대 수요 시장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말의 고장’ 제주도가 1차 산업 측면에서 말의 생산과 육성, 그리고 관광지라는 특성에 장점이 있다면, 수도권을 끼고 있는 경기도는 4차 산업 측면에서 승마 인구와 상품 등 수요와 소비가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제주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승마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말산업 전담 육성 기관인 KRA한국마사회도 경기도 과천에 위치하고 있어 관련 인프라도 탄탄하다. 또 말산업 육성·지원 조례를 입법 예고하는 등 말산업 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김광회 경기도의회의원의 정책적 지원도 탄탄하다. 승마 대중화를 위해 애오라지 노력하고 있는 김기천 경기도승마연합회장과 현상훈 유일레저타운 대표, 이숭렬 비바승마장 대표 등은 승마산업계 현장의 문제에 대한 실제적 대안 제시 등을 하며 민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에코팜랜드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승마와 경마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 말산업특구 지정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또한 다른 지자체들의 말산업 육성에 대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는 영천과 상주라는 굵직한 도시를 필두로 말산업 육성에 매진해 왔다.
2015년 영천경마공원 건설을 추진하게 되는 영천시는 영천대마축전이라는 지역축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운주산 승마장을 필두로 한 승마시설 확충과 유소년 승마단 유치, 학생 승마체험 실시 등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상주시는 미래 축산의 신 소득원인 말 산업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상주국제승마장으로 인한 승마인프라 구축은 물론 각종 연구용역과 말 산업 관련 기관과의 MOU 체결, 용운고 마필관리과 신설, 유소년 승마단 운영, 경북대 말 산업연구원 등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을 하면서 말 산업 특구지정을 위해 발 빠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상주시는 낙동강 제 1의 절경지인 경천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1조3천억 규모의 낙동강 권역 신 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상주 승마장과 구미 승마장을 잇는 왕복 80㎞의 낙동강 승마 트레킹 코스 개발, 국제승마장 인접 호스파크 조성 등을 통해 승마에 관한 교육과 세미나, 관광, 힐링을 모두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승마 거점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경남 함안군도 2014년 말산업 분야에서 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2006년 경주마 조련시설 대상지로 선정된 바 있는 함안군은 2014년 10월 ‘아라가야 말산업 육성지원사업’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균형발전측별회계 사업공모에 선정돼 국비 38억원을 확보했고, 12월에는 부경경마공원과 파트너쉽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제수준의 강한 경주마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밖에도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말산업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말산업 육성은 연속적인 FTA 타결로 인해 성장동력을 잃은 농촌경제에 여전히 신 성장동력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말산업육성법이 발효된 이후 5년여의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말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이 줄지어 말산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사업 추진과 적은 예산으로 실적에 급급한 승마관련 사업 추진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지자체들의 성과 없는 말산업 추진은 우선 정부의 늦은 지원과 더불어 말산업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사업 유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