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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규제 속에 엇나가는 한국 경마
서구권 경마시행국, 개방형 마주제 통해 무한 경쟁 구도 확보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파트Ⅱ 승격이라는 쾌거가 무색하게 지금 한국경마는 경마 비위의 내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의 근원을 짚어보면 한국경마의 고질적 병폐인 사설경마와 대리·차명 마주가 거론되는 실정이다. 왜 한국경마는 시행 100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도 끊임없는 대리·차명마주와의 전쟁을 이어와야 하는 것일까.
문제가 지속될 때는 먼저 길을 걸었던 선구자의 발자취를 찾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경마 시행의 역사가 유구하고, 사회적 산업으로 자리잡은 서구권 경마 시행국을 살펴보자.
이들에게 우리와 같은 대리·차명 마주는 세금 탈루 등의 악질적 목적이 아닌 다음에야 존재하기 어렵다. 마주 등록 과정부터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마주 자격은 국민 모두에 해당된다. 경주마 소유 등 기본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면 등록기관에 일정 등록비를 지급하고 마주가 될 수 있다. 등록비는 기관에 따라 다르나 평균적으로 한화 20~50만 원 정도의 부담을 감수하면 된다. 마주 형태 역시 다양한데, 개인·공유·법인 마주 외에도 신디케이트·파트너쉽·클럽 등의 마주 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신디케이트형식은 경주마의 소유권을 분할·공모하여 일반인들이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이며 파트너쉽은 기존의 등록마주 다수가 경주마 1두를 소유하는 형태를, 클럽형은 여러 회원이 공동 구입한 경주마를 클럽에 위탁하는 형태를 뜻한다. 경주마 보유두수나 입사제한도 역시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양 경마시행국에서는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내세우고 엄격한 심사과정까지 통과해야 마주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홍콩이다. 홍콩은 마주 이전에 홍콩자키클럽 멤버가 되는 것부터가 사법고시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데, 한화로 약 6천만 원에 가까운 입회비는 물론 연회비 역시 꾸준히 지급해야 한다. 금전적인 부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맴버와 가입을 위한 투표 등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동양권의 마주 형태 역시 대부분 개인·공인·법인 마주 형태이며, 경주마의 임차나 리스 등 명의 대여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았던 일본은 서양의 클럽형식과 유사한 구좌마주제가 있으나 대부분 내부마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 경주마 위탁관리비 등의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이와같은 차이는 서양과 동양에서 경마가 시행된 배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마필 생산이 광범위하게 자리잡힌 서구권은 마필 활용의 과정에서 경마가 시행되며 마주를 위시한 경마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반면 동양의 경마는 서양의 그것을 이식해오는 과정에서 베팅 시스템을 규제하고 통제하는데 제도가 집중되었고,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현재의 마주 시스템과 마방 대부 제도에 대해 다시금 고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등록제로 이루어지는 마주가, 실상 정해진 정원 안에서 운영되는 것부터, 나아가 엄격한 요건과 자격을 따지는 것까지. 오히려 이와 같은 규제는 경마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일 년에 입사가능 두수를 제한하고, 마주별 보유두수를 제한하여 차명·대리마주를 양산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제도 역시 검토가 필요하다. 내부마사제도로 인해 충분한 마방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 시스템을 피치 못하고 있으나 영천 경마장 개장과 휴양시설의 지속적 확보, 외부마사제도 등을 통해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등굣길 정문에서 두발·복장 단속을 하고 있는 학생 주임이 엄해질 수록 담장의 개구멍은 늘어만 간다. 능력있는 마주들의 적극적 투자와 무한한 경쟁구도 확보를 통해 더이상 “넣고, 빼고”의 소스가 무용해지는 환경이 도래해야 할 것이다. 마주와 관계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병의 근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치마폭에서 어르고 달래는 것이 아니라 경쟁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경마로 성장할 때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