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말산업육성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듯, 농어촌의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시작한 말산업 본래 목적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농업농촌에 말산업을 제대로 알리고 기존 말산업계에는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알리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 이는 말산업이 진정한 외연을 넓히는 일이자 대중화에 기여할 창구다. - 기자 말.
“소로 번 돈, 말이 다 까먹었다”
- 승마클럽 개장 하고자 번식마 도입 경기 화성 I목장, 수익 전혀 없어
- 하루 천여 명 체험객 찾았던 D체험장, 세월호·메르스 여파로 싹 싸라져
- ‘말’의 특성 고려한 사업 인지하고 체계적 지원 필요 공통 목소리 내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든 승마를 하고자 승마클럽을 찾는다면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알 수 있다. 제1차 말산업육성종합5개년계획 기간을 그나마 열악하고 어려웠던 승마클럽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대안을 마련하는 시기로 평가한다면 점수는 썩 나쁘지만 않았던 덕분.
내년 제2차 종합계획 도입을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유소년 승마’, ‘농촌 관광 승마’ 활성화로 우리 말산업이 대중화의 바람을 타고 본격적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하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찾았던 현장은 초기 승마클럽들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돈이 될 것 같은” 말(馬)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각종 규제는 여전하고 지자체의 무관심에 사업을 접거나 후퇴하는 정도다. 또 다른 암초에 말산업이 걸려든 것.
사실 지난해부터 경기도 이천시의 J마을, 전남 곡성의 K마을 등을 말산업 연계 농촌 관광 또는 창조마을로 지정할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기존 농촌체험 사업 등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된 특정 마을에 말(馬)만 얹어 리스크를 최소화했을 뿐이라는 지적. 실제 전국 각지의 농촌 마을, 체험(목)장, 이용업, 산악·관광 등 말산업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각 현장 곳곳은 열악하다 못해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다. 말을 처분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소를 키우다가 10년 전부터 말로 전환한 경기도 화성시 소재 I목장은 현재 10여 두가 안 되는 경주퇴역마를 기르고 있다. 이곳 S 대표의 자제는 유학까지 다녀온 승마 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향후 승마클럽을 하고자 준비하는 차원에서 경주퇴역마를 순치하고 조련하며 승용마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번식에도 힘써 올해 망아지 한 두도 생산했다.
S 대표는 말산업이 돌아가는 상황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고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까. 그는 “특별한 기대도 없다. (정부나 마사회의 정책을) 믿지도 않는다. 하긴 해야 하는데 그저 시간만 보내는 꼴”이라며, “말은 아직 농촌 사업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기르며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 30년간 소를 키우며 번 돈을 지난 10년간 모두 까먹었다. 승마클럽을 하고 싶지만 자부담도 크고 소형은 지원도 없으며 지역 따라 천차만별인 규제, 지원 체계가 그저 복잡하기 때문. 농지 개발 전용 부담금은 터무니 없이 비싸니 낼 엄두도 못하는 상황. 현재 말들을 기르는 마방은 소를 키우던 축사였고, 소의 경우 진흥지역에 축사를 짓는 일이 가능했지만, 말은 아직도 가축이 아닌 탓에 행여나 단속에 걸릴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허가(비인가)는 지원 대상에서조차 빠졌으니 도로부터도 지원을 받기도 힘들다. 무슨 기대가 남아 있을까.
S 대표는 “말만 농어촌, 농어촌이지 실제 규제나 현장 상황은 암담하다. 대통령은 규제 타파니 창조경제를 말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말만 하고 있다. 관계부처 협의가 어려운 것도 알지만, 농어촌 경제 활성화, 농촌 관광 승마 활성화를 하려면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현장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고구마·고추 따기 등 각종 작물 캐기와 트랙터 타기 등 농기구 체험, 소 먹이 주기, 인절미 만들기 등 가족·단체 수학·체험 학습의 장으로 유명했던 D체험장 역시 말을 도입, 한때 20여 두까지 길렀다. 말만 타거나 고구마만 캐면 고객들이 흥미를 못 느끼지만, 이를 동시에 접목하니 인기가 많았다. 성황일 때는 하루 천여 명 이상 이곳을 방문해 승마 체험도 하며 말을 알리는 일에 앞장섰지만, 세월호와 구제역, 메르스 여파로 방문객이 뚝 끊겼다.
그나마 5만여 평에 이르는 부지를 초지로 활용, 각종 작물 등을 생산해 사료비 등 고정지출비를 줄여 타격을 줄일 수 있었다. 규제가 비교적 덜한 찾아가는 승마교실, 공연 등으로 근근이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한국의 전통 승마를 알리고자 전통마상무예 교육 과정도 운영하고 있었다. 전통마상무예를 하는 사람들끼리 활쏘기 대회 등도 간간히 열고 일부 지인들과 회원들을 대상으로 외승 과정도 하고 있다. K 원장은 “사람이 타야 말산업이 발전하는데 이런 면에서 실질적 지원은 없다. 지역 농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각종 체험과 연계한 외승 코스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말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권도가 체육관 사업에 영향을 미치기에 학교체육으로 안 된 것처럼, 승마 역시 승마클럽과 체험장 사업을 위해 학교체육으로는 어렵지 않겠냐고도 했다. 대신 기존 승마클럽들은 단가를 낮추고 농어촌형 승마 체험장들은 다양한 아이템을 도입해 함께 상부상조할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전망도 했다. 서로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
K 원장은 전통마상무예에 대한 관심도 깊어 원고도 집필하고 있다. 대한민국 고유의 승마술이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엘리트니 올림픽이니 하는 ‘승마’만이 승마인 줄 아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 우리 전통의 승마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전통마상무예 학교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태권도처럼 외국인들도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인터넷 정보만 보고 이곳을 찾아와 배운다는 후문. 외국인들은 우리 전통마상무예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고 역사적 배경에도 관심이 깊다. 그만큼 우리 전통의 승마술은 태권도처럼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이다. 당나라에 수출했던 발해의 말이 좋다고 알려졌는데 한라마가 발굽만 다를 뿐 그 성격이나 체고가 유사하고 안정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K 원장은 “말산업을 농업농촌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지원은 자립과 자활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축산농민들이 말로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말산업과 관련한 문화 공연 분야의 지원이 미흡한데 이 분야도 개척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대중화에 한걸음 다가설 것”이라고 했다.
▲말은 가축이다. 경제동물이며, 우리 농업농촌을 짊어지고 이끌어 갈 축종이다. <말산업저널>은 ‘우리 농업농촌, 말산업과 함께 달려야 산다’라는 기획으로 농어촌형·체험·관광이 접목된 현장을 소개해 기존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제2차 종합계획이 순항할 수 있도록 이슈 파이팅을 전개한다.
제보= 편집국 (cromlee21@krj.co.kr, 031-8086-7995)
이용준 기자
말산업저널
www.horsebiz.co.kr
www.horsebiz.co.kr
