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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세금 인상’ 정부의 경마정책 퇴보 중
기획재정부가 경마산업에 장외발매소 기본 입장료 인상과 기타소득세 기준 하한선을 대폭 낮추는 등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댄 가운데, 말산업계 관계자들과 경마소비자가 강한 반발을 보이며 개악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경마를 포함한 합법사행산업의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법개정 중 사행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첨금에 세금이 부과되는 하한선을 대폭 낮춘 것이다. 승마투표권(경마), 승자투표권(경륜·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은 베팅액의 100배를 넘는 당첨금에 한해서만 소득세가 부과됐었다. 하지만 기존 조항 외에 200만원이 넘는 당첨금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경주류 합법사행산업의 입장료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도 100% 인상된다.
기재부가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과세를 대폭 인상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감지됐다. 당시 기재부에선 경마·스포츠토토에 대해 로또 등 다른 복권과의 과세 형평성을 이류로 당첨금(환급금)이 5만원이 넘으면 초과금액의 22%(3억 초과시 33%)에 해당하는 세금(기타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당시 상황은 경제성장치가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적은 술, 담배, 도박 등에 부과하는 이른바 ‘죄악세’의 과세 강화를 획책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사회여론상 술, 담배, 도박에 대한 세금 강화는 대부분 부담을 서민층이 짊어지게 된다는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담배값 인상만이 추진됐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를 부르짖는 정부의 시책은 세수부족을 부추겼고, 기재부는 올해 또다시 경주류 합법사행산업에 대해 기타소득세 부과 하한선을 대폭 낮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재부의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과세 강화가 알려지면서, 경마계는 물론이고 말산업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선 조세저항 없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마사회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번 기재부의 세법 개정안은 당장의 세수 부족을 해결하고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는 오판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경마를 즐기는 경마소비자가 연간 1000만명을 넘고 있어 국내 스포츠 중 최고의 입장인원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소비자에게 경마세금은 특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다.
경마소비자는 마사회가 표출한 배당률을 보고 베팅을 하고 환급금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얼만큼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100배 이상의 배당률을 적중했을 경우에만 기타소득세 22%를 추가로 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입장부터 마권구매, 적중마권 환급까지 경마소비자가 납부하는 세금은 총 8가지(레저세, 지방교육세, 농특세, 기타소득세, 기타소득주민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나 된다.
경마 과세체계는 100배 초과 배당 시 부과되는 기타소득세와 기타소득주민세를 제외하고는 모두 원천징수를 원칙으로 한다.
국내 경마관련 세목은 이중과세 형태가 농후하다. 입장행위와 마권소비행위에 세금 부과, 경마관련 본세에 목적세가 부가세로 부과되는 것, 경마행위 하나에 소비세(특별소비세)와 소득세(기타소득세)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명백하게 이중과세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과세를 묵묵히 따랐던 경마소비자와 경마산업계가 이번엔 순순히 개악을 지켜보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마사회가 기재부의 세법개정을 막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경마 유관단체 및 말산업단체들도 앞다투어 관련부처에 경마산업에 대한 과세 강화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또한 경마소비자들도 경마산업 과세 강화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 제출에 나섰고, 한 경마팬은 경마세금 인상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포털사이트 다음 → 아고라 → 청원 → 이슈청원에서 10월말까지 진행 중)
여러 선진경마국들은 말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경마 우호·지원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조세정책에서 소비자를 고려한 획기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나라에선 마권에 부과하던 원천징수세를 아예 폐지하면서 경마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말산업육성법 발효 이후 한국 경마산업은 말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선진화·국제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경마산업을 합법적으로 존속시키고 말산업육성법을 승인한 정부부처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모든 국민은 동일하게 과세형평성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경마산업에 대해 세수 증대의 장으로 여겨온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개선돼야 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