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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성 캠페인·일방적 송출로는 한계…승마클럽·산업계 인식 부족
말산업 정통한 영상·사진작가·전문 기자의 통합·지속적 기획 중요
하나, 모 공중파에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산업 캠페인을 본 적 있는가. 둘, 역시 공중파에서 스크린승마가 좋다는 광고 홍보 영상을 본 적 있는가. 셋, 유명 연예인들이 승마를 통해 몸매를 유지한다는 홍보 기사나 북한의 꽃미녀 앵커가 미림승마구락부에서 승마를 한다는 기사, 머나먼 말산업선진국 탐방을 다녀와서는 인프라와 수치를 나열하고 우리도 이래야 한다며 계몽하는 기사는 어떤가. 그런 영상과 기사를 본 우리 국민은 말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so what)?”
올해 우리 말산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의 한가운데에 직면했다. 말산업이 근본적으로 발전하려면 대국민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홍보의 구체적 전략을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창간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말산업 전문 매체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대와 구체적인 방법들을 취재해 왔었다. 이번 기획 특집으로는 학계·영상·사진 전문가들인 정승헌 말(馬)학술·산업연구회장, 이용탁 JIBS 국장, 김정혁 제주방송KCTV 연출가, 이지아 사진전문작가의 이야기를 종합해 가상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기자 말
성과·수요 창출 위해 인식 전환 필수
이용준 기자(이하 기): 종합계획 4년차에 접어들어 정부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려면 말산업 자체의 수요 창출과 국민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정승헌 교수(이하 정): 말산업 현장에 관련 정책이 어떻게 효과가 나오고 있는지 계량화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학술적 뒷받침이 부족한 탓도 있다. 올해는 특히 학계가 나서 대한민국 말산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검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용탁 국장(이하 이): 수요자 입장과 요구를 충족할 콘텐츠 개발도 우선돼야 한다. 제주에는 지금 말이 없다. 현실에 맞는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수요 창출이 가장 중요한데 제일 부족한 분야이기도 하다.
공중파 타면 인식이 바뀐다?
기: 하지만 ‘공중파 한 번 타면 인식이 바뀐다’며 언론 매체에 대한 말산업계 내부의 몰이해도 팽배하다. 신문은 공짜로 보는 것이고 매체에 협조하는 것도 꺼리는 등 말산업 전문 매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혁 연출가(이하 김): KCTV제주방송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레포츠 경마 중계석 등 말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오고 있다. 케이블 채널이지만 전국 최초의 승마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좌충우돌 승마패밀리’를 꾸준히 방영하며 국민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지아 사진작가(이하 지): 공중파 뉴스나 주요 매체 기사들을 보면 경마는 도박으로 승마는 낙마의 위험, 불법 시설을 자행한 귀족들의 놀음으로 낙인찍혀 있다. 그간 말산업계에 전문언론이 없었던 원인도 분명 있다. 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미 없는 영상을 만들고 그림만 좋다며 사진을 찍는 등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정: 민주화 시절 당시 학생들과 미디어의 적극적인 참여로 민주화가 꽃폈고, 그 혜택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 말산업이 발전하고 꽃피우려면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속적 콘텐츠 노출·유료화 플랫폼 도입
기: 대담자들은 승마 애호가이자 말산업계 현장을 꾸준히 찾으며 현장 감각도 갖춘 분들이다. 말산업 전문 매체를 활용한 기사나 홍보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김: ‘좌충우돌 승마패밀리’의 장점은 승마 교육 프로그램이면서도 진행자들의 예능감을 살려 재미를 주고자 기획했다는 점이다. 일반인이 승마를 더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제주도에는 타블로이드 판으로 나오는 <양돈타임즈>라는 매체가 있다. 사료는 왜 쓰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단가를 비교해 농가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말산업계에는 이런 기본 데이터나 정보를 제공해 주는 매체가 없다. 말의 고장 제주에 전문 매체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지: 말산업 전문 매체라면 말이라는 동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들이 말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좋아하지만 말을 활용한 경마와 승마에 대해서는 ‘글쎄’라며 의문을 갖는다. 영화도 몇 편 제작됐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노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개인적 소견이다. 말의 아름다움과 역동성, 산업적 가치를 알릴 수 있도록 영상과 사진 전문가를 활용해 기사를 꾸준히 생산해야 한다. 이건 공중파나 중앙지에서 할 수 없다. 큰 화제를 모았던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이나 <가디언>의 ‘파이어스톰’처럼 기사에 동영상이나 음성, 사진,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요소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전문 매체가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다음카카오의 뉴스펀딩처럼 크라우드펀딩 기반의 유료화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터부’ 깨기 위해 트로이목마 전략 필요
기: 렛츠런한국마사회는 지난해 렛츠런CCC. 용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히며 외부와의 소통, 홍보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 같다. 마케팅본부 내 마케팅처와 홍보실의 위상 강화를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도 진행됐다. 말산업 육성 전담 기관에 대한 현장가들의 기대나 조언이 있다면.
이: 여건은 아직 불완전하지만 승마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 잠재적 승마인들은 분명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동호회를 만들어도 갈 곳이 없다. 제주도의 경우 주말을 이용하고 싶어도 관광객 때문에 갈 수 없는 처지다. 행정에서도 말산업을 전담할 수 있는 과 단위의 부서도 만들어야 한다.
정: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계의 연구와 미디어의 긍정적 역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말산업 R&D 발전이 중요한데 현실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교수들이 강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전문지, 연구 성과를 알리고 현장에서 쉽게 읽힐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d)에 나오는 트로이 목마(Trojan Horse) 이야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마의 ‘도박’, 승마의 ‘귀족·위험’ 이미지 개선, 그리고 말고기의 ‘터부화’ 깨기 등 말산업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모두가 말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주체도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기획과 구성이 전무하다. 단발성 캠페인과 일방적 광고 방송을 내보내면 단박에 인식이 바뀔까? 트로이아 성벽이라는 거대한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마사회 출입 기자들은 대부분 스포츠신문 소속이고 농축산업 관련 매체들은 말산업에 극히 적은 기사를 할당하고 있다. 말 사진을 찍을 때 박수를 쳐서 말의 귀가 쫑긋 세워져야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처럼 말산업의 세밀한 부분까지 아는 즉 오디세우스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전문 기자, 영상 전문가, 사진작가들을 말산업 전문 인력으로 지원, 양성해야 한다. 이들이 트로이목마에 숨은 그리스 병사, 첨병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행 및 정리 =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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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탁 – 이용탁 JIBS 국장은 말산업계에 관련 데이터나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말의 고장 제주에도 전문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담2 -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공중파와 중앙지는 할 수 없는 지속적인 관련 콘텐츠의 노출, 영상과 사진 전문가를 활용하는 기사를 꾸준히 생산해야 한다.
▲좌충우돌 - ‘좌충우돌 승마패밀리’는 승마 교육 프로그램이면서도 진행자들의 예능감을 살려 재미를 주고자 기획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지아 – 이지아 사진작가는 말산업의 세밀한 부분까지 아는 전문 ‘오디세우스’들을 발굴, 지원하는 일부터 대국민 인식 전환의 시작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