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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색, 어떻게 바뀌는가
최근 한국경마가 추구하는 사업의 노선은 세계화를 위한 초석다지기에 맞춰져있다. 한국 경마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마주와 조교사, 기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2월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한국 경마 사상 최초의 외국인 마주 죠셉 달라오씨가 등장했다. 이후 9명의 외국인 마주가 연이어 국내에 상륙하며 자연스럽게 복색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마주복색 제도를 시행 중인 해외 경마와 기수복색 제도를 운영 중인 한국 경마간의 간극이 생기게 된 것. 기실 복색 문제는 외국인 마주 출현 이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온 부분이기도 했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우선적으로 외국인 마주를 포함한 전체 마주의 3%내외에서 마주복색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부경의 외국인마주는 각각 7명과 3명. 여기에 마주복색을 희망하는 국내 마주를 각 경마장 당 5명씩 추가로 모집해 총 24명에 대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제주의 경우 국제 표준시스템의 경마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에 마주복색 운영대상에서 제외된다.
마주복색 제도는 연차별로 확대될 전망이다. 2015년에는 3%에 불과하지만, 2016년에는 7%인 60명까지 그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2017~2018년에는 전체의 13%인 110명에 걸쳐 도입을 예고하고 있으며 영천 경마장 개장 예정인 2019년에는 마주복색 전면 시행을 계획 중에 있다. 다만 해당 계획은 2015년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표] 연차별 마주복색 확대 비율
-(‘15년) 3% →(’16년) 7% →(‘17년) 13%→ (’19년) 100%
| 구분 | ‘15년 | ’16년 | ‘17~`18년 | ’19년(영천 개장) |
| 외국인 | 14 | 30 | 50 | 마주복색 전면 시행 |
| 내국인 | 10 | 30 | 60 | |
| 합계(비율) | 24명(3%) | 60명(7%) | 110명(13%) | |
마주복색은 상의에 한정된다. 하의는 기수의 이름을 적은 기존의 것이 허용되며, 모자색 역시 변동이 없다. 모자색으로 말 번호를 나타내오던 현재의 방식이 뒤바뀌게 될 경우, 막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돼 유지를 택하게 된 것. 복색의 색상과 무늬는 경마와 생산에 관한 국제 협약인 IABRW에 의거해 지정할 수 있다. 현재 국제 협약에서 권고하고 있는 기수복의 색상은 총 18가지이며 이 중에서 4가지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무늬는 몸통 25가지, 소매 12가지가 제시돼 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제작할 수 있다. 유니폼 관리의 주체는 마주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조교사에게 위임도 가능하다. 등록을 희망하는 마주의 경우 해당 경마장에 신청 후 담당자의 승인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마주복색이 일부만 지정되는 2015년에서 2018년까지 기수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평소에는 자신의 복색으로 경주에 임하면 되나 마주 복색이 지정된 경주마에 기승할 경우는 해당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왜? 바꾸어야 하나
마주복색의 역사는 근대 경마까지 거슬러가게 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말이 가장 강하고 빠르다는 것을 겨루기 위해 귀족들은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진 옷을 입고 경주에 출전했다. 그리고 이것이 마주복색의 기원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귀족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 기승인인 기수가 생겨났고, 마주를 상징할 수 있는 복색을 착용하며 마주복색이 전문화되고 규격화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역시 경마 태동 단계에서는 마주 복색으로 경주가 진행됐다. 본격적으로 파이를 키우기 위한 외형적 성장의 시기를 맞이하며 한국 경마는 시행체 중심의 단일마주제로 전환이 됐는데, 자연스럽게 마주복색의 의미 또한 퇴색되었다. 게다가 과도기를 맞아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상황에서 운영 비용 및 행정력 절감, 베팅의 안정화를 노릴 수 있는 기수복색은 가장 적확한 제도였다. 기수복색은 관리 규모가 작고 보관과 세탁이 용이한데다 운영과 데이터 관리가 수월하다는 강점을 보이며 한국 경마에 정착해나갔다.
현재 기수 복색은 서울과 부경의 기수 인원에 맞게 1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시행체에서는 복색 심사 및 승인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위탁관리비를 통해 운용비용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수협회는 2년 주기로 일반복과 방수복을 각 1벌씩 제작해 지급하며 이는 기수 개인이 관리하고 보유하는 중이다.
