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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산장애였다.
2월 28일 부경 4경주, 전산장애로 인해 출발시간이 하염없이 늦춰졌다. 팬들은 손에 쥔 마권을 들고 초조하게 화면을 지켜보았고, 기수들은 말에서 내려 잔디밭에 모여앉아 망연히 재개 소식만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부경 4경주와 서울 8경주가 연속으로 취소됐고, 팬들은 환불조차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다행히 5경주 직전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28두의 경주마가 출발대조차 들어서지 못하고 마방으로 돌아갔다.
전산장애로 인한 경주취소는 불과 4개월 전에도 있었다. 11월 8일 서울 3경주가 종료된 후 4경주 시작을 앞두고 별안간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베팅금액조차 집계되지 않았고, 팬들은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에만 의지한 채 늦어지는 출발시각을 거듭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서울 4경주가 취소됐고 연이은 부경 1경주 역시 출발을 장담하지 못한 채 또다시 연장을 예고했다. 사고 발생 50여 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문제가 해결되며 부경 1경주가 진행됐으나, 팬들과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대처할 길이 없었다.
11월의 경주취소 후에도 전산장애로 인한 출발시각 연장은 몇 차례 발생해왔다. 경주취소는 되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출발시각이 연장된 탓에 팬들과 관계자들은 불안한 가슴을 계속해서 쓸어내려야 했다.
전산장애는 2011년을 기점으로 한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기실 2000년대 초반은 다양한 전산장애가 산재했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전산관련 사고를 살펴보면, 2000년 1월 배당률 미표출로 인한 출발지연, 2001년 9월 전산기 타이머 오작동으로 인한 출발지연, 2003년 6월 마사회 내부 전산오류로 인한 출마투표 오류로 1개 경주 취소, 2005년 7월 발매마권 일부 미합산으로 환불, 2005년 8월 배당판 표출 오류로 출발지연, 2005년 8월 제주 교차경주 발매마권 미합산으로 경주후 해당경주 취소, 2006년 8월 발매집계 표출 오류로 출발지연, 2009년 1월 발매합산 및 표출 오류로 출발지연 등이 있었다. 여기에 2010년 8월 19일 전산장애로 출발시간 연장이 발생한 바로 다음주인 8월 21일, 또 다시 전산장애로 경주가 취소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독한 홍역을 치른 한국마사회는 이후 철저한 시스템 정비 끝에 3~4년 간 큰 사고 없이 경주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4개월 간 무려 세 번의 경주 취소와 잦은 출발시각 연장이 발생했다는 것은 또 한 번 재정비의 시점이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전산장애는 주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나, 변동이 있을 시 과도기적 현상으로 발생한다. 이번 전산장애 역시 새롭게 도입된 발매프로그램으로 인한 나비효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마케팅본부는 마이카드 확대 시행 및 삼쌍승식 등의 새로운 승식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지속적인 경마 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도해야하는 마케팅본부에 과도기는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국경마를 향한 신뢰도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이다.
지난 해 7월, 미국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컴퓨터 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거의 4시간 만에 시스템 복구를 통해 거래가 재개됐지만 중국 증시 폭락, 그리스 채무 위기로 가뜩이나 위축됐던 투자 심리에 기술오류까지 겹쳐 매매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결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는 261.49(1.47%) 떨어진 1만7515.42로 마감했고 나머지 주요 지수들도 1.5% 이상 하락하는 후폭풍을 감내해야 했다.
각자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장애일지라도 경마팬과 관계자들의 신뢰도에는 큰 타격을 입었다. 베팅이 존재하는 경마에서 팬들의 신뢰도 하락은 결국 매출 하락과도 연계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음번에는 시행체를 믿고 경주마에 투자하고 관리해온 마주 및 유관단체 측에서도 좌시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