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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여의 끈질긴 관리 통해 상태 90%회복돼
끈기와 탄탄한 혈통 바탕으로 씨암말 기대주 각광
“Per ardu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뜻의 라틴어다. 지난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의 우승으로 국산 여왕마 타이틀을 거머쥔 ‘퀸즈블레이드’에게 딱 맞는 문구가 아닐까 한다.
‘퀸즈블레이드’는 데뷔 전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이른바 스타마다. 8연승의 ‘미래천사’와 오크스 우승마인 ‘절호찬스’를 배출한 ‘하버링’. 거기에 한국의 독보적인 리딩사이어 ‘메니피’가 만나 태어난 것이 바로 ‘퀸즈블레이드’다. 2012년 1세마 경매에서 ‘퀸즈블레이드’는 경매사상 최초로 1억5천만 원의 예정가로 상장됐고, 치열한 경합 끝에 2억 6천만 원에 낙찰되며 “경주마 2억 원 시대”의 포문을 열게 됐다. 데뷔 후에도 ‘퀸즈블레이드’는 7연속 입상으로 몸값을 해내더니, 2014년 3관 대회 1차 관문인 KRA 컵 마일(GⅡ) 5위 후 코리안더비(GⅠ)와 코리안오크스(GⅡ)에서 차례대로 우승하며 최우수 3세 암말에 등극했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최우수 3세마(암/수)에 선정 되면, 3회 이상 외국경마대회에 출전을 해야 5억 원의 인센티브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의무조항이 존재했다. 이에 따라 국산마 프린세스였던 ‘퀸즈블레이드’는 한국마의 수준 점검이라는 미명 하에 미국 원정길에 나서게 된다.
미국에서 ‘퀸즈블레이드’는 비바체 목장의 관리와 테스터만 조교사의 훈련 하에 현지 경주에 도전하게 됐다. 비싼 몸값만큼 깜짝 선전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퀸즈블레이드’는 출전한 세 번의 경주에서 각각 8위와 11위, 10위를 기록했다. 8두와 11두와 10두가 출전한 경주였다. 미국의 벽은 높았다. 해외 경주를 통해 국산마의 위치를 점검해보고자 시도한 조항은 국내에 국제 경주가 신설되며 무용론이 제기됐고 ‘퀸즈블레이드’와 ‘네버신비포’의 원정을 끝으로 폐지됐다.
문제는 돌아온 ‘퀸즈블레이드’였다. ‘퀸즈블레이드’는 평균 520kg대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암말이었다. 부경의 한 관계자는 “‘퀸즈블레이드’가 마방을 나서면 햇볕을 받은 털에서 윤기가 자르르 흘러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퀸즈블레이드’는 3세마 시절 체중보다 100~150kg 가량이 빠져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나 있었다. 윤기를 잃어버린 털은 버석거렸고 그마저도 피부병으로 군데군데가 빠져있는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원정과 패배의 스트레스, 국내와 다른 사양관리 등이 겹쳐지며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했다.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퀸즈블레이드’의 모습. 우상단의 코리안오크스 당시 체형과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김영관 조교사를 위시한 부경 19조 마방에서는 그대로 경주에 복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상태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퀸즈블레이드’는 마방이 아닌 목장에서 매일같이 링겔과 영양제에 의지하며 기력을 되찾아나갔다. 처음에는 밥 먹는 것조차 거부했던 ‘퀸즈블레이드’였지만 19조 마방의 진심을 느끼기라도 한듯 조금씩 호전세를 보였다고. 그렇게 3개월을 매달린 결과 ‘퀸즈블레이드’는 마침내 500kg대의 체중으로 복귀했고 걸음도 어느 정도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퀸즈블레이드’와 19조 마방이 보냈던 3개월여의 결실은 복귀전이었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로 이어졌다. 비록 전성기 때의 걸음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우승을 이뤄낸 것이다.
역경을 헤치고 별이 된 ‘퀸즈블레이드’는 컨디션에 따라 한 번 정도의 경주를 더 치른 후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정점을 찍었던 만큼 밑바닥의 쓴맛까지 보며 파란만장한 마생(馬生)을 보냈다. 그럼에도 씨암말로서의 기대치는 역대 국산암말 중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탄탄한 혈통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마지막이 바닥이 아닌 부활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부활의 뒷면에는 ‘퀸즈블레이드’의 끈기와,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19조 마방의 의지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퀸즈블레이드’의 우승이 더욱 빛나는 이유일 것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