실상 1993년 부로 한국경마는 단일마주제에서 벗어나 개인마주제로 전환이 되었으나, 이미 자리 잡힌 기수복색 제도는 변화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된 효율성도 그러하거니와, 기수복색에 익숙해진 베팅 문화를 쉽게 바꾸기가 어려웠던 것. 하지만 기수복색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경마의 중심이 선수인 경주마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기승자인 기수에게 쏠리게 된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스피드로 진행되는 경마의 특성 상 경마팬은 자연히 모자색과 기수복색에 시각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떠한 이름의 말이 들어왔다는 인식보다는 “문세영 말이 들어왔다”, “최범현이 막판에 추입했다”라는 언어 체계가 성립되어버린다. 말의 경주 내용보다는 기수의 행동과 기승법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경주의 결과가 기수의 역량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수에 대한 비난이 유난히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점 때문일 것이다. 마주복색으로 이루어지는 해외 경마의 경우 경주마를 찾을 때 해당 마주의 복색을 찾아보게 되고, 자연히 경주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마주와 경주마에게 큰 비중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주가 구매한 경주마”를 중심으로 한 조교사와 기수의 팀 플레이가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며, 경마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 셈이다. 기수협회 측은 해당 제도에 대한 안내가 전해진 후 곧바로 기수들과의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조금 비켜서게 된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다소 섭섭할 수도 있겠으나 경마의 참뜻과 원칙, 시행 주체를 생각한다면 마주복색의 정착화는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더불어 국제화를 꿈꾸는 현재의 시점에서 기수복색이라는 것은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IFHA 회원 중 한국과 일본 지방경마, 단 두 곳에서만 기수복색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마주복색을 시행 중에 있다. 가까운 홍콩과 마카오의 경우 복색 승인은 시행체 경마부서에서 승인과 등록을 담당하고 있다. 제작은 마주가 비용을 부담하고 시행체에서 제작 대행을 도맡고 있으며 경마일에는 복색 세탁과 관리를 대행하는 전담 인력을 시행체가 지정해 기수복을 관리한다. 싱가폴은 마주가 직접 복색을 제작하며 기수가 개별 고용한 인력이 경마일 복색을 세탁하고 관리한다. 외마사 제도가 시행되는 일본의 중앙경마는 복색 제작 비용은 마주가 부담하며 제작은 조교사가 도맡는다. 경마일에는 시행체가 고용한 세탁·관리 대행 인력이 복을 관리하며 비시즌에는 조교사가 관리를 맡게 된다.
향후 우리나라가 외국으로 진출할 경우, 혹은 외국 경마가 한국으로 진출할 경우 등을 모두 고려해봤을 때 지금과 같은 제도는 다수의 문제점과 인식의 차이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여년의 시간을 변화시키려면
“한국 경마에서 마주의 명예가 과연 존재하는가” 마주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종종 푸념처럼 흘러나왔던 회의론 중 하나다. 우리는 종종 “영국의 수상이기 보다는 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싶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들어 마주의 명예를 논하곤 한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경마에서는 대회 우승을 하지 않고서는 마주가 크게 주목받을 경우도 없거니와 명예를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경주마를 구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주의 비중이 크게 가시화되지 않다보니 자긍심이나 명예 역시 강요된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마주복색이 도입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수가 나를 상징하는 옷을 입고 내 말 위에서 경주를 펼치고 있다. 비록 나는 지켜보고 있지만, 경주로 위에 나의 상징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경마팬 역시 내 복색을 보며 내 말을 응원한다. 비단 경마대회가 아닌 일반 경주에서라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느껴지는 영광과 기쁨은 지금과는 현저한 차이가 날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부터 마주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긍심과 명예가 살아나게 되는 셈이다.
마주복색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시간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그만큼 효율성이 있었다는 것이고 고착된 만큼 뿌리박힌 인식과 제도들이 깊다. 제도를 급변할 때는 언제나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산적한 문제점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비용 문제다. 현재는 복색에 대한 마주들의 부담이 전무하나 마주복색 제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자신을 홍보하고 자신의 말에 기승하는 기수에게 내 옷을 입히는 비용은 마주가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일부 아주 적은 두수를 운용 중인 마주에게는 비용이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유니폼은 평상시와 우천시, 동절기용까지 적어도 5개가 필요하다. 현재는 일부 희망하는 마주에 한해 마주복색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나, 전면 시행 시 언급된 적은 두수를 보유한 마주의 경우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팬들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에도 주력해야 한다. 현재의 기수복색에 익숙해진 경마팬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는 혼란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한국마사회는 연차적 확대 방안과 모자색의 유지 등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더불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주 역시 현재 데면데면한 관계인 경마팬과의 간극을 적어도 현재 기수와 경마팬 정도의 사이까지 끌고 올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리라 본다. 정서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방안 말이다. 최근 경마대회 시 예시장을 방문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마주나 시상대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사례는 팬들에게 마주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함께 경마를 하는 주체로 인식되는 좋은 방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마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유관단체들의 논의를 통한 마사회법과 경마 시행규정을 무리 없이 개정해 시행에 옮기는 과정일 것이다. 현재 시행규정에 따르면 복색의 주체가 기수에 맞춰져 있어 혼동의 소지가 없이 개정하고 이를 공표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마주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개인 마주제의 본질을 위해 한 발을 내딛었다. 아직 세부 계획안은 구성단계에 있으나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는 기분 좋은 제도의 변화가 이제 막 시행되려 한다. 조금씩의 양보와 배려로 화려하게 경주로를 수놓을 마주복색의 범람을 기대해본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