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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법·산지관리법 이어 농지법·말산업육성법 개정 움직임
제2차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 수립…중지(衆智) 모을 때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제2차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이하 종합 계획)을 수립하는 해로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상반기 중 종합 계획을 확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1차 종합 계획의 공과를 반면교사 삼아 현장·수요·고객 중심의 정책으로 대국민 이미지의 혁신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올해 ‘농촌관광 승마’와 ‘유소년 승마’ 활성화 그리고 ‘승용마 조련 유통’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말을 통한 긍정적 이미지 창출, 농촌 소득 기여라는 추진 전략을 내세웠다. 유소년 승마는 전국소년체전 정식 종목 채택 및 승마단 창단 등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 말산업육성법의 핵심 목적이자 입법 취지인 농어촌 경제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인프라 구축, 말 수입 등 외형적 성장을 위한 발판에만 몰두했지 우리 말산업 내실을 다지지 못해 현장의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관련 법안의 충돌로 인한 문제점과 현장의 애로를 꾸준히 보도해왔던 <말산업저널>은 다양한 주제의 기획 기사를 통해 ‘이슈 파이팅’을 주도했고 ‘현장 중심’, ‘수요 촉진’, ‘홍보 전략’, ‘특화 아이템 구축’, ‘R&D 중요성’ 등 주요 아젠다도 제시했다. 본지는 올해 핵심 아젠다로 농어촌 경제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농촌관광 승마 활성화 및 규제 개혁을 위한 관련 법안의 개정을 다시 한 번 전면에 내세우고 그에 상응하는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 12월 27일 자 MBC 뉴스 ‘부실 정책으로 말 못 타는 승마장 수두룩’ 갈무리.
침묵하던 농지과, 허용 여부 입장 표명
제2차 종합계획 수립을 앞두고 산학연 그리고 현장 관계자 모두가 지혜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는 올해 농촌관광 승마 활성화를 위해 농어촌형 승마시설 109개소 가운데 농촌관광 승마시설 3개소를 선정하고 방문객 수 3만 명을 목표로 내세웠다. 말산업 선진국일수록 농촌관광 승마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즉 삶의 저변에 말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적확한 인식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농촌관광 승마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표준 모델을 정립·공유해 새로운 농가 소득 창출원을 제시할 예정이다.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위한 농지법 개정에 다소 회의적이던 농림축산식품부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농지 보전과 식량 안보를 내세운 농지과와 관련 법안 개정 추진의 필요를 인지한 축산과 등 관계 부서의 입장 차이가 서서히 정리되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월 28일 농지과 명의로 ‘부실 정책으로 말 못 타는 승마장 수두룩’ 이라는 12월 27일 MBC 뉴스와 관련해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의 설명에 따르면,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농지법상 농지전용허가 절차를 거쳐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에 설치가 가능하므로 농어촌지역의 모든 농지에 설치한 승마시설이 불법이라는 보도내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도시 지역과 계획 관리 지역 등의 지역에서는 면적 제한이나 일부 전용을 통해 승마시설 설치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2015년 1월 초지법 시행 규칙 개정으로 초지에서는 전용 절차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해명 자료에서는 “다만, 농업진흥지역은 국민식량 생산에 필요한 우량 농지를 보전하고자 지정·관리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농업 생산과 직접 관련된 토지 이용 행위만 허용하고 있으므로 현재까지 승마시설은 설치가 제한된다”며, “정부는 초지에 승마시설 설치 후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여 농업진흥지역에서 설치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 식량 안보 및 우량 농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지역 내에는 그 설치를 제한하겠다며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 같던 입장에 변화가 생긴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3월에도 KBS와 <조선일보> 등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향후 승마장 신규 설치 등 말산업 육성을 위한 관계 법령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농지 보전 필요성,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관한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만 밝혔었다. 이번 해명은 한 발 더 나아가 초지법 개정 이후 영향 분석을 거쳐 농업진흥지역에서 설치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것.
말산업육성법 전면 개정도 검토해야
본지를 비롯해 축산농민과 말산업 종사자들이 모인 주요 협회와 소속 회원들이 꾸준히 현 문제를 알린 결과다. 말산업 학계 전문가들도 각종 포럼과 심포지엄을 통해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말산업육성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제3호 특구 경기도는 농업진흥지역에서의 승마장 설치 문제를 100대 규제 개혁 대상으로 선정했고, 일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는 헌법재판소에 현행 농지법 위헌 법률 신청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 결과 농업진흥지역에서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6월 26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초지법 시행 규칙도 개정됐고 산악승마가 활성화하도록 산지관리법 시행령도 개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관련 법안의 시행령 개정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농촌관광 승마 활성화가 새해 말산업계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농지법 개정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축산농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시 청년들을 현혹해 타락시켰고 신을 부정했으며 국가(politeia)를 전복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독배를 마시고 죽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살아 있다.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는 ‘올바름이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했지만,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올바름이란 나와 상대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그 자체로 좋은(善) 절대적 가치라고 반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지했음을 아는 일이 필요하고, 성찰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사실 알려졌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법이 잘못됐어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정되지 않는 한 일단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무조건적 복종은 그의 정치철학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소크라테스는 법보다 위에 있는 신적 명령, 정의의 가치, 보편 이성이 가르치는 바에 따라 잘못된 법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우리 말산업이 언제까지 ‘발걸음을 뗀 수준’에 머무를 수는 없다. 동종업계 종사자 모두가 말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도록 ‘무지(無知)의 지(知)’를 깊이 성찰하는 실천이 있어야, 함께 지혜를 모아 상생 방안을 찾아야 진정한 ‘말산업 육성 발전’이 시작될 것이다.
▲초지법·산지관리법에 이어 이제는 ‘농지법’ 개정도…말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말산업육성법뿐 아니라 관련 법안의 전면 개정 등이 필요하다. 2016 병신년 새해는 말산업계 종사자 모두가 ‘무지(無知)의 지(知)’를 깊이 성찰할 때다.
이용준 기자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